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박형준·홍준표·강기정 있지만…김동연만 빠졌다 [오상도의 경기유랑]
협의회, 의대 증원 초당적 지지…잇단 공동호소문
“의료계도 대화 나서달라…지방대 중심 의대 증원”
“의료개혁 위해 의료파업 매듭지어야”…지역 의대↑
김동연 “누적된 구조적 문제, 사회적 대화·중장기 계획”
광주·전남·전북·제주 民主 시·도지사 찬성…‘소신’ 반대
4월 호소문도 ‘불참’…6월 “정부·의료계 양보”에 ‘동참’
경기도 “호소문 전체 봐야, 우리 갈 길 간다”…마이웨이
김동연 경기도지사만 빠졌다.
여야의정 협의체 구성에도 의료계가 2025학년도 의대 증원 재검토를 완강하게 주장하며 참여를 거부하는 가운데 대화의 물꼬를 트려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연판장(連判狀)에 가까운 글에는 “국민 안전을 위해 정부와 대화에 나서달라”며 의료계를 향해 쏟아낸 호소들이 줄지어 담겨있다. 배경에는 추석 연휴를 앞두고 불거질지 모르는 의료공백·의료대란에 대한 불안감이 자리한다.
그런데 행간을 깊숙이 살펴보면, “여전히 지방대학 중심의 의대 증원은 반드시 필요하다”며 윤석열 정부의 의료개혁에 대한 초당적 지지 의사를 밝히는 데 방점이 찍혔다.
“이번에 첫걸음을 뗀 의료개혁의 방향성과 동력을 잃지 않으면서 증원 논란과 의료계 파업이 조속히 매듭지어져야 한다”는 주장이다.
앞서 정부는 2025학년도 의대 정원 증원 규모를 당초 2000명에서 1509명으로 축소 조정했고, 2026학년도 증원 규모 역시 논의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정치권에서도 여야의정 협의체가 마련된 만큼 시·도지사들이 지원사격에 나선 것이다.
이를 바꿔 말하면 지역 의료 책임자인 시·도지사들이 정부 의료개혁의 방향성을 지지하며 의료계가 대승적 차원에서 대화에 나서라는 간접적 압박으로 보인다. 그동안 의료계가 주장해온 원점 재검토와는 거리가 멀고, ‘의료공백’을 ‘의료파업’이라 부르며 책임이 의료계에 있는 것처럼 몰아가는 분위기로 비칠 수 있다.
시·도지사협의회는 지난 6월과 4월에도 비슷한 맥락의 성명을 낸 바 있다. 김 지사는 6월에는 서명에 동참했으나 4월에는 하지 않았다. 그가 선택에 나선 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어 보인다. 당시 호소문들을 읽어보면 이를 짐작할 수 있다.
6월 호소문에선 시·도지사들이 의료계에 “집단휴진을 중단하고 환자를 지켜달라”고 부탁하는 내용이 담겼다. 의료체계가 무너지기 일보 직전이라는 위기감 속에서 의료 현장으로 돌아와 달라는 호소였다.
특히, “대화와 소통 그리고 양보와 타협이라는 원칙에 기반해 우리 사회가 만들어 갈 의료정책과 의료개혁 방향을 정부와 의료계가 함께 협의해달라”며 의료계와 정부에 모두 양보를 당부했다.
서명 불참 직후 경기도는 “김 지사는 의대 정원 증원과 관련해 이미 여러 차례 입장을 밝힌 바 있다”면서 “‘의대 정원 확대는 사회적 대화로 풀어야 하며 중앙정부의 밀어붙이기로는 문제를 풀 수 없다는 점, 오래 누적된 구조적 문제인 만큼 정교한 중장기적 계획을 세우고 추진해야 한다’고 밝혔다”고 말했다.
성명서 내용도 문제 삼았다. “일부 아쉬운 점이 있다. 전공의들에게만 대화에 참여할 것을 촉구할 뿐 정부의 전향적 입장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고 있다”고 잘라 말했다.
김 지사의 이 같은 의지는 최근 행보에서도 드러난다.
이달 7일 정부가 2026학년도 의대 정원 증원과 관련해 의료계에서 합리적 방안을 제시하면 충분한 논의가 가능하다고 한 데 대해 “의료계에 대안을 내놓으라 하는 건 정부의 문제 해결 의지가 없거나 있더라도 일머리가 없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 지사가 중앙정부의 즉흥적 의료정책과 땜질식 처방에 맞선다며 나선 반격은 또 있다.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안에 반발해 사퇴한 이필수 전 대한의사협회장을 도내 6개 대형 공공병원을 책임지는 경기도의료원장에 내정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의협 국회 총선기획단장 등을 거치며 꾸준히 정치성향을 드러내 온 이 내정자가 회장 재임 기간 ‘금고 이상 의료인 면허 취소법’과 ‘간호법’ 제·개정에 강하게 반발하며 반대 투쟁을 주도한 이력을 지녔음에도 ‘강수’를 둔 셈이다.
간호법 처리 등을 두고 민주당(김 지사의 소속 정당)과 극심한 갈등을 빚었던 이 내정자를 내세운 건 민주당 안에서도 의외라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수원=오상도 기자 sdo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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