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은 없다"…한세예스24, 자동차 부품도 노린다
김동녕 장남 김석환 주도로 신사업 확대
이종산업 진출 우려도…신사업 실탄 확보
한세예스24그룹이 새로운 먹거리로 자동차 부품사업을 점찍고 중견 자동차 부품업체 이래AMS 인수에 나섰다. 이번 인수는 김동녕 한세예스24그룹 회장의 장남 김석환 부회장이 주도하고 있다. 김 회장이 패션업을 모태로 출판유통업까지 사업을 확장했다면, 김 부회장은 이를 문화콘텐츠업으로 키우는 한편 완전히 다른 신사업에까지 도전장을 던지고 있다.
매출 5000억대 알짜 회사
한세예스24홀딩스는 이래AMS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돼 지난달 28일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매매 대상은 이래AMS 보통주 960만7384주(80.6%), 매매 대금은 1420억원이다. 한세예스24홀딩스는 약 한 달여 간 실사를 진행한 후 매각 측과 본계약을 체결할 예정이다.
이래AMS는 대구를 기반으로 하는 자동차부품업체다. 지난 1984년 대우와 GM의 합작사(대우자동차부품)로 설립됐다. 1999년 GM의 부품사업부가 델파이로 분사하면서 회사 이름도 한국델파이로 변경됐다.
이래CS는 2011년과 2015년 두 차례에 걸쳐 대우와 델파이로부터 한국델파이를 사들였다. 2017년에는 이 회사를 공조사업회사(에스트라오토모티브시스템)와 전장부품 등 기타 사업회사(이래AMS)로 나눴다. 한국GM 군산공장이 문을 닫으며 직격탄을 맞은 이래CS가 2022년 말부터 법정관리에 들어가면서 두 회사를 모두 매물로 내놨다.
이래AMS는 '알짜' 매물로 꼽힌다. 현대모비스, KG모빌리티, 폭스바겐, 포르쉐, 마세라티 등 국내외 주요 완성차, 부품사에 납품하고 있다. 대구 외에도 미국과 중국에 생산기지를 갖추고 있다.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았던 2020년 매출액이 2000억대까지 떨어지긴 했으나 2022년 5066억원, 2023년 4981억원 등 안정적인 실적을 내고 있다.
이번 이래AMS 인수전에는 한세예스24홀딩스외에도 자동차 부품회사 효림산업, 자동차 부품사인 신화정공과 사모펀드 키스톤프라이빗에쿼티(PE) 연합, 부동산 자산 관리 기업 나라에이스홀딩스가 참여했다. 한세예스24홀딩스는 차순위협상자인 신화정공-키스톤PE보다 200억원 가까이 더 높은 금액을 써내면서 우선협상대상자가 된 것으로 알려졌다.
패션 기업 일군 김동녕
한세예스24홀딩스가 이래AMS 인수를 마무리 지으면 한세예스24그룹은 처음으로 자동차 관련 사업에 진출하게 된다. 한세예스24그룹이 그간 패션업과 유통업을 주로 영위했던 점을 고려하면 완전히 결이 다른 신사업에 뛰어드는 셈이다.
한세예스24그룹의 모태는 의류 제조업자개발생산(ODM) 기업 한세실업이다. 김동녕 한세예스24그룹 회장은 1982년 11월 한세실업을 설립했다. 해외 패션기업의 요청에 따라 의류 제품을 설계, 생산하며 빠르게 성장했다. 1988년에는 사이판에 첫 해외법인을 설립했고 이후 베트남, 중국, 인도네시아, 과테말라, 캄보디아, 미얀마 등에 생산기지와 법인을 세우며 사업을 키웠다.
한세예스24그룹은 패션 ODM 외에도 자체 브랜드 사업을 위한 인수합병(M&A)도 단행했다. 2011년 한세드림(당시 드림스코), 2015년 에프알제이, 2016년 한세엠케이(당시 엠케이트렌드)를 인수했다. 한세드림은 유아동복 패션 전문 회사로 '컬리수', '모이몰른' 등을 운영하고, 한세엠케이는 NBA, 버커루, PGA 등 캐주얼·골프웨어 라이선스 브랜드를 전개한다. 현재는 한세드림과 한세엠케이를 합병해 자체 패션사업을 한세엠케이로 일원화했다.
한세예스24그룹의 사업 확장은 패션에만 머무르지 않았다. 2003년에는 인터넷 서점 1위였던 예스24를 인수했고 2014년에는 출판사 동아출판(당시 두산동아)도 사들였다.
현재 한세예스24그룹의 사업은 김동녕 회장의 세 자녀가 나누어 맡고 있다. 장남인 김석환 부회장은 2017년부터 예스24 대표이사로 경영 일선에 나섰고 2020년부터는 김 회장과 함께 한세예스24홀딩스 대표이사도 맡고 있다. 차남 김익환 부회장은 2017년부터 한세실업 대표를 맡아 그룹 모태 사업을 이끌고 있다. 막내딸 김지원 대표는 패션기업 한세엠케이의 대표이사다.
문화콘텐츠 손 뻗는 장남
김 회장의 세 자녀 중 그룹 신사업을 위해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는 것은 장남 김석환 부회장이다. 그는 예스24 대표로 일하면서 관심을 기울였던 문화콘텐츠 사업에 먼저 집중했다.
김 부회장은 2020년 예스24를 통해 디지털컨텐츠 통합서비스 '스토리24'를 운영하기 시작한 데 이어 2021년에는 웹툰 및 웹소설 콘텐츠 제작사인 스튜디오예스원을 설립했다. 이어 2022년에는 웹소설 플랫폼 '북팔'을 사들였고 같은해 NFT(대체불가토큰) 미술품 거래 플랫폼 '아티피오'도 설립했다. 지난해 5월에는 걸그룹 '피프티피프티'의 소속사 어트랙트에 투자를 단행했다. 또 그해 말에는 YTN 인수전에 뛰어들며 언론 시장에서 신사업 기회를 찾기도 했다.
이번 이래AMS 인수를 주도한 것 역시 김석환 부회장이다. 차순위협상자보다 200억원 높은 가격을 써낸 것에서 김 부회장의 인수 의지가 드러난다. 한세예스24홀딩스는 지난달 자회사 한세실업으로부터 700억원의 운영자금을 대여하는 등 이래AMS 인수 자금도 미리 조달했다.
일각에서는 한세예스24그룹의 사업과 동떨어져 있는 분야에 진출하는 것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기존 사업과의 시너지를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다만 이래AMS가 안정적인 매출구조를 갖추고 있는 만큼 추후 한세예스24그룹 신사업 확장의 실탄 마련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한세예스24그룹 관계자는 "한세예스24그룹은 항상 사업 다각화를 염두해왔다"며 "'제조업'이라는 공통분모 아래 한세실업이 보유한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해 시너지를 낼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정혜인 (hij@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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