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석 “김여사 ‘부적절한 처신=범죄’ 아냐…검찰도 많은 고민”

이 총장, 수심위 불기소 권고에 “외부 전문가 의견 존중”
9월12일 도이치 항소심 선고…“제대로 마무리 될 것”

(시사저널=이혜영 기자)

이원석 검찰총장이 9월9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한 뒤 출근하고 있다. ⓒ 연합뉴스

임기 만료 초읽기에 접어든 이원석 검찰총장이 수사심의위원회의 김건희 여사 명품가방 수수 의혹 '불기소 권고'를 존중한다고 밝혔다. 김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연루 의혹 처분에 대해서는 임기 내 종결은 불가능하다고 선을 그었다. 

이 총장은 9일 오전 9시께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출근길에 김 여사 명품가방 수수 수사 및 검찰 수심위 결론에 대해 "국민들께서 보시기에 (검찰 수사 과정이)기대에 미치지 않았다고 한다면 그것은 모두 총장인 제 지혜가 부족한 탓"이라며 "다만 외부 전문가들의 의견에 대해서는 존중해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총장이 직권으로 소집해 지난 6일 개최된 검찰 수심위에서는 최재영 목사로부터 명품가방을 받은 김 여사를 재판에 넘기지 말라고 권고했다. 15명 위원 중 14명이 참석한 이번 수심위는 약 5시간에 걸쳐 논의한 끝에 김 여사의 청탁금지법 위반, 뇌물수수,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증거인멸, 알선수재, 변호사법 위반 등 6개 혐의에 대해 불기소 처분을 권고하기로 했다.

이 총장은 "대통령께서도 언론을 통해 현명하지 못한 처신이라고 언급하신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러나 현명하지 못한 처신, 부적절한 처신, 바람직하지 못한 처신이 곧바로 법률상 형사처벌의 대상이 되거나 범죄혐의가 인정되는 건 아니라는 점, 두 가지 문제가 차원이 다르다는 점에서 저희도 많은 고민을 했다"고 설명했다.

김건희 여사에게 명품가방을 건넨 당사자인 최재영 목사가 5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앞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수심위 '불기소 권고' 결론을 두고 여러 해석이 나오는데 대해선 "검찰에 마련된 모든 제도를 이번에 다 활용해서 썼다"며 "내 결론에 맞지 않는다고 해서 과정과 절차를 모두 없애야 한다고 한다면 법치주의나 수사 진행과 사건을 처분하는 과정에 미리 정해진 절차는 의미가 없게 된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이번 기회에 공직자의 배우자에 대해서도 법령을 정확하게 보완하고 미비한 점을 정비해서 더 이상 사회적 논란의 소지가 없도록 입법을 충실하게 정리하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부연했다.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이 검찰청사가 아닌 대통령실 경호처 부속 시설에서 김 여사를 조사하고, 총장에게 사후 보고를 하는 등 여러 논란이 불거진 데 대해선 "문제가 없었는지 짚어보고 문제가 있었다면 다시는 되풀이되지 않도록 진상 파악과 조치가 이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연루 의혹 사건에 대해서는 "(권오수 전 회장 등의) 항소심 판결을 세밀하게 살펴서 충분하게 검토한 다음 수사 전반에 반영해 증거와 법리에 따라 처리한다면 제대로 마무리가 될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제 임기가 이번 주에 마치기 때문에 제가 종결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생각된다"고 했다.

서울고법은 오는 12일 권 전 회장과 '전주'(錢主) 등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피고인들에 대한 판결을 선고한다. 이 총장의 임기는 선고 사흘 뒤 주말인 15일 종료된다. 도이치모터스 사건과 관련해 김 여사에 대한 기소 여부를 결정하지 않았던 검찰은 2심 선고 결과를 지켜본 뒤 처분하겠다는 입장을 밝혀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