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라이 바둑, 19년 만에 메이저 우승컵…한·중·일 ‘신삼국지’ 개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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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세계 반상(盤上)의 중심축을 담당했던 일본은 최근 20년 가까이 바둑계에선 들러리에 머물렀다.
한 중견 프로 바둑 기사는 "한국과 중국에만 주로 편중됐던 세계 반상 권력이 일본의 이번 응씨배 우승으로 새판짜기에 돌입하면서 '신삼국지' 시대에 접어들 가능성이 커졌다"며 "인공지능(AI) 등장 이후, 나타난 일본의 약진세는 전체적인 바둑계 입장에서도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된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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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100주년인 일본기원 등 자국은 축제 열기
한국과 중국으로 굳어졌던 2강 체제 변화 전망
한때 세계 반상(盤上)의 중심축을 담당했던 일본은 최근 20년 가까이 바둑계에선 들러리에 머물렀다. 스포츠로 자리매김한 세계적인 흐름에서 이탈, 대세인 속기보단 과거 기류였던 장고만 더 선호했던 데다 치열한 승부에선 벗어난 ‘예(藝)’나 ‘도(道)’의 수련 분야로 인식, 세계 대회 부진을 초래했고 자국 내 팬들에게조차 멀어지면서다. 그렇게 변방으로 내몰렸던 일본이 세계 최고의 메이저 기전에서 한국과 중국의 내로라한 선수들까지 모두 제치고 깜짝 우승을 차지, 단숨에 ‘태풍의 눈’으로 떠올랐다. 일본 바둑을 세계 중심으로 재소환시킨 주인공은 자국 랭킹 1위인 이치리키 료(27) 9단이다.
이치리키 료 9단은 지난 8일 중국 상하이에서 열렸던 ‘제10회 응씨배 세계프로바둑선수권대회’(우승상금 40만 달러, 한화 약 5억5,000만 원) 결승전(5번기, 5판3선승제) 3국에서 중국의 강자인 셰커(27) 9단을 물리치고 앞서 벌어졌던 1, 2국에서 가져간 승리까지 포함, 3전 전승으로 최종 우승컵도 거머쥐었다. 341수 끝에 흑 반집승을 거뒀던 1국과 249수 만에 백 8집반승을 수확했던 이치리키 료 9단의 이날 3국은 대국 도중 위기의 순간도 찾아왔지만 강점인 수읽기에 기반된 전투형 기풍으로 막판 극적인 역전까지 성공했다. 일본의 세계 메이저 기전 우승은 19년 만에 나온 기록이다. 지난 2005년 장쉬(44) 9단이 당시 25세 나이에 ‘LG배 기왕전’(우승상금 3억 원)에서 타이틀을 획득한 이후, 전무했던 탓이다. 아울러 세계 단일 기전으론 최대 규모의 상금이 책정된 ‘응씨배’에서 일본의 이번 우승 또한 처음으로 기록됐다.
이치리키 료 9단의 이번 우승은 세계 바둑계의 판도변화를 가져올 수 있단 측면에서 상당한 이목도 쏠렸다. 이치리키 료 9단은 이번 대회 준결승에서 중국 바둑계 간판스타인 커제(27) 9단을 꺾고 결승전에 진출했다. 초일류 기사인 커제 9단은 세계 랭킹 1위인 신진서(24) 9단을 꺾고 올라온 중국의 차세대 주자 왕싱하오(20) 9단에게 승리, 여전히 상승세에 올라탔던 거물이다. 이치리키 료 9단이 이번 응씨배 우승까지 제물로 삼았던 경쟁자들이 그만큼 탄탄했단 얘기다. 이치리키 료 9단은 이번 응씨배 우승 직후 가진 인터뷰에서 “세계대회에서 일본 선수들의 어려운 상황이 계속되고 있었는데, 그 상황을 타파하고 싶은 마음이었다”며 “우승을 하게 돼 안심이고 트로피를 들고서야 실감이 나고 뿌듯함도 있지만 앞으로 다른 세계대회에서도 더 열심히 하고 싶다”고 포부를 전했다.
일본 내에선 축제 분위기가 역력하다. 특히 올해로 창립 100주년을 맞이한 일본기원 입장에선 이치리키 료 9단의 이번 응씨배 우승으로 바둑계 안팎에서 그동안 위축됐던 반상 열기를 다시 한번 끌어올릴 계기도 마련했다. 현지 반응도 뜨거웠다. 실제 공개해설장엔 100여 명 이상의 바둑팬들이 찾았고, 대국 장소였던 상하이 현지에도 일본 주요 매체 기자들이 몰렸다. 침체됐던 일본 바둑계 내에선 최근 여자 프로 바둑리그(팀 우승상금 500만 엔, 한화 약 4,400만 원)까지 창설하면서 분위기 반전에 나섰던 터였다.
전문가들도 향후 일본 바둑의 행보를 예의 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한 중견 프로 바둑 기사는 “한국과 중국에만 주로 편중됐던 세계 반상 권력이 일본의 이번 응씨배 우승으로 새판짜기에 돌입하면서 ‘신삼국지’ 시대에 접어들 가능성이 커졌다”며 “인공지능(AI) 등장 이후, 나타난 일본의 약진세는 전체적인 바둑계 입장에서도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된다”고 내다봤다.
허재경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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