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창호 인권위원장의 취임사 속 사회적 약자에 '성소수자'는 없었다

박상혁 기자 2024. 9. 9. 1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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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창호 신임 인권위원장은 9일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사무실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우리는 사회로부터 소외된 분들에게 지극한 사랑의 마음으로 다가서야 한다"며 다가가야 할 사회적 약자로 △다문화가정, △북한이탈주민, △노인, △장애인, △여성, △범죄 피해자, △재난 피해자를 언급했다.

구체적으로, 다문화가정과 북한이탈주민에는 "이분들이 새로운 문화와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고 고통을 호소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이분들에게 열린 마음으로 다가가 고통을 함께하고 존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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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사회 반발에 외부인 취임식 참관 차단… 인권단체 "安 혐오발언 재발 방지 대책 말해야"

성소수자를 향한 차별과 혐오 발언으로 '자격 미달' 지적을 받은 안창호 제10대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이 취임식에서 성소수자, 포괄적 차별금지법(평등법) 제정에 대한 언급을 배제했다. 인권 시민단체는 "차별금지법을 반대하는 인권위원장이 있는 3년간 성소수자들이 어떤 인권을 보장받겠느냐"며 안 위원장의 취임에 대해 반대 목소리를 냈다. (☞관련기사 : 송두환의 마지막 당부 "평등법 제정", '기독 보수' 안창호에 막히나)

안창호 신임 인권위원장은 9일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사무실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우리는 사회로부터 소외된 분들에게 지극한 사랑의 마음으로 다가서야 한다"며 다가가야 할 사회적 약자로 △다문화가정, △북한이탈주민, △노인, △장애인, △여성, △범죄 피해자, △재난 피해자를 언급했다.

구체적으로, 다문화가정과 북한이탈주민에는 "이분들이 새로운 문화와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고 고통을 호소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이분들에게 열린 마음으로 다가가 고통을 함께하고 존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노인에 대해서는 "우리나라는 이제 초고령화 시대에 돌입했으나 가족들에게 헌신하다 노후를 대비하지 못한 많은 분들이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며 "우리나라 노인빈곤율과 자살률은 국제개발협력기구(OECD) 회원국 중 1위"라고 했다.

장애인과 여성에 대해서는 "차별과 관련해 아직 개선되지 못한 부분이 많이 남아있다"고 짧게 언급했으며, 범죄와 재난으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고통받고 있다며 "미흡한 제도 관행으로 인해 고통당하는 분들에게 어진 마음으로 다가서야 한다"고 했다.

이처럼 사회적 약자들을 세세히 호명한 안 위원장은 그러나 성소수자에 대해서는 어떤 언급도 하지 않았다. 전임인 송두환 전 위원장이 퇴임사에서 마지막으로 당부한 차별금지법 제정에 대해서도 침묵했다.

▲안창호 신임 국가인권위원장이 9일 오전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열린 인권위원장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성소수자와 차별금지법에 대한 언급이 빠진 취임사는 성소수자 및 차별금지법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견지해왔던 안 위원장의 의사가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안 위원장은 저서, 언론 칼럼 등을 통해 포괄적 차별금지법이 제정되면 "김일성 세습왕조를 정당화하는 주체사상, 성적 지향 등에 대한 부정적 논의는 차별행위가돼 할 수 없게 된다"며 성소수자에 대한 부정적 논의를 허용해야 한다는 취지의 주장을 했다.(☞관련기사 : [단독]인권위원장 후보가 "차별금지법, 성적 지향에 그릇된 인식 갖게 될 수 있다")

또 차별금지법 도입 시 "에이즈, 항문암, A형 간염 같은 질병의 확산을 가져올 수 있다", "신체 노출과 그에 따른 성충동으로 인해 성범죄가 급증할 수 있다"는 의견을 밝히는 등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적 시선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관련기사 : [단독]안창호 "차별금지법, 신체 노출 따른 성충동으로 성범죄↑")

이같은 안 위원장의 시각은 성소수자 권리를 옹호해왔던 인권위원회의 태도와 정면으로 배치된다. 인권위는 지난 5월17일 '국제 성소수자 혐오 반대의 날' 34주년을 맞아 "성소수자를 향한 차별과 혐오를 더 이상 용납해선 안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동성애 조장 및 성정체성 혼란을 들어 서울·충남에서 폐지된 학생인권조례와 경기지역 초·중·고교에서 성교육 도서 2500권이 폐기된 사건을 거론하며 "성소수자들을 우리 사회 구성원으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으로 보인다"고 우려를 표한 바 있다.

한편, 인권위는 취임식 과정에서 분쟁이 발생할 것을 우려해 전·현직 인권위원, 인권위원회 직원, 언론인 외 외부인 참관을 차단했으며 유튜브 생중계도 인권위 직원들을 대상으로만 진행했다. 이로 인해 인권위가 준비한 80여 석 중 곳곳이 비었으며, 취임식을 참관하려는 시민과 갈등을 빚기도 했다.

이날 36개 시민단체가 모인 '국가인권위원회 바로잡기 공동행동'은 안 위원장이 인사청문회장에서 한 혐오 발언에 대한 진정을 인권위에 제기하는 한편 인권위 사무실 앞에서 안 위원장 취임 반대 집회를 열었다. 안 위원장은 지난 3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 참석해 "차별금지법이 제정되면 마르크시스트와 파시스트가 활개치고 공산주의 혁명에 이용될 수 있다는 취지의 말을 저서에서 했는데, 지금도 그렇게 생각하느냐"는 조국혁신당 신장식 의원의 질문에 "그런 우려가 있다"고 답한 바 있다.

시민단체 대표로 진정을 제기한 박한희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만드는법 변호사는 "안 위원장이 인사청문회에서는 체면치레로나마 (성소수자의) 인권을 존중하겠다고 말할 줄 알았지만, 부끄러움 없이 수 시간 동안 혐오 발언을 쏟아냈다"며 "차별금지법을 반대하는 인권위원장이 있는 3년간 성소수자들이 어떤 인권을 보장받겠나. 인권위는 안 위원장의 차별 발언을 빨리 조사하고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을 말하라"고 촉구했다.

▲안창호 인권위원장 취임식이 열린 9일 오전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국가인권위원회 바로잡기 공동행동' 주최로 열린 위원장 청문회 혐오발언 차별 진정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규탄 발언을 하며 손팻말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박상혁 기자(mijeong@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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