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EV3 타보니…캐즘 뚫는 건 역시 ‘가성비’ 갖춘 새 차인가

남지현 기자 2024. 9. 9. 1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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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쓸모있는 경제 정보
지난 5월 22일 서울 성동구 성수언플러그드그라운드에 기아의 세 번째 순수 전기차 모델인 ‘이브이(EV)3\'가 전시돼 있다. 연합뉴스

‘고놈 참 똘똘하네.’ 지난 7월부터 판매를 시작한 기아의 소형 스포츠유틸리티 전기차 ‘이브이3(EV3)’를 타보니 이런 생각이 절로 들었다. 꽉 막힌 출퇴근길에 운전대를 잡고 있노라면, 차가 알아서 가다 서다 해주면 좋겠단 생각이 들기 마련인데, 이브이3는 이런 바람을 훌륭하게 구현해냈다. 각종 주행 편의 신기능이 더해진 이브이3(어스 롱레인지 트림)를 지난 3일부터 5일까지 서울 도심에서 몰았다. 주로 출퇴근길에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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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루즈 안 켜도 앞차 있으면 부드럽게 자동 감속

이브이3를 타면서는 브레이크를 밟을 일이 드물었다. 앞차가 감속하거나 정차해 있을 때 가속 페달에서 발을 떼면, 앞차와의 거리를 측정해 알아서 감속하다 완전히 멈춰서기 때문이다. 돋보이는 건 감속의 부드러움과 완전 제동 기능이다. 이브이3에 처음 탑재된 ‘스마트 회생 시스템 3.0’ 덕분이다.

스마트 회생 시스템은 교통 흐름이나 운전자 감속 패턴 등을 반영해 회생제동량을 자동 조절하는 기능인데, 이번 3.0 버전에는 몇 가지 새로운 기능이 추가됐다. 속도제한구간 등 안전운전 구간만 인지해서 감속했던 기존 시스템과 달리 코너, 고속도로 진출입로, 방지턱, 회전교차로 등을 인식할 수 있게 돼 이 구간에서도 회생제동 정도를 조절한다. 또, 차간 거리나 거리 단계 설정에 맞게 회생제동량을 조절하고, 앞차가 멈추면 브레이크 시스템을 협조 제어해 완전히 멈춰선다. 그렇기에 브레이크를 밟지 않아도 가속 페달에서 발을 떼면 알아서 앞차와의 안전거리를 두고 멈춰서는 것이다.

기아 이브이3의 1열 좌석 쪽 대시보드 모습. 남지현 기자

물론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 기능을 켜도 비슷한 경험을 할 수 있다. 차이는 운전자가 직접 브레이크를 밟을 때 크루즈 기능은 해제되지만, 스마트 회생 시스템은 계속 유지된다는 점이다. 전비 면에서는 스마트 회생 시스템이 우월하다. 즉, 기본적으로 운전자가 자율성을 갖고 운전하면서, 전비는 아끼고 자동 제동 기능만 쓰고 싶다면 스마트 회생 시스템을 켜면 된다. 오른쪽 패들시프터를 1초간 당기면 켜고 끌 수 있다.

이브이3에는 아이페달 3.0이란 기술도 처음 적용됐다. 가속 페달에서 발을 떼면 감속은 물론 완전 멈춤까지 돼 원 페달 주행을 가능케한다. 모든 회생제동 단계에서 사용 가능하고 후진할 때도 쓸 수 있는 게 이번 버전의 차이점이다.

1회 충전에 최대 350㎞·510㎞…3천만원 중반대 시작

트림 종류에 따라 1회 완충때 달릴 수 있는 최대 거리에는 차이가 있다. 스탠다드형에는 58.3킬로와트시 리튬이온배터리가 탑재돼있다. 1회 충전때 최대 주행 거리는 350㎞다. 급속 충전을 하면 배터리를 80%까지 충전하는 데 최단 29분이 걸린다고 회사는 설명했다. 롱레인지형에는 81.4킬로와트시 배터리가 장착돼 1회 완충때 501㎞까지 달릴 수 있다. 급속 충전 시간은 최단 31분으로 큰 차이가 없다. 전비는 17인치 타이어 기준이다.

가격은 기본 옵션만 포함할 때 엔트리급인 에어 트림 기준 스탠다드형이 약 4천만원, 롱레인지형이 약 4400만원이다. 지역에 따라 다르지만 각종 보조금을 받으면, 서울시 기준 스탠다드형은 약 3300만원, 롱레인지형은 약 3600만원에 구입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전기차 보급 노린 가성비 전기차

이브이3는 지난 7월 출시된 이후 두 달간 5977대가 팔렸다. 8월에만 4002대가 팔렸다. 더 저렴한 동급 내연기관 차량인 셀토스는 같은 기간 5551대 팔렸다. 나쁘지 않은 성적표다.

이브이3는 기아가 전기차 대중화를 겨냥해 내놓은 모델이다. 중국을 중심으로 전 세계 전기차 시장에서 가격 경쟁이 심화하고, 국내와 북미·유럽 등 주요 시장에서 전기차 수요가 둔화하는 이중고를 돌파하기 위한 야심작이다.

지난 7월 15일 오전 광주 광산구 덕림동 빛그린국가산업단지 내 광주글로벌모터스(GGM) 조립공장에서 캐스퍼 일렉트릭 1호 차가 공개되고 있다. 연합뉴스

현대자동차가 같은 전략으로 지난달 내놓은 소형 스포츠유틸리티 전기차 캐스퍼 일렉트릭은 보조금을 반영하면 2천만원 초중반대에 구매가 가능해 내연기관차와 견줘서도 가격 경쟁력을 갖는다. 캐스퍼 일렉트릭은 판매 첫 달 1439대가 팔렸다.

가격 부담을 낮추기 위한 노력도 다양하다. 현대차는 캐스퍼 일렉트릭 전용 리스 상품을 내놨는데, 배터리의 잔존가치를 리스 비용에 선반영해 할인해준다. 이렇게 낮춘 월 리스 비용은 27만3천원으로, 5년 계약 기간 후에는 다시 5년간 중고차 리스로 판매됐다가 폐차된다. 기아는 최근 기존 전기차 모델 코나, 아이오닉5·6에 대해 옵션을 줄인 실속형 트림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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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지현 기자 southj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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