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 '쇼는 계속되어야 한다'.. 르노 그랑 콜레오스
-주행성능은 동급 최고 수준
-다소 가벼운 페달 답력은 아쉬워
-논란과 별개로 본연의 가치 충분한 차
영국의 전설적인 락밴드 퀸(Queen)의 대표곡 중 'The Show Must Go On' 이라는 노래가 있다. '쇼는 계속되어야 한다'라는 의미를 담은 이 곡은 당시 보컬이었던 프레디 머큐리의 건강이 나빠지고 있던 시점에 나오며 어려운 상황에서도 멈추지 않고 나아가야 한다는 의지와 희망을 노래했다.
최근 르노코리아가 겪은 고약한 논란 중에 등장한 신차 그랑 콜레오스도 비슷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비난과 역경 속에서도 자동차 본연의 성능과 가치는 빛났다. 마치 프레디 머큐리가 모든 어려움을 뒤로하고 무대에 섰듯 그랑 콜레오스는 4년간의 공백을 떨쳐내고 자신만의 무대를 확고히 하고자 노력하고 있었다.
▲디자인&상품성
그랑 콜레오스의 전장은 4,780㎜. 기아 쏘렌토와 비교해 35㎜ 짧지만 결코 작은 덩치가 아니다. 휠베이스는 2,820㎜로 쏘렌토에 비하면 오히려 5㎜ 길다.
전면부는 강인하다. 헤드램프와 그릴의 경계가 다소 희미하지만 실제로 볼 때의 느낌이 꽤 좋다. 해머헤드 스타일로 툭 튀어나온 보닛이 공격적인 느낌을 더해주고 디테일한 기교를 넣은 라디에이터 그릴은 깨끗하면서도 정교한 느낌을 강조한다.
측면에서는 의외로 볼 게 많다. 헤드램프와 리어램프를 따라 숄더라인에 자리잡은 캐릭터 라인은 반듯하고 단정한 모습이지만 하단의 로커패널 쪽으로 이동하면 마치 종이접기를 해 놓은 듯 세 개의 선이 교차하는 포인트가 유니크한 매력을 뽐낸다. 적당한 긴장감에 위트를 더한 모습이다.
후면은 길게 뻗은 테일램프가 차를 넓어보이게 하는 효과를 준다. 이란성 쌍둥이 지리 싱유에 L과는 다르게 번호판을 아래 쪽으로 이동시켜 이 같은 느낌을 더욱 극대화 했다. 그럼에도 조금 껑충한 느낌이 드는건 왜일까. 보는 각도에 따라 묘하게 키만 커 보이는 어색한 느낌이 있어 아쉽다.
실내에 앉아 가장 먼저 드는 느낌은 쾌적함이다. 운전석부터 조수석까지 길게 뻗어 있는 세 개의 디스플레이가 탁 트인 느낌을 주고 헤드룸도 넉넉하다. 볼보의 플랫폼을 가져오며 시트 설계 노하우까지 얻어온걸까. 시트의 착좌감도 마치 볼보에 앉았을 때의 편안함을 연상시킨다. 운전을 시작하기 전 부터 여유롭고 편안하다는 느낌이 강하게 든다.
오픈R 파노라마 스크린은 3개의 12.3인치 디스플레이를 한 데 묶은 구성이다. 운전석과 센터페시아, 동승석까지 이어져 모든 승객이 직관적인 엔터테인먼트 기능을 즐길 수 있다. 운전석에서는 티맵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포함한 SKT의 각종 기능들을 활용할 수 있고 조수석에서는 웨일 브라우저를 활용해 유튜브를 보는 것은 물론 웨이브, 왓챠, 디즈니플러스 등 각종 OTT도 즐길 수 있다.
다만 국산차 최초로 적용했다는 조수석 디스플레이가 조금 아쉽다. 운전자의 시야를 방해하지 않도록 붙여둔 반사 필름 때문. 조수석에서 마저 고개를 돌리거나 자세를 고쳐 앉으면 양쪽 끝이 잘 보이지 않는다. 르노코리아는 운전자의 시야를 방해하지 않기 위해 보수적으로 설계한 결과라고 설명했지만 포르쉐나 메르세데스-벤츠의 사례를 참고해 개선이 필요하다.
2열 만족도는 높은 편. 성인 남성이 앉아도 레그룸은 주먹 한 개 정도가 나온다. 등받이를 2단계로 조절할 수 있어 더 쾌적한 자세를 연출하는 것도 가능하다. 송풍구와 공조 조절 장치, C타입 USB 포트 등 후석 편의 사양도 풍부해 패밀리 SUV로 활용하기에도 충분하겠다.
▲성능
이날 시승한 차는 E-테크 하이브리드. 1.5ℓ 가솔린 터보 엔진과 총 100㎾를 내는 두 개의 전기모터와 1.64㎾h 배터리를 결합한 직병렬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얹어 시스템 최고출력 245마력을 발휘한다. 쏘렌토 하이브리드(235마력)보다 높은 출력이다.
효율은 복합 15.7㎞/ℓ 수준. 싼타페 하이브리드(14.4~15.5㎞/ℓ)나 쏘렌토 하이브리드(13.8~15.7㎞/ℓ)와 동일 선상에서 비교한다면 연료 효율은 그랑 콜레오스 쪽이 더 우세할 것으로 보인다. 싼타페와 쏘렌토는 17~18인치 휠을 장착하지만 그랑 콜레오스는 19인치가 기본이기 때문. 더 큰 휠을 끼고도 더 뛰어난 효율을 발휘한다.
주행 성능에서도 경쟁차보다 더 높은 부분들을 쉽게 관찰할 수 있다. 가장 눈에 띄는건 정숙성이다. 에너지 흐름도를 보지 않는다면 배터리로 주행중인지 엔진으로 주행하고 있는지 알아챌 수 있는 이는 많지 않다.
흥미로운건 엔진의 회전수가 높아질 때에도 마찬가지라는 점이다. 급가속을 하거나 발전을 위해 엔진이 깨어나도 엔진 소리가 잘 안들린다. 앳킨슨 사이클 특유의 텁텁하고 거친 엔진음이 들려오는 다른 하이브리드 시스템들과는 다르다.
이렇다보니 속도를 높여나가도 체감 속도가 현저하게 낮다. 고속 주행 중 느껴지는 풍절음도 극히 억제되어 있어 이 같은 느낌은 더욱 두드러진다. 도심 주행에서 배터리만으로 주행할 수 있는 비중이 절대 다수라고 하지만 정숙성 자체가 두드러져 주행 내내 전기차 같다는 느낌까지 든다.
승차감은 부드럽다. 도심에서 노면 요철 정도는 가볍게 통과한다. 조금 불친절한 방지턱을 빠른 속도로 넘어갈 때에도 늘상 편안하기만 하다. 우리나라의 도로 여건을 잘 살폈다는 걸 알 수 있다.
핸들링 성능도 만족스럽다. QM6와 비슷한 느낌을 기대했다면 오산. 와인딩 로드에서 노면을 진득하게 붙잡고 좀처럼 흐트러지지 않는다. 단단하다는 느낌 보다는 적당한 타협점을 잘 찾은 쫀쫀한 느낌이라는 표현이 더 잘 어울린다. 영락없는 요즘 유럽차의 느낌이다.
아쉬움도 있다. 가속 페달과 브레이크 페달 답력이 가볍다. 발을 갖다 댔을 때 페달에서 오는 저항감이 적다는 뜻이다. 진득하고 점진적으로 속도를 올려나가는 운전 스타일이라면 예상보다 빠르게 치솟는 속도에 놀랄 수도 있겠다.
▲총평
그랑 콜레오스는 뛰어난 정숙성과 편안한 승차감, 완성도 높은 하이브리드 시스템과 그에 따른 효율, 부족함 없는 공간성 등을 두루 갖추고 있었다. 그리고 예상보다 훨씬 좋았다. 그동안 르노가 자신과 맞지 않다고 생각됐다면 한 번쯤 시승을 해보길 권한다. 그 정도로 만듦새가 뛰어나다.
다시 퀸의 노래로 돌아가보자. 'The Show Must Go On'은 역경 극복과 도전을 노래한다. 르노코리아도 같은 상황에 마주해 있다. 논란을 딛고 제품의 본질과 임직원의 노력이 헛되지 않았다는 걸 보여줘야만 한다. 그랑 콜레오스가 그 어떤 신차보다도 각별한 이유다. 쇼는 계속 되어야 한다. 이 차가 보여주는 진정한 매력을 마주할 시간이다.
시승한 그랑 콜레오스 E-테크 하이브리드의 가격은 3,777~4,352만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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