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페라 디바의 '무대 난입' 사건, 한국 관객 무시했나 [스프]
김수현 문화전문기자 2024. 9. 9. 10:45
[뉴스스프링] 커튼콜도 거부한 안젤라 게오르규…관객들 "사과 받고 싶다"
이슈는 스프링이다! 스프링처럼 통통 튀는 이슈를 핵심만 골라 정리해드립니다.
서울시오페라단이 공연한 오페라 '토스카'(9월 5일-8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는 소프라노 안젤라 게오르규의 출연으로 일찍부터 화제였습니다. 루마니아 출신의 소프라노 안젤라 게오르규는 1994년 런던 코벤트가든 '라 트라비아타' 공연으로 일약 세계적인 스타로 떠올랐고, '제2의 마리아 칼라스'로 불렸습니다. 한때 프랑스의 스타 테너 로베르토 알라냐와 부부 사이(1996년 결혼, 2009년 이혼)로 '세기의 오페라 듀오'라는 명성을 떨치기도 했죠.
게오르규는 오페라 영화 '토스카' 등 다양한 영상과 음반은 물론이고, 2002년 알라냐와 함께했던 '세기의 듀오' 콘서트와 2008년 오페라 '라보엠' 등 몇 차례 내한 공연으로 한국 팬들도 많습니다. 저도 '라보엠' 공연 이후 게오르규를 오랜만에 만난다는 기대감을 갖고, 공연 마지막 날인 어제(8일) '토스카' 공연장을 찾았습니다.
전성기를 지난 게오르규의 기량은 확실히 예전 같진 않았지만 관록은 여전히 대단하다고 생각하며 공연을 보고 있었는데, 마지막 3막이 시작되고 얼마 안 지나 예상치 못했던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토스카의 연인인 카바라도시 역 테너 김재형이 유명 아리아 '별은 빛나건만'을 부르고 나서 관객의 뜨거운 반응이 이어지자, 다시 한번 이 노래를 부르는 '앙코르'가 진행되는 중이었습니다.
게오르규가 무대 한 켠에 등장해 서성이더니 시계를 가리키는 동작을 하며 앙코르에 대한 불만을 표시했습니다. 급기야는 'Excuse me!' 하고 입을 열어 '이건 리사이틀이 아니고 퍼포먼스'라고 항의했습니다. 'Respect me'(나를 존중해달라)'라는 말도 들린 것 같습니다. 지휘자와 테너에게 항의하는 걸로 보였지만, 어찌 보면 왜 리사이틀도 아닌데 앙코르를 해달라고 하냐, 청중에게 하는 얘기 같기도 했습니다. 눈앞에 벌어지는 상황을 보면서도 이게 뭔가 당황스러웠습니다.
게오르규의 '무대 난입' 이후에도 3막 공연은 계속되었지만 도저히 집중할 수 없었습니다. 게오르규는 테너를 제대로 쳐다보지 않고 건성으로 연기를 이어갔습니다. 사랑하는 두 연인이 서로를 향해 절절한 애정을 표현해야 하는데, 토스카가 그러고 있으니 감흥이 짜게 식어버릴 수밖에요. 토스카가 성 아래로 몸을 던지는 극적인 피날레도 힘이 빠졌습니다.
커튼콜 때도 게오르규는 한참을 뜸들이며 관객을 기다리게 하다가 무대로 나왔지만, 일부 관객들이 야유를 보내자 불쾌한 기색으로 인사도 하지 않고 퇴장해 버렸습니다. '토스카' 커튼콜에 토스카가 없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진 것이죠. 카바라도시 역의 김재형, 스카르피아 역의 사무엘 윤 등이 모두 멋진 무대를 보여줬지만, 이 공연은 '게오르규의 무대 난입과 커튼콜 거부'가 가장 큰 인상으로 남았습니다. 게오르규는 자신의 돌발행동만 아니었다면 좋은 기억으로 남았을 오페라 관람에 그야말로 찬물을 끼얹었습니다.
많은 관객들이 공연이 끝나고도 바로 귀가하지 않고 로비에 삼삼오오 모여 전례 없는 이 '사태'에 대한 이야기를 쏟아냈습니다. 게오르규가 타이틀 롤인 자신이 아니라 다른 출연진에게 더 관심이 쏠리는 상황을 못 참고 몽니를 부린 것으로 보인다는 얘기가 많았습니다. 공교롭게도 그가 맡은 역 토스카도 극 중에서 유명 가수이고, 화가인 애인이 다른 여성을 모델로 그린 그림을 보고 애인이 바람피우는지 의심하고 질투하는 캐릭터입니다.
'게오르규가 한국 관객을 무시했다', '공연 관람을 망쳤으니 환불해달라'고 극장에 항의하는 관객들도 있었습니다. 세종문화회관은 이와 관련해 게오르규 측에 강력하게 항의를 전달하고, 한국 관객에 대한 사과를 요청할 계획입니다.
세종문화회관은 테너의 앙코르는 관객들의 박수와 환호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즉석 결정해서 진행한 사항으로, 앙코르가 진행 중인 무대 위에 출연자가 등장해 항의를 표현하는 것은 매우 드문 사례라고 설명했습니다. 따라서 해외에서 발생했던 유사 사례들의 처리 내용을 참고하여 강력하게 대응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세종문화회관 홈페이지에 '관객 여러분께 불편을 끼쳐드린 점 깊이 사과드린다'며 사과문을 게시했습니다.
사실 게오르규는 전에도 비슷한 상황에서 물의를 빚은 전력이 있습니다. 2016년 빈 국립오페라 '토스카'에서, 상대역인 유명 테너 요나스 카우프만이 '별은 빛나건만'을 앙코르로 부르고 나서 상대역인 '토스카' 게오르규가 무대에 나오지 않았습니다. 어색한 시간이 흐르자 카우프만은 혼자 즉석에서 마치 오페라 가사인 것처럼 'Non abbiamo il soprano(소프라노가 없네요)'라고 이탈리아어로 노래하며 시간을 때웠지만, 결국 공연은 중단됐고 카우프만은 독일어로 관객들에게 양해를 요청해야 했습니다.
당시 보도에 따르면, 카우프만은 앞선 공연에서도 '별은 빛나건만'을 앙코르로 불렀는데, 게오르규는 앙코르를 싫어했습니다. 그리고 이날 공연에서도 카우프만이 앙코르를 한다는 걸 알게 되자, 게오르규는 자신의 분장실로 돌아가 버렸습니다. 극장 관계자는 앙코르가 끝나고 나서도 관객의 박수가 그치지 않아서 게오르규가 무대에 등장해야 할 시간을 놓쳐버린 것 같다고 해명했는데요, 뉴욕타임스까지 보도한 이 해프닝은 '프리마돈나' 게오르규의 '성깔'을 보여주는 유명한 일화가 되었습니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이슈는 스프링이다! 스프링처럼 통통 튀는 이슈를 핵심만 골라 정리해드립니다.
서울시오페라단이 공연한 오페라 '토스카'(9월 5일-8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는 소프라노 안젤라 게오르규의 출연으로 일찍부터 화제였습니다. 루마니아 출신의 소프라노 안젤라 게오르규는 1994년 런던 코벤트가든 '라 트라비아타' 공연으로 일약 세계적인 스타로 떠올랐고, '제2의 마리아 칼라스'로 불렸습니다. 한때 프랑스의 스타 테너 로베르토 알라냐와 부부 사이(1996년 결혼, 2009년 이혼)로 '세기의 오페라 듀오'라는 명성을 떨치기도 했죠.
게오르규는 오페라 영화 '토스카' 등 다양한 영상과 음반은 물론이고, 2002년 알라냐와 함께했던 '세기의 듀오' 콘서트와 2008년 오페라 '라보엠' 등 몇 차례 내한 공연으로 한국 팬들도 많습니다. 저도 '라보엠' 공연 이후 게오르규를 오랜만에 만난다는 기대감을 갖고, 공연 마지막 날인 어제(8일) '토스카' 공연장을 찾았습니다.
전성기를 지난 게오르규의 기량은 확실히 예전 같진 않았지만 관록은 여전히 대단하다고 생각하며 공연을 보고 있었는데, 마지막 3막이 시작되고 얼마 안 지나 예상치 못했던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토스카의 연인인 카바라도시 역 테너 김재형이 유명 아리아 '별은 빛나건만'을 부르고 나서 관객의 뜨거운 반응이 이어지자, 다시 한번 이 노래를 부르는 '앙코르'가 진행되는 중이었습니다.
무슨 상황인데?
게오르규의 '무대 난입' 이후에도 3막 공연은 계속되었지만 도저히 집중할 수 없었습니다. 게오르규는 테너를 제대로 쳐다보지 않고 건성으로 연기를 이어갔습니다. 사랑하는 두 연인이 서로를 향해 절절한 애정을 표현해야 하는데, 토스카가 그러고 있으니 감흥이 짜게 식어버릴 수밖에요. 토스카가 성 아래로 몸을 던지는 극적인 피날레도 힘이 빠졌습니다.
커튼콜 때도 게오르규는 한참을 뜸들이며 관객을 기다리게 하다가 무대로 나왔지만, 일부 관객들이 야유를 보내자 불쾌한 기색으로 인사도 하지 않고 퇴장해 버렸습니다. '토스카' 커튼콜에 토스카가 없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진 것이죠. 카바라도시 역의 김재형, 스카르피아 역의 사무엘 윤 등이 모두 멋진 무대를 보여줬지만, 이 공연은 '게오르규의 무대 난입과 커튼콜 거부'가 가장 큰 인상으로 남았습니다. 게오르규는 자신의 돌발행동만 아니었다면 좋은 기억으로 남았을 오페라 관람에 그야말로 찬물을 끼얹었습니다.
좀 더 설명하면
'게오르규가 한국 관객을 무시했다', '공연 관람을 망쳤으니 환불해달라'고 극장에 항의하는 관객들도 있었습니다. 세종문화회관은 이와 관련해 게오르규 측에 강력하게 항의를 전달하고, 한국 관객에 대한 사과를 요청할 계획입니다.
세종문화회관은 테너의 앙코르는 관객들의 박수와 환호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즉석 결정해서 진행한 사항으로, 앙코르가 진행 중인 무대 위에 출연자가 등장해 항의를 표현하는 것은 매우 드문 사례라고 설명했습니다. 따라서 해외에서 발생했던 유사 사례들의 처리 내용을 참고하여 강력하게 대응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세종문화회관 홈페이지에 '관객 여러분께 불편을 끼쳐드린 점 깊이 사과드린다'며 사과문을 게시했습니다.
한 걸음 더
당시 보도에 따르면, 카우프만은 앞선 공연에서도 '별은 빛나건만'을 앙코르로 불렀는데, 게오르규는 앙코르를 싫어했습니다. 그리고 이날 공연에서도 카우프만이 앙코르를 한다는 걸 알게 되자, 게오르규는 자신의 분장실로 돌아가 버렸습니다. 극장 관계자는 앙코르가 끝나고 나서도 관객의 박수가 그치지 않아서 게오르규가 무대에 등장해야 할 시간을 놓쳐버린 것 같다고 해명했는데요, 뉴욕타임스까지 보도한 이 해프닝은 '프리마돈나' 게오르규의 '성깔'을 보여주는 유명한 일화가 되었습니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김수현 문화전문기자 shkim@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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