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적절 처신이 곧 범죄 혐의 아냐”…이원석 “수심위 결정 존중”
이원석 검찰총장이 김건희 여사 명품가방 수수 사건을 두고 “현명하지 못한 처신이 곧바로 형사처벌 대상이 되거나 범죄혐의가 인정되는 게 아니라는 점에 많이 고민했다”라고 말했다.
이 총장은 9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출근길에서 ‘지난 6일 열린 검찰수사심의위원회(수심위)에서 나온 불기소 결론이 국민 법감정에 맞지 않는다거나 면죄부를 준 것 아니냐는 비판이 있다’라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또 “(검찰 수사의 과정과 결론이) 기대에 미치지 않았다면 그건 모두 검찰총장인 제 지혜가 부족한 탓이다. 다만 (수심위에 참여한) 외부 전문가들의 의견에 대해선 존중해줄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그는 “검찰에 미리 마련돼있는 모든 제도를 이번에 다 활용해서 썼다”고 덧붙였다.
이 총장은 공정성 논란이 이는 ‘수심위 폐지’ 주장에 대해서는 “어떤 과정과 절차를 내 결론이나 뜻에 맞지 않는다고 해서 모두 없애야 한다면 법치주의는 의미가 없게 된다”며 “상대 진영이나 상대 정파에서 일어난 일이라면 어떻게 반응할지 생각해보고 논란의 소지가 더는 없도록 매듭지어야 된다”고 강조했다. 다만 그는 “개인적으론 공직자의 배우자에 대해서도 법령을 정확하게 보완하고 미비한 점을 정비해 논란의 소지가 없도록 입법을 충실히 정리하는 게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 총장은 김 여사가 연루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에 대해선 “제 임기가 이번 주(15일)에 마쳐지기 때문에 제가 종결하긴 어려울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아래는 일문일답.
―지난 6일 수심위 불기소 권고 어떻게 보셨나.
“수사심의위는 외부의 전원 민간 전문가로 구성된 독립적인 위원회다. 저는 수사심의위원회의 구성부터 운영, 결정과 공보까지 일체 관여하지 않고 수심위에서 독립적으로 결정하도록 독립성을 보장했다.
앞서 이태원 참사 때의 수심위도 그렇고 이번 수심위 결정에 대해서도 미리 제가 그 결정을 존중하겠다 말씀드린 바 있다. 어떤 결정이 내려지든 간에 수심위의 외부의 민간 전문가들의 의견을 존중해서 사건을 처리하겠다는 마음은 이미 수심위 이전부터 여러분께 말씀드린 바 있다.”
―수심위 결론이 국민 법감정에 맞지 않는다거나 면죄부 주는 게 아니냔 비판도 나오는데.
“대통령께서도 김건희 여사에 대해서 언론을 통해서 현명하지 못한 처신이라고 언급하신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현명하지 못한 처신, 부적절한 처신, 바람직하지 못한 처신이 그것이 곧바로 법률상 형사처벌의 대상이 되거나 범죄혐의가 인정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 두 가지 문제가 차원이 다르다는 점에서 저희들도 많은 고민을 했다.
그래서 검찰의 결론만이 아니라 외부 민간 전문가들의 숙의를 거쳐야겠다는 판단을 하게 된 것이다. 국민들께서 보시기에 기대에 미치지 않았다고 한다면 그것은 모두 검찰총장인 제 지혜가 부족한 탓이다. 다만 외부 전문가들의 의견에 대해서는 존중해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넉달만에 수사가 종결 수순을 밟고 있는데 전반적인 과정이나 결론은 어떻게 평가하시나.
“제가 이 사건 수사와 처리에 대해서 평가를 할 위치에 있지는 않다. 오히려 국민들과 또 국민의 여론을 대변하는 여러분들로부터 평가를 받아야 할 위치에 있다. 말씀드린 것처럼 국민들의 기대에 수사 과정과 절차에 있어서 못 미친 점이 있다고 한다면 검찰총장인 제 지혜가 부족한 탓이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수사가 남아 있는데 이대로 가면 다음 총장 임기에도 수사지휘권이 배제된다. 총장 임기 동안 결단이나 적극적인 입장이 있으신가.
“도이치모터스 사건은 최종 사실심인 항소심 판결이 이번 주 중에 예정돼있다. 항소심 판결 결론을 세밀하게 살펴서 충분하게 검토한 다음 수사 전반에 반영해서 다른 고려 없이 증거와 법리에 따라서만 처리한다고 하면 제대로 된 사건 처리가 마무리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다만 제 임기가 이번 주에 마쳐지기 때문에 제가 종결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된다.
앞서 청탁금지법 위반 사건도 그렇고 또 도이치모터스 사건에 대해서도 질문이 있었습니다만 제가 총장으로 일하면서 이 사건 처리와 관련해서 저 나름대로 어려운 점도 많이 있었지만 다른 것은 보지 않고, 수사 대상자의 지위나 신분이나 또 사건과 관련된 다른 상황들을 고려하지 않고 증거와 법리에 따라서만 처리하기 위해서 애쓰고 노력했다는 점은 여러분들께 말씀드릴 수 있다.”
―중앙지검이 김 여사 조사를 사후보고했단 논란에 대해 진상조사 지시했었는데 진행 상황은 어떤지.
“앞서 수사에 지장을 주지 않는 범위 내에서 진상 파악을 이미 지시한 바 있다. 검찰은 옳은 일을 옳은 방법으로 옳게 하는 사람들이다. 사건의 최종적인 처분도 중요하지만 과정과 절차의 공정함이라 하는 것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다. 사건의 진행 과정, 수사의 진행 과정에서 절차나 과정에 문제점 없었는지 짚어보고 문제점이 있었다고 한다면 그런 문제점이 다시는 되풀이되지 않도록 상당한 진상 파악과 조치가 이뤄질 것이다.”
―검찰 안팎에서 수심위를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는데 어떤 입장이신지.
“검찰에 미리 마련돼 있는 모든 제도를 이번에 다 활용해서 썼다. 수심위 구성과 운영과 진행 상황 또 결정, 공보까지 일절 관여하지 않았습니다. 저는 지금도 수심위에 어떤 분이 선정됐고 누가 수심위를 진행했는지도, 거기에 참여했는지도 알지 못하고 일체 보고도 받지 않겠다고 했습니다. 수심위에서 누구를 불러서 물어볼지 또 어떤 자료를 요구할지 하는 것도 모두 수심위의 결정과 의결에 따라서 저희들이 지원만 하도록 했다. 그것이 규정에 합당한 것이고. 또 공정한 것이다.
어떤 과정과 절차를 다 거치고 나서 내 결론과 내 뜻에 맞지 않는다고 해서 그 과정과 절차를 모두 없애야 한다, 무시한다고 하면, 그러면 법치주의나 우리가 수사를 진행하는, 사건을 처분하는 과정과 절차에 대해서 미리 정해둔 절차는 의미가 없게 된다.
조금 부족하다고 판단이 되실 수 있겠습니다만, 서로 상대 진영이나 상대 정파에서 일어난 일이라고 한다면 어떻게 반응할 것인지 하는 것도 다시 한 번 생각을 해보고 우리 사회에서 논란의 소지가 더는 없도록 매듭지어야 된다고 생각한다.
또 수심위 결론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존중하겠다는 말씀을 드리고 저 개인적으로는 이번 기회에 공직자의 배우자에 대해서도 법령을 정확하게 보완하고 미비한 점을 정비해서 더 이상 사회적인 논란의 소지가 없도록 입법을 충실하게 정리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배지현 기자 beep@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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