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박형준·홍준표·강기정 있지만…김동연만 빠졌다 [오상도의 경기유랑]

오상도 2024. 9. 9. 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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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도지사협의회, 17명 단체장 중 ‘서명’ 거부 유일
협의회, 의대 증원 초당적 지지…잇단 공동호소문
“의료계도 대화 나서달라…지방대 중심 의대 증원”
“의료개혁 위해 의료파업 매듭지어야”…지역 의대↑
김동연 “누적된 구조적 문제, 사회적 대화·중장기 계획”
광주·전남·전북·제주 民主 시·도지사 찬성…‘소신’ 반대
4월 호소문도 ‘불참’…6월 “정부·의료계 양보”에 ‘동참’
경기도 “호소문 전체 봐야, 우리 갈 길 간다”…마이웨이

김동연 경기도지사만 빠졌다. 

전국 16개 시·도지사들이 “의료계가 보다 유연하게 정부와 대화에 나서달라”며 연명(連名)한 공동호소문 얘기다.
김동연 경기도지사. 경기도 제공
이달 6일 시·도지사들이 서명을 마친 호소문은 8일 오후 언론을 통해 공개됐다. 시·도지사협의회장인 박형준 부산시장 명의로, 의료체계 정상화를 촉구하는 내용을 담았다. 
호소문에는 강기정 광주시장, 김관영 전북지사, 김영록 전남지사, 오영훈 제주지사 등 김동연 지사를 제외한 더불어민주당 소속 도백(道伯)들이 모두 참여했다.
지난 6월 시·도지사들이 서명한 공동호소문. 김동연 지사를 비롯해 17명의 시·도지사들이 모두 참여했다. 시·도지사협의회 제공
◆ “사회적 대화로 풀어야…‘정부 밀어붙이기’ 아닌 중장기 계획 필요”

여야의정 협의체 구성에도 의료계가 2025학년도 의대 증원 재검토를 완강하게 주장하며 참여를 거부하는 가운데 대화의 물꼬를 트려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연판장(連判狀)에 가까운 글에는 “국민 안전을 위해 정부와 대화에 나서달라”며 의료계를 향해 쏟아낸 호소들이 줄지어 담겨있다. 배경에는 추석 연휴를 앞두고 불거질지 모르는 의료공백·의료대란에 대한 불안감이 자리한다.

그런데 행간을 깊숙이 살펴보면, “여전히 지방대학 중심의 의대 증원은 반드시 필요하다”며 윤석열 정부의 의료개혁에 대한 초당적 지지 의사를 밝히는 데 방점이 찍혔다. 

“이번에 첫걸음을 뗀 의료개혁의 방향성과 동력을 잃지 않으면서 증원 논란과 의료계 파업이 조속히 매듭지어져야 한다”는 주장이다.

앞서 정부는 2025학년도 의대 정원 증원 규모를 당초 2000명에서 1509명으로 축소 조정했고, 2026학년도 증원 규모 역시 논의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정치권에서도 여야의정 협의체가 마련된 만큼 시·도지사들이 지원사격에 나선 것이다.

이를 바꿔 말하면 지역 의료 책임자인 시·도지사들이 정부 의료개혁의 방향성을 지지하며 의료계가 대승적 차원에서 대화에 나서라는 간접적 압박으로 보인다. 그동안 의료계가 주장해온 원점 재검토와는 거리가 멀고, ‘의료공백’을 ‘의료파업’이라 부르며 책임이 의료계에 있는 것처럼 몰아가는 분위기로 비칠 수 있다. 

실제로 해당 시·도지사들은 서울시를 제외하고 모두 지방의대 정원 증원의 혜택을 본 광역단체장들이다. 서명에 참여하지 않은 김 지사의 경기도 역시 지역 의대들이 상당 폭의 증원 효과를 누렸다. 
이달 6일 시·도지사들이 서명한 공동호소문. 17명의 시·도지사 가운데 김동연 지사의 이름만 빠져 있다. 시·도지사협의회 제공
◆ “정부의 전향적 입장 언급하지 않아”…서울 外 시·도 의대 증원 혜택

시·도지사협의회는 지난 6월과 4월에도 비슷한 맥락의 성명을 낸 바 있다. 김 지사는 6월에는 서명에 동참했으나 4월에는 하지 않았다. 그가 선택에 나선 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어 보인다. 당시 호소문들을 읽어보면 이를 짐작할 수 있다.

6월 호소문에선 시·도지사들이 의료계에 “집단휴진을 중단하고 환자를 지켜달라”고 부탁하는 내용이 담겼다. 의료체계가 무너지기 일보 직전이라는 위기감 속에서 의료 현장으로 돌아와 달라는 호소였다.

특히, “대화와 소통 그리고 양보와 타협이라는 원칙에 기반해 우리 사회가 만들어 갈 의료정책과 의료개혁 방향을 정부와 의료계가 함께 협의해달라”며 의료계와 정부에 모두 양보를 당부했다.

반면 지난 4월 호소문은 의료계의 양보를 요구하는 쪽으로 무게가 잔뜩 기울었다. “시간과 장소, 주제에 구애받지 말고 대화하자. 이틀째 이어지는 대통령의 호소에 이제는 전공의들이 답해야 할 차례”라며 “의료개혁, 의료 정책 방향을 정부와 함께 고민해 달라. 이제 소통과 이해, 양보와 협력만이 파국을 막고 위기를 극복하는 유일한 길”이라고 적었다. 
이달 6일 오후 서울의 한 대학병원 권역응급의료센터 앞으로 구급차가 지나가고 있다. 뉴시스
당시 김 지사는 호소문 불참 이유를 명확히 했다.

서명 불참 직후 경기도는 “김 지사는 의대 정원 증원과 관련해 이미 여러 차례 입장을 밝힌 바 있다”면서 “‘의대 정원 확대는 사회적 대화로 풀어야 하며 중앙정부의 밀어붙이기로는 문제를 풀 수 없다는 점, 오래 누적된 구조적 문제인 만큼 정교한 중장기적 계획을 세우고 추진해야 한다’고 밝혔다”고 말했다.

성명서 내용도 문제 삼았다. “일부 아쉬운 점이 있다. 전공의들에게만 대화에 참여할 것을 촉구할 뿐 정부의 전향적 입장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고 있다”고 잘라 말했다.

김 지사의 이 같은 의지는 최근 행보에서도 드러난다.

이달 7일 정부가 2026학년도 의대 정원 증원과 관련해 의료계에서 합리적 방안을 제시하면 충분한 논의가 가능하다고 한 데 대해 “의료계에 대안을 내놓으라 하는 건 정부의 문제 해결 의지가 없거나 있더라도 일머리가 없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CBS 라디오에 출연, “개혁하겠다는 사람이 일머리가 없으면 오히려 망친다. 지금의 오기를 포기해야 한다”고 일침을 가했다. 해법으로는 대통령의 결자해지를 꼽았다. “원점에서 신속하게 대안을 만들어야 한다”는 뜻이다.
이달 3일 경기 수원시 아주대병원 응급실을 찾은 환자들이 병원 안에서 대기하고 있다. 오상도 기자
◆ “의료계에 대안 요구, 일머리 없는 것”…道 의료원장에 이필수 前 의협회장 낙점

김 지사가 중앙정부의 즉흥적 의료정책과 땜질식 처방에 맞선다며 나선 반격은 또 있다.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안에 반발해 사퇴한 이필수 전 대한의사협회장을 도내 6개 대형 공공병원을 책임지는 경기도의료원장에 내정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의협 국회 총선기획단장 등을 거치며 꾸준히 정치성향을 드러내 온 이 내정자가 회장 재임 기간 ‘금고 이상 의료인 면허 취소법’과 ‘간호법’ 제·개정에 강하게 반발하며 반대 투쟁을 주도한 이력을 지녔음에도 ‘강수’를 둔 셈이다. 

간호법 처리 등을 두고 민주당(김 지사의 소속 정당)과 극심한 갈등을 빚었던 이 내정자를 내세운 건 민주당 안에서도 의외라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한편 김 지사는 이번 호소문 내용을 파악하고 서명을 단호하게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이를 회의에서 공유하진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 때문에 도 내부 핵심인사들 사이에선 시·도지사협의회의 호소문이 공개되기 전까지 김 지사의 서명 불참 사실을 모르는 이들이 많았다.
이달 3일 경기 수원시 아주대병원 응급실 앞에 구급차가 정차해 있다. 오상도 기자 
경기도 관계자는 서명 불참과 관련, “공동호소문은 내용 전체를 봐야 한다. 다른 시·도지사들과 꼭 같이 해야 하느냐는 건 다른 문제”라며 “우리는 우리 갈 길을 가면 되지 않겠냐”고 되물었다.
최근 대권 장외레이스에 뛰어든 김 지사는 여전히 윤석열 정부에 대한 비판의 강도를 키우고 있다. 최근 라디오 방송에선 민주당의 ‘신(新) 3김(金)’(이재명 대표의 대항마로 거론되는 김동연 지사, 김부겸 전 총리, 김경수 전 경남지사) 표현과 도지사 연임 여부를 묻는 말에 “도정에 집중하고 있다”면서도 “신 3김은 국민이 정권교체를 열망하며 파이를 키우라는 뜻으로 들리고 정치는 파이를 자꾸 키워야 한다”고 언급했다.

수원=오상도 기자 sdo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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