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발’됐던 중국 외교장관, 여기서 일하고 있었다

지난해 중국 외교부장(장관) 직에서 해임된 친강(58) 전 부장이 베이징의 국영출판사에 소속돼 있다고 미국 워싱턴포스트가 보도했다.

이 매체는 8일(현지시각) 미국 전직 관리 2명을 인용해, 친 전 부장이 중국 외교부 산하의 한 출판사에서 하위 직책을 맡고 있다고 보도했다. 친 전 부장이 소속된 출판사는 베이징 중심가의 한 골목에 있는 ‘월드 어페어스 프레스’(세계지식출판사)이다. 이 출판사는 외교부에 소속돼 있으며, 국제정치와 외교 분야를 중심으로 경제, 문화, 군사, 과학기술 등 다방면의 책을 출판한다. 워싱턴포스트는 “이 출판사는 대중에게 개방된 서점도 있다”며 “직접 방문해 물어봤으나, 서점 직원들은 친강이 출판사에서 일한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고 보도했다. 또 중국 외교부도 친 전 부장의 출판사 근무에 대한 질문에 답하지 않았다고 매체는 전했다.

친 전 부장은 올해 봄부터 출판사에 소속된 것으로 보인다. 미국 전직 관리들은 친 전 부장의 서점 근무는 “올해 봄”부터라며 “이는 그가 곤경에서 벗어났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전했다. 이들은 이어 “그가 감옥에는 가지 않겠지만 그의 경력은 끝났다”고 말했다.

친 전 부장은 시진핑 체제 3기 출범 직후인 2022년 12월 중국 외교부장으로 발탁됐고, 이듬해 3월 5명뿐인 국무위원에 뽑히는 등 초고속 승진 가도를 달렸다. 시 주석이 주미 중국대사를 지내고 공격적인 ‘전랑’(늑대전사) 외교를 상징하는 친 전 부장을 매우 신뢰한다는 평가가 나왔다.

하지만 친 전 부장은 지난해 6월 공식 석상에서 자취를 감췄고, 한 달 뒤인 7월 분명한 이유 없이 외교부장직에서 해임됐다. 불륜설과 주미 중국대사 시절 미국의 스파이로 활동했다는 의혹 등이 제기됐다. 그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소문도 돌았지만, 사실이 아닌 것으로 보인다.

친 전 부장은 올해 7월 열린 중국공산당 제20기 3중전회에서 당 중앙위원회 위원직에서 면직됐다. 당시 중국공산당은 친 전 부장에게 ‘동지’라는 호칭을 붙였는데, 이를 두고 친 전 부장이 직위를 잃었지만 당에서 제명된 것은 아니라는 분석이 나왔다.

마오닝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9일 정례 브리핑에서 보도 내용을 확인해달라는 취재진에 “나는 당신(기자)이 언급한 상황을 알지 못한다”고 답했다.

베이징/최현준 특파원 haojun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