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쟁의 손배소 사실상 봉쇄… ‘사업장 폭력 점거’에 면죄부 [‘反기업법’ 더 세진 22대 국회]

이근홍 기자 2024. 9. 9.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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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 당시 사회적 합의를 이루지 못해 처리되지 않았던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이 22대 국회에서 오히려 독소조항을 더하며 경제·산업계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불법쟁의행위를 둘러싼 손해배상 문제의 99%가 '폭력적인 사업장 점거' 관행에서 비롯되고 있음에도, 개정안에는 이를 개선하기 위한 해결책이 아닌 불법쟁의행위에 대한 손해배상청구를 사실상 봉쇄하는 내용이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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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反기업법’ 더 세진 22대 국회 - (4) 불법파업 부추기는 노란봉투법
가담자별 손배책임 나누는 등
개정안엔 ‘독소 조항’ 더 세져

문재인 정부 당시 사회적 합의를 이루지 못해 처리되지 않았던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이 22대 국회에서 오히려 독소조항을 더하며 경제·산업계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불법쟁의행위를 둘러싼 손해배상 문제의 99%가 ‘폭력적인 사업장 점거’ 관행에서 비롯되고 있음에도, 개정안에는 이를 개선하기 위한 해결책이 아닌 불법쟁의행위에 대한 손해배상청구를 사실상 봉쇄하는 내용이 담겼다. 해당 조항이 극단적인 불법파업을 조장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9일 고용노동부의 불법쟁의행위 관련 손해배상 소송·가압류 실태조사(2009∼2022년 8월 기준)에 따르면 전체 판결 63건의 인용액 332억2000만 원 중 98.6%인 327억5000만 원은 ‘사업장 점거’에 따른 청구 결과였다. ‘집회·시위·농성’과 ‘파업’에 따른 인용액은 각각 4억1000만 원, 6000만 원이었다. 청구 원인별 사건수도 사업장 점거가 31건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집회·시위·농성(14건), 파업(11건), 기타(7건) 순이었다.

이처럼 노조의 사업장 점거가 파업 과정에서 발생하는 주요 불법행위로 이어지는 가운데 야당은 불법쟁의행위에 대한 사용자의 손해배상청구를 제한하는 방향으로 법 개정을 강행하고 있다. 현행법에서는 불법행위 가담자 전원에게 연대책임을 부과할 수 있으나, 개정안은 가담자별 가담 정도(귀책사유와 기여도)에 따라 손해배상책임을 나누도록 하고 있다. 나아가 개정안은 사용자의 불법행위를 이유로 한 노조의 불법행위 손해배상책임을 면제하는 규정도 두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복면을 쓰거나 CCTV를 가리고 사업장을 점거하면 경찰의 협조하에서도 대부분 신원 확인이 어렵다”며 “손해배상책임을 개인별로 인정한다면 피해자는 있으나 가해자는 없는 상황이 필연적으로 발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영계는 미국·영국·독일 등 주요 선진국에서 사업장 점거를 불법행위로 간주하는 만큼, 우리나라도 현행법을 개정해 극단적인 노사 갈등을 예방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현행 노조법 제42조 1항은 ‘생산 기타 주요업무에 관련되는 시설과 이에 준하는 시설로서 대통령령이 정하는 시설’에 대해서만 점거를 금지하고 있는데 이 기준을 ‘사업장’으로 명확히 해야 한다는 것이다.

노란봉투법은 22대 국회에서 본회의를 통과했지만, 윤석열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로 재표결을 앞두고 있다.

이근홍 기자 lkh@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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