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세는 괜찮을 줄 알았는데"…대학가 이젠 월세사기
다른 세입자 구해 '피해 전가' 할 가능성 존재
[서울=뉴시스] 신항섭 기자, 성가현 인턴기자 = "전세사기가 두려워 월세로 전환했어요. 월세나 반전세는 괜찮을 줄 알았죠."
서울 동대문구에 거주하는 임모(24)씨는 월세 계약기간이 끝난 지 7개월이 지났지만 5000만원에 달하는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했다.
과거 상암동에서 거주하던 시절 임씨는 전세로 계약을 했었지만 현 거주지인 동대문구로 이사할 때는 월세로 계약했다. 전세사기에 대한 뉴스가 많이 나와 불안했기 때문이다.
임씨는 "2억짜리 전셋집에서 살 당시 계약만기일이 다가올수록 보증금을 받을 수 있을까 불안했다"며 "부모님도 월세가 안전할 것 같다며 권유하셔서 한 계약"이라고 설명했다.
입주 4개월째, 임씨는 이전 세입자가 문 앞에 두고 간 전세사기 피해 호소문을 통해 피해 사실을 알아차렸다. 집주인과 공인중개사 등에 연락해 확인한 결과, 해결하고 있다고 답변받았다.
자신은 월세라는 점을 떠올리며 괜찮을 것이라 생각했고, 자칫 임대인을 자극해 보증금을 못 돌려받는 것에 대한 두려움도 있었다고 한다.
임씨는 올해 2월 계약기간 만료 후 거주지를 옮기려 했지만 임대인과 연락이 닿지 않았다. 어렵게 임대인의 가족과 연결이 닿았으나 '아무것도 모른다. 새로운 세입자를 구하라'는 답변만 받았다.
이에 직접 부동산을 다니던 도중 연락이 끊긴 임대인의 소식을 듣게 됐다. 임대인이 감옥에 있었던 것이다. 임씨는 "변호사에게 물어보니 돌려받을 수 있는 돈은 0원이나 다름 없다고 했다"면서 "다른 피해자와 함께 공인중개사를 상대로 공동 소송했다"고 전했다.
지난해 전세사기 피해가 잇달아 발생하자 월세 선호 현상이 생겨났다. 특히 인천 미추홀구 전세사기의 경우, 4명의 희생자가 발생하고, 최소 11명 이상이 전세사기로 목숨을 잃자 반전세·월세화 현상이 심화되기 시작했다.
국토교통부가 공개한 2024년 5월 주택 통계에 따르면 5월 누계(1~5월) 월세거래량 비중(보증부월세·반전세 등 포함)은 57.8%로 전년동기 대비 2.3%p(포인트) 증가했다. 반면 5월 전세 거래량은 9만8750건으로 전월 대비 3.4% 감소, 전년동월 대비 13.8% 감소했다.
부동산 정보 플랫폼 다방은 대학가 월세 상승 주요 원인을 전세사기로 인한 월세 수요 급증으로 꼽았다. 7월 기준 서울 주요 대학가별 평균 월세 비교에 따르면 전년대비 대학가 평균 월세가 4.1% 상승했다.
하지만 월세와 반전세에서도 피해 사례가 발생하고 있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월세 계약이라고 하더라도 꼼꼼하게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하희봉 로피드 법률사무소 변호사는 "전세사기와 마찬가지로 월세 보증금 사기도 존재한다"며 "전세사기보다는 보증금이 1억, 5000만원 정도로 피해액수가 적다고는 하지만, 학생 입장에서는 부담스러운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보증금 사기 예방 방법으로는 "원론적이지만 등기부등본을 보고, 위반 건축물인지 확인해야 한다"며 "매물을 놓칠까봐 곧바로 계약하면 위험하다"고 말했다. 이어 "요즘에는 변호사 상담료도 저렴하므로 먼저 상담 후 계약을 체결하는 방법도 추천한다"고 덧붙였다.
문제는 보증금 사기를 당한 세입자들이 자신의 보증금은 돌려 받기 위해 다음 세입자를 구해 새로운 피해자를 만들 수 있다는 점이다.
김태근 법무법인 융평 변호사는 "문제라고 생각하는 부분은 익명성으로, 청년 피해자들 대부분이 숨어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리고 나도 피해를 당했으니 하면서 악의적인 마음을 갖고 다음 세입자를 구하기도 한다"면서 "유튜버 달씨처럼 피해 회복해야지 하면서 전가하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한편 가격이 높은 월세 보증금 사기의 경우에도 요건이 충족되면 전세사기 특별법 피해자로 인정될 수 있다. 이외에도 전월세사기가 의심되는 세입자는 HUG전세피해지원센터, 주택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 서울시 전월세지원센터 등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hangseob@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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