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백년 터 닦은 ‘영암 무화과’ 명품 됐네!
[편집자주] ‘보성 녹차, 영광 굴비, 횡성 한우고기….’ 지역마다 오랜 역사를 품고 이어져 내려온 식재료가 있다.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은 원산지의 이름을 상표권으로 인정해주는 ‘지리적 표시제’를 시행하고 있다. 지리적 요인이 상품 특성과 명성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이에 속한다. 지리적 표시제로 인정받으면 다른 곳에서 함부로 상표권을 이용하지 못하는 법적 권리가 부여된다. 2002년 보성 녹차가 지리적 표시 1호로 등록됐고 순창 전통고추장과 단양 마늘 등 100여 개의 품목이 등록돼 있다. 일선의 지자체는 지리적 표시제를 지역의 특화된 브랜드로 만들고 있다. 전국적으로 유명해진 지역 특산품은 관광객을 모으고 지역경제를 살리기도 한다. 우리 지역 경제를 살리는 농산물이나 특산물이 어떤 게 있는지 머니투데이 <더리더>가 살펴본다. <편집자 주>
‘‘에덴동산에서 선악과를 먹은 아담과 이브가 자신의 몸을 가린 나뭇잎. 클레오파트라가 젊음을 유지하기 위해 즐겨 먹던 과일. 고대 그리스인들이 디오니소스 축제에 바친 제물.”
인간이 재배한 가장 오래된 과일 중 하나로 알려진 무화과 이야기다. 인류 문명이 탄생한 지중해 연안이 원산지인 무화과는 고대 중동지역에서 가로수로 심어졌다. 무화과는 꽃과 열매가 하나로 돼 있어 예부터 신비로운 과일로 여겨졌다. 이런 이유로 고대 그리스에서는 의사들이 허약한 사람들에게 무화과를 약으로 처방하기도 했다. 8월부터 11월까지 재배되는 무화과는 특히 9월을 지나면서 과실의 외형도 고와지고 당도가 높아진다. 한마디로 지금이 제철이다.
◇대한민국 무화과의 메카, 전남 영암군 삼호읍
무화과가 우리 땅에서 본격적으로 재배되기 시작한 것은 1970년대 일이다. 1976년 9월 29일자 동아일보에 실린 ‘부촌 꿈 부푼 무화과단지’라는 제목의 기사는 우리나라 무화과의 시작을 이렇게 기록하고 있다. “재래종 무화과나무만 재배해오던 이곳 농민들이 신품종을 재배하기 시작한 것은 1970년대부터다.
여기서 ‘이곳’은 전남 영암군 삼호읍이다. 당시 삼호읍 농협조합장이었던 고(故) 박부길씨가 외국에서 개량품종을 도입해 재배를 시작했다. 당시 작은 시도에 불과했던 이 일이 이제는 전국 무화과 생산량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영암 무화과의 기틀을 다진 계기가 됐다.
영암군은 우리나라 서남단에 위치해 연평균 기온이 14.5℃ 이상으로 온난하다. 바다와 가까운 지리적 특성상 지중해와 비슷한 해양성 기후를 띤다. 또한 영산강 유역의 기름진 충적평야 덕분에 영암 무화과는 비옥한 토양에서 자라면서 풍부한 영양을 흡수한다. 이러한 최적의 환경 덕분에 원산지인 지중해와 유사한 조건을 갖춘 영암군은 무화과의 대표적인 생산지로 발전할 수 있었다.
영암 무화과는 단백질과 섬유질, 칼륨 함량이 높은 알칼리성 영양과일이다. 특히 껍질에는 폴리페놀 성분이 함유되어 있어 노화를 늦추는 항산화 효과까지 있다. 또한 무화과 나뭇잎은 살충력이 강해 벌레가 없어 농약을 거의 사용하지 않아 식품 안정성이 매우 높다. 영암 무화과는 특히 노지 재배 비율이 다른 지역에 비해 높아 영양이 풍부하고 당도가 높아 단맛이 뛰어난 것으로 유명하다.
◇클러스터부터 3개년 발전 계획까지…영암 무화과의 가치 상승 노력
영암 무화과는 2008년 지리적표시제에 등록되면서 품질의 우수성과 최초, 최대 재배지로써 가치를 인정받았다. 2015년에는 중소벤처기업청으로부터 무화과산업특구로 지정됐다. 지리적표시제 등록과 산업특구 지정을 발판으로 영암군은 무화과의 상품화를 위한 다양한 사업을 추진했다.
2008년 7월에는 영암 클러스터 사업단을 창립해 무화과 유통센터 설립과 가공제품 개발에 착수했다. 2015년에는 산업특구 지정을 계기로 △무화과 생산기반 현대화 사업 △유통시설 확충 △홍보 마케팅 및 연구개발 사업 등을 통해 무화과 산업의 현대화를 이뤄냈다.
영암 무화과는 2023년 기준 약 310억원 매출을 기록하며 농가 소득 증대에 크게 기여했다. 같은 해 무화과 축제에는 약 3만 명의 방문객이 몰렸고, 축제 기간 동안 6억원 상당의 판매액을 달성했다.
이러한 성과를 거뒀음에도 영암군은 지난 12월 ‘무화과 산업발전 3개년 추진 계획’을 발표했다. 계획에 따르면 매년 2종 이상의 무화과 가공제품을 개발, 다양한 제품으로 시장을 공략할 계획이다. 또한, 무화과의 저장성과 활용성을 높이기 위해 무화과 가공 기술 개발에도 투자할 방침이다.
최근에는 무화과를 활용한 전통주와 기능성 향장품 개발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영암군은 지역 브랜드 ‘도갓집’과 협력해 무화과를 원료로 한 전통주 ‘무화과생동동주’를 개발, 출시했다. 또한, 무화과 잎을 이용한 기능성 화장품 개발도 꾸준히 추진하고 있다.
영암군은 3개년 계획을 통해 2026년까지 무화과 재배 면적을 550ha로 확대해 전국 최고 수준의 무화과 브랜드로 자리매김할 계획이다. 또한, 무화과 가공품의 매출을 크게 늘려 농가 소득을 3천억원으로 증대시키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우승희 영암군수는 “여름의 특별한 맛인 영암 무화과를 많이 먹고 더위를 나시길 바란다”며 “전국의 소비자들이 제철 무화과를 맛볼 수 있도록 공급하고, 사계절 맛볼 수 있는 ‘철 없는 무화과’ 개발과 재배에도 꾸준한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본 기사는 입법국정전문지 더리더(the Leader) 9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최현승 기자 hs1758@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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