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 "2025년 포함해 모든 증원 취소,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 폐기" 요구

박정렬 기자 2024. 9. 9.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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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현택 대한의사협회 회장./사진=[서울=뉴시스] 김근수 기자


대한의사협회(의협)가 9일 의료 정상화를 위해 정부에 모든 의대 정원 증원 취소, 필수의료 정책패키지 폐기, 의정합의 이행 약속 등 세 가지 조건을 제시했다. 정부와 정치권이 의료대란 해결을 위해 여야의정 협의체 구성에 나선 가운데 수시 접수 시작으로 돌이킬 수 없게 된 '의대 정원' 문제를 또다시 꺼내며 "의대 정원을 논의할 수 있는 가장 빠른 학년은 2027년"이라고 주장했다.

의협은 이날 '의료정상화를 위한 대국민 호소문'을 통해 이런 세 가지 안을 정부에 제안했다.

의협은 "우리나라 의료는 싸고 잘 고치는 세계적인 성공 사례로 함부로 뒤엎을 문제 덩어리가 아니다"며 "진료비는 미국의 몇십분의 1밖에 안 되고, 치료율은 어느 선진국보다 좋아 많은 해외 교포와 외국인들이 우리나라로 치료받으러 온다"며 국내 의료를 '보물'이라 칭했다.

하지만 전공의 집단 이탈 이후 응급실을 비롯한 의료 현장의 위기는 고조되고 있다. 의료 대란이 악화하는 상황에 이를 해결할 유일한 방법은 전공의들의 복귀라는 게 의협의 시각이다. 의협은 "(전공의 등이) 제시한 7가지 요구 중 첫 번째가 의대 증원 및 필수의료정책패키지 전면 백지화"라며 "2025년을 포함한 의대 증원 취소가 없으면, 전공의들은 돌아오지 않겠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의협은 이날 의대 증원에 따른 문제점을 조목조목 짚었다. 우선 의사 수 증가가 의료비를 높이고 의료 품질을 떨어트리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의대 증원을 2년 미뤄도 7년 후 의사 수 차이는 2% 정도에 불과해 "국민 생명을 담보로 의료 현장의 위기를 초래할 만큼 의대 증원이 시급한 문제가 아니다"고 의협은 밝혔다.

교육 현장의 혼란에 대해서는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지키기 위한 증원 취소는 수험생과 학부모님들도 이해해 주실 것이라 믿는다"며 이해를 구했다. 오히려 올해 증원을 강행하면, 휴학 중인 의대생이 돌아올 때 현재 정원의 2.5배인 7500명을 교육해야 해 수년간 의대와 수련병원의 교육은 불가능하다는 게 의협의 주장이다.

[서울=뉴시스] 홍효식 기자 = 전국의대학부모연합 회원들이 2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의대 교육 정상화 촉구 집회를 하고 있다. 2024.08.29. /사진=홍효식


의협은 "결국은 학생들과 국민들의 문제로 돌아올 것"이라며 "의대는 졸업했는데 실력이 부족하여 의사 면허를 못 받는 학생들이 늘거나, 실력 없는 의사들이 배출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순리와 법에 따라 의대 정원을 논의할 수 있는 가장 빠른 학년은 2027년"이라면서 "2026년도 이미 정상적인 논의를 하기에는 늦었습니다. 현시점에서 2027년도가 의대 정원 변경을 법에 맞게 논의할 수 있는 가장 빠른 시기이며, 2025년 5월까지 논의해 정하는 것이 정상적"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정부는 의사들의 통일된 안을 가져오라고 하는데, 충분한 시간도 주지 않으면서 그런 요구를 하는 것은 일종의 폭력"이라며 "논의에 필요하다면 저희가 생각하는 의대정원 안을 마련하겠다. 하지만 의료계에서 공감대를 얻으려면 시간이 필요해 2027년 정원이 제대로 논의할 수 있는 가장 가까운 연도"라고 강조했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사진=[서울=뉴시스] 권창회 기자


의협은 전공의 복귀를 위해 의대 증원과 함께 거론되는 필수의료정책패키지 등 의료 정책의 '백지화'도 아울러 주장했다. 의료소송 위험을 낮추는 방안 등 방향성 면에서 공감하는 내용도 있는 만큼 순차적으로 논의 후 도입하자며 여지를 두긴 했다.

끝으로 의협은 정부의 일방적인 정책 추진을 두고 "2000년 의약분업 사태부터 지난 24년간 정부는 의료계에 약속한 의정 협의 결과를 한 번도 제대로 이행한 적이 없다"고 날을 세웠다. 의사들의 직역 이기주의 때문에 의료 개혁을 하지 못했다는 것은 '거짓말'로 오히려 국민에게 장기적으로 큰 영향을 미치는 의료 정책을 허겁지겁 통과하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의협은 "이번 의료 농단을 유발한 책임자들을 향후 모든 의료 정책 결정 과정에서 철저히 배제해야 파탄 난 의정 간의 신뢰가 회복될 것임을 분명히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첫 단추가 잘못 끼워졌는데 다음 단추를 끼우는 방법을 논의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며 "단기적으로는 전공의들이 돌아와 의료를 정상화하기 위해서, 그리고 장기적으로는 올바른 정책을 만들기 위해서, 우리가 모두 순리와 합리로 돌아와야 한다고 믿는다. 국민들께서 정부에게 순리로 돌아올 것을 요구해 주시기 간곡히 바란다"고 전했다.

박정렬 기자 parkjr@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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