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천500년 전 왕과 왕비 곁 지킨 상상의 동물…백제 용을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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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이지(十二支) 동물 가운데 하나인 용은 상상의 동물이다.
지금으로부터 약 1천500년 전 세상을 떠난 백제 무령왕(재위 501∼523)과 왕비의 무덤에 용이 장식된 칼과 은팔찌 등이 놓여 있었던 것도 이 때문일 테다.
갑진년(甲辰年)을 맞아 열리는 전시는 공주 무령왕릉에서 출토된 국보 '무령왕비 은팔찌'를 비롯해 총 174점의 유물로 백제 사람들이 용을 어떻게 생각했는지 살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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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령왕릉 출토 용 장식 칼·용무늬 은팔찌 등 174점 한자리에
(공주=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머리는 낙타와 비슷하고, 뿔은 사슴과 같고, 눈은 토끼와 같고…." (중국의 옛 문헌 '광아' 중에서)
십이지(十二支) 동물 가운데 하나인 용은 상상의 동물이다.
옛사람들은 용이 비와 바람을 일으켜 자연을 다스리는 특별한 능력이 있다고 믿었고, 왕과 같은 최고 권력자를 표현할 때 용에 빗대기도 했다.
지금으로부터 약 1천500년 전 세상을 떠난 백제 무령왕(재위 501∼523)과 왕비의 무덤에 용이 장식된 칼과 은팔찌 등이 놓여 있었던 것도 이 때문일 테다.
백제 문화에 깃든 용의 의미를 조명하는 전시가 열린다. 오는 10일 국립공주박물관에서 개막하는 특별전 '상상의 동물 사전 - 백제의 용(龍)'을 통해서다.
갑진년(甲辰年)을 맞아 열리는 전시는 공주 무령왕릉에서 출토된 국보 '무령왕비 은팔찌'를 비롯해 총 174점의 유물로 백제 사람들이 용을 어떻게 생각했는지 살펴본다.
박물관 관계자는 "백제 사람들은 물건에 용을 새겨서 자신들이 상상한 것을 눈으로 볼 수 있도록 만들어 냈다"며 "백제인들이 남긴 용에 담긴 이야기를 소개하는 자리"라고 설명했다.
마치 책의 한 부분처럼 꾸민 전시장에서는 무령왕릉에서 출토된 용·봉황 장식 큰 칼부터 용의 모습을 형상화한 청동 자루솥, 용무늬 벽돌 등 다양한 용을 만날 수 있다.
무령왕비의 왼쪽 팔 부근에서 발견된 한 쌍의 팔찌는 백제의 용이 담긴 귀한 자료 중 하나다.
팔찌 바깥면에는 발이 셋 달린 용을 새겼는데 제작 시기와 만든 사람의 이름, 무게 등의 정보가 기록된 삼국시대 유일한 팔찌로 의미가 크다.
백제인의 사상과 내세관이 투영된 받침 있는 은잔에는 용을 비롯한 다양한 문양이 새겨져 있다.
무령왕릉보다 이른 시기인 5세기 무렵 축조된 것으로 추정되는 나주 정촌고분 출토 금동신발의 경우, 발등 부분에 부착된 용머리 장식이 그대로 남아 있어 연구 가치가 크다.
백제 사람이 바라본 용에 주목한 전시지만, 주변 국가에서 용을 어떻게 다뤘는지 함께 다룬 점은 주목할 만하다.
낙랑 시대에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국보 '평양 석암리 금제 띠고리'는 금실과 금 알갱이를 이용해 화려하게 장식한 용 7마리가 돋보이는 유물이다.
경주 미추왕릉 앞에 있는 무덤에서 발견한 보물 '도기 서수형 명기'의 경우, 곳곳에 뾰족한 뿔이 달려 있고 혀를 길게 내민 모양이 독특해 고대 사람들이 생각한 용의 모습을 엿볼 수 있다.
박물관은 이번 전시에 맞춰 용의 문화적 의미를 주제로 한 특별 강연회를 두 차례 열 계획이다. 매월 둘째 주부터 넷째 주 토요일에는 가족 체험 행사도 연다.
박물관은 "백제인이 남긴 단서를 모아 '용'이라는 주제 아래 사전의 형태로 엮어낸 전시"라며 "백제인이 상상한 용의 모습과 그 안에 담긴 의미를 발견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내년 2월 9일까지.
ye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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