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신축 여관에 수도공사 비용 부과한 군청 처분 정당”

지자체 조례에 따라 신축 여관에 상수도 원인자(原因者)부담금을 부과한 군청의 처분이 적법하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상수도 원인자부담금은 건축물의 신축·증축·용도변경 등으로 수도공사의 원인을 제공한 자가 부담해야하는 비용을 뜻한다.

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 전경. /뉴스1

대법원 2부(주심 김상환 대법관)는 지난달 1일 농업회사법인 A사가 영암군수를 상대로 낸 원인자부담금 부과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9일 밝혔다.

A사는 지난 2016년 5월 전남 영암군 삼호읍 산호리에 건축 중이던 한 지상 4층 건물을 사들이면서, 영암군에 상수도관 설치를 요청했다. 군청은 같은해 9월 상수도 공사를 마친 뒤, 건물 전체에 대한 원인자부담금 7698여만원을 A사에 부과했다.

이에 불복한 A사는 소송을 냈고, 법원은 2017년 6월 부담금 산출 과정에서 절차상 위법이 있었음을 인정하며 부과된 원인자부담금을 취소하라고 선고했다. 이 판결이 그대로 확정되면서 A사의 건물에 부과된 원인자부담금은 모두 취소됐다.

이후 영암군은 2017년 7월 원인자부담금에 관해 A사에 다시금 협의를 요청했다. 하지만 A사가 응하지 않자, 영암군은 이듬해 2월 A사 건물의 2,3층에 위치한 여관만을 대상으로 원인자부담금 약 3768만원을 부과했다.

A사는 해당 여관은 원인자부담금 부과 대상이 아니라며 처분 취소를 구하는 행정소송을 냈다. A사는 이미 앞선 판결에 따라 이 건물에 부과된 원인자부담금이 전부 취소됐는데도, 건물에 딸린 여관에 대해서 다시 원인자부담금을 부과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1,2심은 해당 여관을 원인자부담금 부과 대상으로 보고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영암군 조례는 ‘건축연면적 600㎡ 이상 또는 객실 수 15실 이상의 숙박시설로 급수구역 내에 위치하는 건축물 등에 수돗물을 공급하는 경우’ 원인자부담금 부과 대상이 된다고 규정하는데, A사가 보유한 2,3층의 여관 면적은 합쳐서 약 1052㎡이므로 이 조례를 적용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역시 수도법의 ‘상수도 원인자부담금은 지자체 조례에서 정하는 바에 따라 징수한다’는 조항을 근거로, 원심 판단을 유지했다. 대법원은 “영암군 조례에 따르면 급수구역 내에 위치하는 건축물 등에 수돗물을 공급하는 경우에 기존에 소요된 수도시설의 건설비를 수돗물을 사용할 자에게 부담시킬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