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부동산 PF ‘셀프 매각’해 이익 늘린 저축은행 적발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본원. /뉴스1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 채권을 ‘셀프 매각’해 재무제표상 당기순이익을 늘린 저축은행이 금융감독원 검사에서 적발됐다. 금감원은 해당 저축은행의 대출채권 매각을 도운 자산운용사도 자본시장법을 어긴 혐의가 있다고 보고 있다.

금감원은 9일 A저축은행과 B자산운용사에 대한 수시검사 잠정 결과를 발표했다. 금감원은 금융권의 부동산 PF 부실 채권 정리 과정 중 일부 금융사들이 사모펀드를 조성 후 부실을 미루는 양상을 인지하고 A저축은행 및 관련 펀드 운용사 B자산운용사에 대한 수시검사에 나섰다.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 6월, A저축은행은 B자산운용사의 ‘저축은행 부동산 PF 정상화 1차 펀드’에 908억원을 투자했으며 자사의 부동산 PF 부실 채권을 장부가액 보다 높은 가격(955억원)으로 팔아 매각이익 64억원을 챙겼다. 이 저축은행은 8월에도 B자산운용사의 2차 펀드에 585억원을 투자했고 같은 방법으로 부실 채권을 646억원에 팔아 차익 65억원을 거뒀다.

A저축은행은 B자산운용사가 조성한 2개의 부동산 PF 정상화 펀드에 1500억원이 넘는 돈을 투자하면서 투자 비율과 정확히 일치하는 비율로 자사의 부동산 PF 채권을 매각했다. 금감원은 펀드를 통해 매각된 부동산 PF 채권이 펀드수익증권으로 대체돼 사실상 부동산 PF 채권을 보유한 것과 같다고 판단했다. A저축은행은 당기순이익에 129억원이 환입됐고 부실채권이 명목상 정리돼 연체율을 낮추는 효과를 거뒀다.

금융감독원 제공

금감원은 B자산운용사에 대해서는 자본시장법 위반 소지가 있다고 보고있다. B자산운용사는 A저축은행이 참여한 펀드 운용사로 자본시장법상 금지하는 OEM 펀드를 운용해 저축은행의 부실 이연을 도왔다는 게 금감원의 설명이다.

금감원은 A저축은행의 부동산 PF 대출 매각 차익에 대해서는 손상차손을 인식하도록 지도했고 장부를 다시 계상하도록 지도할 예정이다. 또한 B자산운용사에 대해서는 법적 조치를 취할 계획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금융사가 OEM 펀드 등을 활용해 부실채권 정리를 미루지 않도록 시장감시를 지속하겠다”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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