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251시간 강박’ 춘천 정신병원, 이번엔 낙상 전신마비

고경태 기자 2024. 9. 9.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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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들, 병원장 고소·인권위에 진정접수
“CCTV 저장기간 4일 이라며 제출 거부”
춘천예현병원 모습. 고경태 기자

2022년 1월 격리실 침대에 251시간50분간이나 묶여있던 환자가 숨지는 사고가 드러났던 춘천예현병원에서, 최근 한 환자가 추락사고로 전신마비 판정을 받았다며 가족이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에 진정을 접수한 것으로 확인됐다. 가족은 병원장을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경찰에 고소하고 폐회로텔레비전(CCTV, 시시티브이) 영상 공개를 요구하고 있다.

피해자 정아무개(63)씨 가족 설명을 9일 들어보면, 알코올 중독으로 지난 6월12일 춘천예현병원에 보호입원(비자의 입원)됐던 정씨는 지난 7월 입원 중 병원 내에서 알 수 없는 이유로 앞니가 부러졌고 말을 잘 못 하는 등 몽롱한 상태에 있었다. 이후 정씨는 지난달 25일 외출 뒤 다시 입소하는 과정에서 병원 앞 개울가로 굴러 넘어져 경추 3, 4번 신경이 손상됐고 팔다리가 마비된 채 지금은 강원대병원 중환자실에 입원한 상태다.

정씨 자녀들은 “아버지가 폐쇄병동에서 강박을 당했는데, 사고 당일 본인을 강박한 적 있는 직원과 병원 앞에서 승강이를 벌이다 넘어진 것으로 보인다. 시시티브이를 공개해 진실을 밝혀야 하는데 병원 쪽은 시시티브이 보존 기간이 4일이라며 이를 거부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2022년 1월 해당 병원에서 격리·강박 뒤 사망한 김형진(가명·당시 45살)씨 유족인 전 부인 박지은(가명)씨는 한겨레에 “당시엔 병원쪽에서 시시티브이 저장기간이 3개월이라 했고 인권위 조사관에겐 14일이라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정씨 가족은 지난 6일 이 병원의 인권침해에 대해 인권위에 진정서를 접수했다. 이들은 진정서에서 “입원부터 낙상사고 시까지 병원에서 제대로 된 케어와 치료를 받았는지, 낙상 사고가 난 이유는 무엇인지, 원무과 직원이 강압적으로 끌고 갈려다가 뒤로 넘어간 건 아닌지를 조사해 밝혀달라”고 했다. 또한 “병원에서 아버지의 치아가 깨진 것을 알려주지 않고 며칠 뒤에야 알려줬고, 면회 갈 때마다 아버지가 몽롱하고 약에 취해 있는 모습이었다”며 “경찰도 도움을 주지 않고 CCTV가 없다는 병원의 말을 전달만 해주어서 인권위의 도움이 절실하다”고 덧붙였다.

피해자 박씨가 8월25일 추락한 것으로 보이는 춘천예현병원 정문 앞 도랑. 가족들은 바로 앞에 시시티브이가 설치돼 있었다고 말했다. 피해자 가족 제공

피해자 정씨는 알코올중독으로 이전에도 강원대병원과 경기도 고양시의 ㅋ병원등에 입원한 적 있다는 게 가족들의 설명이다. 아들 정아무개(31)씨는 “예전 다른 정신병원 입원 때는 일주일 정도 술 없이 병원에 계시면 원상태로 돌아와 ‘퇴원시켜달라’고 하셨는데 이번에는 전혀 그렇지 않았다. 침을 흘리고 잘 걷지도 못했다”며 “낙상사고 직후 병원 쪽에서 구호조처는 전혀 없이 119 구급차에 피해자를 이송한 뒤 아버지 동거인에게 전화를 해서 퇴원조치를 통보했다”고 말했다. 춘천예현병원 원무과 관계자는 9일 오전 병원쪽 입장에 대한 한겨레의 질문에 “따로 드릴 말씀이 없다”고 답했다.

앞서 한겨레는 지난 7월 춘천예현병원 사망사건을 연속 보도한 바 있다. 양극성 정동장애(조울증) 진단을 받았던 피해자 김형진씨는 편의점에서 소란을 피운다는 이유로 2021년 12월27일 오전 5시경 경찰에 의해 이 병원에 응급입원되었다가 3일 만에 춘천시장에 의해 행정입원으로 전환됐고, 총 289시간20분 가운데 251시간50분을 침대에 묶여 있다가 숨졌다. 이후 부천더블유(W)진병원, 인천ㅅ병원, 서울 해상병원 등에서의 격리·강박 또는 격리실 방치에 따른 사망사건이 잇따라 드러나고 있다.

한겨레 조사 결과, 지난 10년간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에 춘천예현병원을 피진정기관으로 한 인권침해 진정은 46건 접수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중 2022년 1월8일 발생한 김형진씨 사망 사건만 구제조처되었고 자의 입원환자 퇴원불허 등 5건은 조사중 해결, 간호사 및 보호사의 폭언 등 7건은 합의종결됐으며, 나머지 34건은 각하 또는 기각됐다.

고경태 기자 k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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