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복형 헌법재판관 후보자 “딥페이크 성착취물, 엄정한 양형기준 필요”
김복형 헌법재판관 후보자(56·사법연수원 24기)가 최근 확산하는 ‘딥페이크 성착취물’ 범죄자의 사법부 처벌 형량과 관련해 “피고인의 책임에 맞는 엄정한 양형기준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대법관 대다수가 ‘50대 남성 현직 고위 법관’ 출신이라는 지적에 대해서는 “우리 사회의 다양한 배경과 가치관을 잘 이해하고 반영하기 위해 대법관 구성의 다양성이 필요하다는 의견에 공감한다”고 했다.
9일 김 후보자가 국회 인사청문특별위원회에 제출한 서면 답변서를 보면, 김 후보자는 대법원 양형위원회에서 디지털 성범죄의 심각성을 고려해 2021년 1월 양형기준을 상향한 점을 언급하면서 “사회 변화에 따라 등장하는 새로운 유형의 디지털 성범죄에 적절히 대응할 수 있도록 법원 내에서의 재판 사례를 공유하고 제도를 개선해나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김 후보자는 대법관 구성 다양화와 관련해 “현재 대법관의 구성이 국민의 다양성을 대변하고 포용하기에 부족하다는 지적이 있다고 알고 있다”고 했다. 그는 법관 성비 불균형을 두고 “재판은 실제로 공정한 것도 중요하지만 공정한 모습을 갖추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국민들께서 대법원 및 일선 법원의 법관 구성만으로도 성 평등이 구현된다고 믿는다면 사법부에 대한 신뢰 향상에도 기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김 후보자는 판사 임용 시 변호사·검사 경력자를 선발하는 ‘법조일원화’ 제도가 도입된 이후 대형 로펌 출신 판사 비율이 높아져 ‘후관예우 논란’이 제기된 점을 놓고선 “후관예우의 실존 여부를 떠나 국민들이 그 존재를 믿고 있다면 국민적 우려를 해소할 필요가 있다”며 “법 규정과 제도의 엄격한 적용을 통해 추가로 부족한 점을 보완할 수 있도록 더욱 고민이 필요하다”고 답변했다.
김 후보자는 “기본권의 행사는 공공복리를 위해 필요한 경우에는 제한될 수 있다”는 헌법 원칙을 강조했다. 김 후보자는 윤석열 정부에서 야간 옥외집회 금지, 주최 단체의 전력에 따른 집회·시위 제한 등을 추진하면서 일고 있는 ‘집회 허가제’ 논란에 관한 질의에 “헌법상 기본권의 행사는 국가공동체 내에서 타인과의 공동생활을 가능하게 하고 다른 헌법적 가치나 국가의 법질서를 위태롭게 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이루어져야 하므로 집회 및 시위의 자유도 그러한 한계가 있다”고 답했다.
김 후보자는 ‘집회·시위의 자유와 공적 가치가 충돌할 때 바람직하게 조화를 이루려면 어떻게 해야 한다고 생각하느냐’는 질의엔 “집회·시위의 자유는 헌법이 보장하는 표현의 자유의 집단적인 형태로, 자유민주국가에서 국민의 정치적․사회적 의사형성 과정에 효과적인 역할을 하므로 최대한 보장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그는 “다만 기본권의 행사도 국가 안전보장·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해 필요한 경우에는 제한될 수 있으므로 집회·시위의 자유 역시 이같은 법익들과의 비교 형량을 통해 비례성을 준수한 제한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사형제 폐지와 국가보안법 개정 및 폐지에 대한 의원들의 질의에는 찬반 양측 의견을 모두 설명하면서 자신의 견해에 대한 즉답은 피했다. 헌법재판소에서는 과거 두 차례 사형제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렸다. 현재 세 번째 사형제 사건 심리가 진행되고 있다. 앞선 두 번의 결정에서 위헌 의견이 2명에서 4명으로 늘어 위헌 결정이 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헌재는 국가보안법상 ‘반국가단체’의 정의에 대한 위헌소원 사건도 심리 중이다.
김 후보자는 김건희 여사의 ‘명품가방 수수 의혹’이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재판에 대해서는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조희대 대법원장이 추천한 김 후보자는 부산서여고와 서울대 법학과를 졸업했으며 1995년 서울지법 판사로 법관 생활을 시작했다. 2008년 대법원 재판연구관으로 보임돼 여성 법관으로는 처음으로 2년간 전속 연구관으로 일했다. 서울·수원·대구·울산 등 전국 각지 법원에서 재판 업무를 담당했다. 김 후보자가 인사청문회를 거쳐 대통령이 임명하게 되면 이은애 헌법재판관 후임으로 6년간 재직하게 된다. 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는 10일 열린다.
김나연 기자 nyc@kyunghyang.com, 유선희 기자 yu@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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