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발 오지 말라" 빌어야 할 판…응급실 의사 97% "추석 연휴 위기"

박정렬 기자 2024. 9. 9.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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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급실을 지키는 응급의학과 전문의 10명 중 9명 이상은 전공의가 집단 사직한 이후 근무 강도 증가를 체감했고, 지금은 물론 당장 다음 주 추석 연휴에 '응급의료 위기'가 현실화할 것이라 여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응급의사회는 "상급병원의 최종치료역량의 저하는 현재 발생하는 응급실 환자 수용의 어려움의 직접적인 이유"라며 "추석 연휴 기간에는 의료자원의 한계가 더욱 심화할 것으로 갈 곳 없는 환자들이 적절한 처치를 받지 못할 것이 자명하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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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응급의학의사회 비상대책위원회 설문조사 결과
전공의 사태로 인한 응급실 의료 공백이 지속되고 있는 8일 서울 시내 한 응급의료센터에 진료 지연 안내문이 게시돼있다./사진=[서울=뉴시스] 김금보 기자


응급실을 지키는 응급의학과 전문의 10명 중 9명 이상은 전공의가 집단 사직한 이후 근무 강도 증가를 체감했고, 지금은 물론 당장 다음 주 추석 연휴에 '응급의료 위기'가 현실화할 것이라 여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응급의학의사회 비상대책위원회(응급의사회)는 지난 3~7일 응급의학과 전문의 503명을 대상으로 시행한 설문조사 결과를 9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전공의 이탈 이후 교육수련병원은 환자를 조절해 전반적으로 환자가 감소하거나 동일한 양상을 보였다. 반면 전공의가 원래 없던 종합병원 등 비(非) 교육수련병원의 경우 77%가 "환자가 증가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환자(병상) 수 조절에도 의료 현장의 업무강도는 오히려 늘어난 것으로 파악된다. 전체 응답자의 93%는 "3월 이후 근무 강도가 증가했다"고 답했으며 비교육수련병원의 경우 이 비율이 99%에 달했다. 전체 응답자의 92%는 현재의 응급실 상황을 위기 또는 심각한 위기 상황이라고 응답했다.

응급의사회는 "전공의가 없던 병원들은 이미 한계까지 업무를 수행했던 것으로 생각된다. 교육수련병원들은 전공의들의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 근무 시간이 늘고 업무부담의 증가가 더욱 심했을 것"이라 설명했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이 응급의료 등 비상진료 대응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사진=(서울=뉴스1) 허경 기자


보통 명절 연휴 기간은 동네 병·의원 대부분이 문을 닫고, 내부적으로도 인력 조정과 배후진료(응급실 1차 진료 후 해당 과의 2차 진료) 공백으로 '비상'이 걸리는데 올해는 더욱 심해질 것이란 우려가 팽배한 실정이다.

실제 이번 설문에서 수도권 응급실의 경우 97%가 추석을 위기, 혹은 심각한 위기로 인식하고 있었으며 비수도권의 경우 94%에서 위기로 응답했다. 수도권의 경우 수련병원의 절반 이상(56%)이 병상 수를 축소했는데도 응답자 99%가 "추석 연휴가 응급의료의 위기"라고 응답했다.

응급의사회는 "상급병원의 최종치료역량의 저하는 현재 발생하는 응급실 환자 수용의 어려움의 직접적인 이유"라며 "추석 연휴 기간에는 의료자원의 한계가 더욱 심화할 것으로 갈 곳 없는 환자들이 적절한 처치를 받지 못할 것이 자명하다"고 우려했다. 정부가 응급실 운영이 문제없다는 취지의 입장을 밝힌 데 대해서도 "현장에서 일하는 응급의학 전문의들의 인식과는 천지 차이"라고 비판했다.

응급의사회는 "문만 열려있다고 응급실이 기능하는 것이 아니라 제대로 운영되어야 환자들이 산다. 당면한 위기 상황을 국민들에 소상히 알리고 협조를 부탁해야 한다"며 "남아 있는 유일한 방법은 국민들에게 제발 응급실 오지 말아 달라고 무릎 꿇고 비는 것"이라고 절박함을 전했다.

이어 "지금 정부에서 내놓은 공보의, 군의관 파견도 지난 6개월과 마찬가지로 실효성은 없을 것"이라며 "의료의 정상화를 원한다면 당장 잘못된 정책을 멈추고 원상 복귀하는 것만이 유일한 희망"이라고 덧붙였다.

박정렬 기자 parkjr@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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