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홍련'의 세 가지 성공 포인트[김덕희의 온스테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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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적 소재를 바탕으로 내용과 형식, 노래와 연기, 무대와 구성 등 모든 파트에서 높은 완성도로 만들어진 창작 뮤지컬이 등장했다.
지난 2022년 CJ문화재단의 스테이지업과 2023년 K-뮤지컬 국제마켓 리딩 쇼케이스를 거쳐 2024년 대학로 자유극장에서 공연하고 있는 뮤지컬 '홍련'이다.
한국적 소재의 뮤지컬들이 주로 역사물인 경우들이 많은데, '홍련'은 동화·설화·신화를 바탕으로 만들어낸 참신한 소재의 창작 뮤지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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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한국적 소재를 바탕으로 내용과 형식, 노래와 연기, 무대와 구성 등 모든 파트에서 높은 완성도로 만들어진 창작 뮤지컬이 등장했다. 지난 2022년 CJ문화재단의 스테이지업과 2023년 K-뮤지컬 국제마켓 리딩 쇼케이스를 거쳐 2024년 대학로 자유극장에서 공연하고 있는 뮤지컬 ‘홍련’이다. 초연 개막일이 7월 30일인데 일찌감치 매진행렬이 시작돼 10월 20일 폐막까지 자리가 거의 없을 정도로 큰 호응을 얻고 있다.
뮤지컬 ‘홍련’은 전래동화 '장화홍련', 고전설화 '바리데기' 그리고 제주도 무속신화 '차사본풀이'의 인물들을 한 자리에 모아 하나의 이야기로 만들어냈다. 한국적 소재의 뮤지컬들이 주로 역사물인 경우들이 많은데, ‘홍련’은 동화·설화·신화를 바탕으로 만들어낸 참신한 소재의 창작 뮤지컬이다.
주인공 홍련은 '장화홍련'의 동생 홍련인데 아버지와 남동생을 살해한 것에 대해 천도정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천도정 재판관은 바리공주이다. 바리공주는 아버지를 구하기 위해 저승의 고난길을 선택했던 그 제주도 설화의 바리공주다. 강림과 일직, 월직차사는 제주도 신화 '차사본풀이'의 인물인데 저승길로 인도하는 저승사자다.
홍련을 재판하는 이야기지만, 여기에 바리공주의 이야기들과 홍련의 비밀이 밝혀지면서 가부장제의 상처에 대한 뻔한 이야기가 아닌 지금의 관객들이 공감할 수 있는 주제로 발전된다. 이러한 주제의 확장은 ‘홍련’이 성공할 수 있었던 첫 번째 포인트다.
캐릭터가 정교하게 설정돼 있는데 한복에 스니커즈를 입고 등장한 홍련은 시종 반항적인 태도를 보인다. 재판관 바리공주는 극의 중심을 묵직하게 잡아준다. ‘신과 함께’에선 주인공이던 강림은 여기에선 바리공주의 충직한 하수인으로 등장한다. 캐릭터 배치를 통해 가부장제를 벗어나는 통쾌함을 전달하는 섬세한 캐릭터 세팅이 두 번째 성공 포인트다.
뮤지컬 ‘홍련’은 스탠드 마이크를 전면에 배치해 공간은 이승과 저승 사이 재판장이지만 형식적으로는 마치 콘서트 같은 쇼 구성으로 장면을 진행했다. 이러한 극적 설정은 관객에게 직접 이야기를 전달하는 방식과 잘 어울렸다. 그리고 이 재판이 죄를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해원(解冤)을 하는 씻김굿으로 전환되는 순간, 형식이 발전되고 주제가 확장됐다. 관객들이 카타르시스를 경험하는 장면으로 마무리됐다. 이렇듯 설명이 아닌 음악과 장면으로 주제를 풀어가는 것이야말로 이 작품의 가장 큰 매력이다.
그리고 바리 역의 이아름솔이 노래하는 넘버 ‘씻김’은 극장 전체를 꽉 채우는 소리를 통해 짜릿한 전율과 함께 이 공연을 완성시키는 최고의 장면이다. 주제와 형식을 정확하게 사용해 소극장에서의 효과를 극대화한 형식이 ‘홍련’의 세 번째 포인트다.
CJ문화재단, K-뮤지컬국제마켓 등 단계적 개발을 거친 덕에 초연인데도 불구하고 완성된 형태로 무대에 올라갈 수 있었는데, 이는 창작뮤지컬의 제작시스템과 창작진들이 성장했음을 보여주는 증거이다. 소재 선택뿐만 아니라 주제 확장을 통해 가부장의 문제가 아닌 상처받은 인물들이 스스로를 받아들이고 사랑하는 보편적인 이야기로 발전시킨 배시현 작가의 공도 주목된다. 그뿐만 아니라 다양한 장르의 곡을 만들고 음악을 통해 공간을 장악하며 드라마를 완성시킨 박신애 작곡가, ‘붉은 낡엽’, ‘동네’ 등의 작품을 통해 차세대 연출가로 주목받고 있는 이준우 연출가의 섬세한 연출 그리고 신진 제작사로서 작품의 완성도를 중심에 놓고 과감하게 제작을 추진한 옥한나 프로듀서 모두에게 박수를 보낸다.
마지막으로 뮤지컬 '홍련'의 초연을 놓치지 말라고 강력 추천한다. 거의 매진이라는 맹점이 있으나, 올가을 좋은 공연을 보고 싶다면 남은 좌석이라도 꼭 붙잡길.
/ 김덕희 서울시뮤지컬단 단장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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