‘검찰 수심위’ 설계 박준영, 김건희 불기소 비판...“법감정 무시한 관념적 논리”

박준영 변호사가 지난 6월3일 오후 전남 진도군 의신면 명금저수지(현 송정저수지)에서 자신이 맡은 재심 사건인 ‘진도 저수지 살인 사건’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답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검찰 수사심의위원회가 김건희 여사의 명품 가방 등 수수 사건에 대해 불기소 권고를 내린 가운데, 박준영 변호사가 9일 “처벌규정이 없고 증거가 부족하다는 논리는 힘 있는 사람들이 서민들의 법감정을 무시한 관념적 논리”라고 비판했다.

박 변호사는 이날 페이스북에 “김 여사 사건에서 명품백을 받고 본인이 공직자인 양 행세하는 동영상을 국민 대다수가 봤다”며 “이 어처구니없는 일을 두고 검찰 수사팀과 수사심의위원회 14명의 각계 전문가들은 처벌규정이 없고 직무연관성과 대가성 등을 인정할 수 없어 형사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보았다”며 이렇게 적었다. 박 변호사는 ‘약촌오거리 살인 사건’ 등에서 유죄를 선고받은 피고인들을 재심을 통해 무죄를 이끌어냈고,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18년 검찰개혁위원회 활동을 하며 수심위 설치 과정에 참여한 바 있다.

박 변호사는 “불공정한 법 현실에서, 김 여사의 동영상을 본 서민들의 시각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이해를 구하고 설득을 해야 하는데, 검찰은 무슨 이야기를 한들 들어주지 않는 불신을 받고 있고, 이 불신을 잠재우려고 했던 위원회는 그 노력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수심위에 참여한 각계 전문가들이 ‘공적 판단이 신뢰받기 위한 전제조건’인 ‘과정과 절차’를 몰랐을까. 이분 중 대부분은 개개인의 지위에서 어떤 판단을 할 때는 엄밀한 잣대를 들이밀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협의체 일원으로서 관여를 할 때는 ‘관료주의적 환경’에 속하게 되고, 그 가운데 논의를 주도한 실력자를 따르거나 자신의 판단을 자신의 것으로 보지 않고 자신이 속한 조직의 것으로 보게 되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강재구 기자 j9@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