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지배적 노조 자동가입 ‘유니온숍’ 조항, 소수 노조 차별 아냐”

입사와 함께 노조에 자동 가입되도록 하는 단체협약 규정인 ‘유니언숍’은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2부(재판장 강재원)는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산하의 한국공공사회산업노동조합 한국철도공사노동조합본부가 중앙노동위원회 위원장에게 제기한 부당노동행위 구제 재심 판정 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고 9일 밝혔다.

한국노총 쪽은 한국철도공사가 2022년 12월 민주노총 산하의 전국철도노동조합과 단체협약을 체결하며 ‘유니언숍’ 조항을 포함해 자동으로 해당 노조에 가입되도록 한 것은 부당노동행위라고 주장하며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했다. 하지만 서울지방노동위원회와 중앙노동위원회는 이같은 신청을 연이어 기각했다. 이에 한국노총 쪽은 소송을 제기했다.

쟁점은 복수노조 체제에서 이같은 유니언숍 조항이 노조 선택권이나 소수 노조의 단결권을 제약하는지였다. 회사가 특정 노조 가입을 전제로 고용하는 것은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 하지만 노동조합법 제81조 제1항 제2호에는 해당 사업장 노동자의 3분의 2 이상을 대표하는 노조의 경우 유니온숍 조항을 회사와의 단체협약에 넣을 수 있다는 예외 조항이 포함되어 있다. 한국노총 쪽은 이 예외 조항이 소수 노조 차별로 위헌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해당 조항이) 단결권, 평등권 등을 침해하여 위헌이라고 볼 수 없으므로, 위 조항이 위헌임을 전제로 한 원고(한국노총 쪽)의 주장은 이유 없다”라고 판단했다. 이어 재판부는 “(해당 조항은) 조직 유지와 강화를 통한 교섭력 증대와 아무런 희생과 비용을 부담하지 않고 노동조합이 획득한 향상된 근로조건의 이익에 비조합원이 무임승차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라며 “2022년 기준 우리나라의 노동조합 가입률이 불과 13.1%로 높지 않다는 점에 비춰보면 노동조합의 조직강제의 필요성은 여전히 인정된다”고 봤다.

또 재판부는 “노조에 적극적으로 가입할 의사가 없는 근로자에게 지배적 노조에 일단 가입하도록 해 노조 조직을 확대하고, 단결력과 단체교섭력을 강화해 더 대등한 노사자치 질서를 형성하는 것으로 목적의 정당성을 인정할 수 있다”며 “(관련 법에는) 지배적 노조에서 제명된 경우만이 아니라 탈퇴해 새로운 노조를 조직하거나 다른 노조에 가입하는 경우에도 그 근로자에 대해 해고 등 신분상 불이익을 줄 수 없도록 해 근로자의 노조 선택의 자유 및 소수 노조의 단결권 제한을 최소화했다”고 짚었다.

김지은 기자 quicksilver@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