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cal Mania] “삼청동 옆 팔판동”…지금 팔판동의 모습

2024. 9. 9. 1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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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종로구에는 총 87개의 동이 있다. 조선 건국부터 서울의 중심인 종로구는 유서 깊은 동네이다. 특히 경복궁과 창덕궁 사이에는 작은 동네들이 유독 몰려 있다. 삼청동, 소격동, 안국동, 송현동, 익선동, 팔판동, 화동, 사간동 등···. 우리는 이 동네를 그냥 북촌이라 부르지만 사실은 세심하게 구분해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그중 팔판동은 매우 매력적인 곳이다.

팔판동(사진 장진혁, 편집 허승주)
팔판동의 정확한 위치는 경복궁 담장과 삼청동 사이이다. 브라질대사관부터 시작해 국무총리 공관까지로 그 크기도 작다. 한때 삼청동이 핫플레이스로 떠오를 때도 팔판동은 그저 ‘삼청동 뒤 골목’이었다. 물론 당시에도 이곳에 자리했던 ‘그릴 데미그라스’, ‘가배’, ‘병우네’ 등을 찾는 이들이 있었지만 삼청동의 화려함에 비하면 비할 바 아니었다. 그러나 ‘세월 앞에 장사 없다’고 삼청동은 명성을 조금씩 잃었다. 그래도 삼청동은 ‘단팥죽집’, ‘삼청동수제비’, 갤러리 등으로 존재감을 이어갔다. 그런데 재미있는 일이 일어났다. 요즘 팔판동을 찾는 이들이 점점 많아진 것이다. 이는 마치 가로수보다 그 옆의 세로수길이 더 주목받는 것처럼 말이다.

팔판동의 골목길은 혼잡하진 않지만, 들어서면 묘한 감성을 발견하게 된다. ‘다름의 조화’이다. 한옥, 개조 한옥, 현대식 건물, 작은 골목에 처마를 맞댄 한옥들이 얼핏 어울리지 않지만 편안함을 안겨준다. 이곳의 유명 숍은 니치 향수숍 ‘빌라 에르바티움’이다. 방탄소년단의 RM이 찾았다는 소문에 유명세를 탄 에르바티움은 외관보다 실내가 더 멋지다. 마치 중세 유럽의 향수가게처럼 인테리어가 눈을 사로잡는다. 고풍스럽지만 세련되고, 진열품은 많지만 그것들은 나름 질서가 있다.

‘팔판김밥’도 많은 이들이 찾는 곳이다. 팔판김밥, 꼬마김밥, 어묵을 파는데 대부분 포장손님이 주이다. 계란 지단과 각종 재료로 속이 꽉 찬 김밥은 기본기에 충실한 맛이다. 드라마 ‘글로리’ 촬영지였던 ‘카페 로쏘’ 역시 재미있다. 천장에 달려있는 각종 행잉 장식품은 나름 감성 돋는다. 스테이크 전문점인 ‘부띠끄경성’, 볕이 잘드는 카페 ‘보드레 안다미로’ 역시 많은 이들이 찾는 곳이다.

‘카페D55’는 매우 특색 있는 ‘퍼니처 카페다. 인테리어 전문업체 디인더스트리가 가구 전시장 겸 카페로 오픈한 공간이다. 1층에 있는 테이블, 의자, 장식장, 조명, 소품 등은 모두 구매가 가능하다. 이곳만의 수제 초콜릿을 먹고 독창적인 가구를 구경하는 것도 기분 좋다. 재벌 회장님의 정육점으로 알려진 3대째 팔판동의 터줏대감 팔판정육점, 월전 장우성 화백이 한국전통 미술을 육성하기 위해 세운 한벽원미술관도 일견을 권하고 싶다.

[글과 사진 장진혁(칼럼니스트)]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946호(24.9.10)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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