軍 사기 저하에 잇단 탈영까지…우크라이나군 어쩌나
격전지 동부 전선서 "탈영·불복종"
美 지원 지연…"탄약 없어 포격 못해"
러 본토 공격 작전 "회의적 반응"도
[이데일리 이소현 기자] 전력 열세 속에 고군분투하는 우크라이나군이 심각한 사기 저하와 탈영으로 고전하고 있다.
8일(현지시간) CNN에 따르면 러시아군이 전력을 집중하는 동부 전선의 전략적 요충지 포크로우스크에서는 우크라이나군의 사기가 현저하게 떨어진 상황이다.
포크로우스크 전투에 참여한 한 부대 지휘관은 “2년 반 동안 이어진 러시아의 공세로 많은 우크라이나 부대가 전멸했다”며 “지원군은 거의 오지 않아 일부 병사들은 지치고 사기가 저하된 상태”라고 전했다. 2022년 2월 러시아의 침공으로 시작된 우크라이나 전쟁은 2년 6개월을 넘어섰으며, 현재 진행 중이다.
특히 우크라이나군에서 새로운 동원령에 따라 전장에 끌려 나온 신병들이 탈영과 불복종이 큰 문제가 되고 있다. 전쟁 초기 자원한 사람들과 달리 신병들 중 상당수는 선택의 여지 없이 올봄 발표된 동원법에 따라 소집되면서다. 이들은 특별한 허가를 받지 않는 한 정부가 동원 해제를 도입할 때까지 합법적으로 군대를 떠날 수 없는 처지다.
우크라이나군 지휘관은 “군인들이 모두 탈영하는 건 아니지만 대부분이 그렇다. 신병들이 이곳에 오면 얼마나 상황이 어려운지 알게 된다”며 “그들은 엄청난 수의 적 무인기, 포대, 박격포를 보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한 차례 진지에 들어갔다가 살아남은 사람은 다시는 그곳에 돌아가지 않는다”며 “그들은 진지를 떠나거나 전투를 거부하고 군대에서 벗어날 방법을 찾으려 한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상황은 지난 겨울과 올봄 우크라이나군이 병력과 무기의 열세 속에 어려운 시기를 보내면서 더욱 심각해졌다. 우크라이나군은 미국의 군사 지원이 몇 달간 지연되면서 탄약 부족을 겪었고, 이런 상황이 심각한 사기 저하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심지어 우크라이나 병사들은 당시 다가오는 적을 확실히 볼 수 있는 상황에서도 탄약이 없어 포격하지 못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동부 도네츠크의 또 다른 격전지 차시우야르에 배치된 부대 장교인 안드리 호레츠키는 “병사들은 참호 속에서 24시간 근무하는데 총을 쏘지 않으면 러시아군이 유리해진다”며 “러시아군 진군 소리를 듣는 병사들은 만약 총을 쐈다면 그런 일이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군 교대도 러시아군의 공격 드론의 증가로 위험해져 잘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제59 독립 기계화 보병 여단 장교인 세르히 체호츠키는 “3~4일 주기로 군인을 교대시키려 하지만 드론때문에 위험해 군인들이 더 오래 전장이 머물러야 할 때도 있다”며 “최장 기록은 20일”이라고 상황을 전했다.
전장의 상황이 악화하면서 탈영병도 점점 늘고 있다. 우크라이나 의회에 따르면 검찰은 올해 첫 4개월 동안 주둔지를 포기하거나 탈영한 혐의로 약 1만9000명의 군인에 대한 형사 소송을 시작했다.
병사들의 탈영과 무단결근이 잦아지자 일부 지휘관은 상부에 보고하지 않고 자발적으로 복귀하도록 설득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러한 상황이 일반화되면서 첫 번째 탈영이나 무단결근은 처벌하지 않도록 법이 바뀌기도 했다. 호레츠키는 “합리적인 조처”라며 “(처벌) 위협은 상황을 악화할 뿐이다. 현명한 지휘관은 병사들을 위협하는 상황을 피하려 할 것”이라고 했다.
우크라이나의 포크로우스크는 동부의 최대 격전지가 됐다. 앞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의 도네츠크와 루한스크 장악을 목표로 제시했고, 이 지역의 군사 및 공급 허브인 포크로우스크를 점령하는 것이 그 목표를 향한 주요 단계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포크로우스크에서 싸우는 우크라이나군은 병력 규모와 무기의 열세를 호소하고 있다. 일부 지휘관은 우크라이나군 1명이 러시아군 10명과 싸우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보안상의 이유로 이름을 밝히지 않은 한 여단 장교는 “부대 간의 의사소통 부족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사기 저하를 이유로 일부 부대에 전체적인 전황을 알려주지 않는 경우도 있고, 이웃 부대가 후퇴한 사실을 알리지 않아 러시아의 공격에 노출되는 사례도 있다고 전했다.
우크라이나군이 지난달 개전 후 최대 규모의 러시아 본토 기습 공격을 단행한 것과 관련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러시아 남서부 접경지 쿠르스크를 겨냥한 작전으로 지친 우크라이나 군인들에게 활력을 불어넣었다는 평가도 있지만, 쿠르스크 전선에 투입됐다가 지친 상태로 국경을 넘어 돌아온 병사들은 공격 작전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쿠르스크에서 임무를 끝내고 국경을 넘은 공병 대원 중 한 명은 “러시아에 들어간 게 이상했다”며 “이 전쟁에서 우리는 우리나라를 지켜야 했는데 지금은 다른 나라의 영토에서 싸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소현 (atoz@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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