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주완 LG전자 CEO "中 가전, 이젠 경계해야 할 때"[IFA 2024]

김응열 2024. 9. 9.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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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CL·하이센스 등 중국 회사 둘러본 소감 밝혀
"디자인, 에너지, 제품 다양화 등 韓 추격 거세"
"로봇청소기 진출 늦었지만"…기술력 우위 자신
"인도 '내셔널 브랜드'로…사업 3배 더 키운다"

[베를린(독일)=이데일리 김응열 기자] “이제는 중국 기업들을 경계해야 합니다.”

조주완 LG전자 최고경영자(CEO) 사장은 독일 베를린에서 유럽 최대 가전 전시회 ‘IFA 2024’가 열린 지난 6일(현지시간) 취재진과 만나 “디자인 변화나 에너지 효율, 제품 다양화 측면에서 한국을 굉장히 많이 따라왔다”고 중국 기업들을 평가하며 이같이 언급했다. TCL과 하이센스 등 중국 가전·TV 기업들의 경쟁력이 한국을 상당히 추격했다는 것이다.

조주완 LG전자 사장이 유럽 최대 가전 전시회 ‘IFA 2024’에서 취재진과 만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LG전자)
미중 갈등으로 미국 진출이 어려워진 중국 기업들은 유럽 시장 문을 적극 두드리고 있다. 그간 기술력 등 종합적인 경쟁력에서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중국보다 우위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중국은 저렴한 가격 등 가성비가 특징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디자인과 제품 성능 면에서도 위협적이라는 게 조 CEO의 진단이다.

조 CEO는 이 같은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프리미엄 제품의 범위를 넓히는 방식으로 경쟁력을 키우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프리미엄은 고객이 바라볼 때 프리미엄이어야 한다”며 “가격이 낮은 제품일지라도 구매력이 높지 않은 고객 입장에서는 프리미엄이 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프리미엄 개념을 넓히는 방법이 성장의 기회가 될 수 있다”며 “모든 사람들에게 (LG 가전이) 프리미엄화하는 방향으로 가겠다”고 부연했다.

이는 LG전자가 전개하고 있는 ‘볼륨존’ 사업을 이어가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볼륨존은 프리미엄 제품보다 가격이 낮은 중간 수준 제품으로 시장 수요에 대응하는 방법이다. 시장 크기가 제한적인 프리미엄 시장의 단점을 보완할 수 있다. LG전자는 현재 프리미엄 수요와 더불어 볼륨존 수요를 모두 공략하는 ‘투트랙’ 전략을 유지 중이다. 볼륨존 가격대의 제품에 프리미엄 가치를 부여하는 방식으로 유럽 점유율을 키우는 방식이 예상된다.

조주완 LG전자 사장이 ‘IFA 2024’ LG전자 전시관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LG전자)
최근 LG전자가 내놓은 로봇청소기 ‘로보킹 AI 올인원’에 관해서는 출시가 늦었다고 솔직하게 인정했다. 삼성전자가 지난 4월 먼지 흡입과 물청소를 한 번에 하는 올인원 로봇청소기 ‘비스포크 AI 스팀’을 출시하자 업계 안팎에선 LG전자도 이르면 올해 상반기에 올인원 로봇청소기를 선보일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실제 로보킹 AI 올인원을 출시한 시점은 지난달 15일이다.

조 CEO는 올인원 로봇청소기 시장 진출은 다소 늦었으나 제품 자체 스펙은 기존에 시장을 장악하던 중국 기업 로보락과 같거나 그 이상이라고 자신했다. 그는 “이제 판매를 시작했으니 잘 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밀리는 건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LG전자 인도법인 IPO(기업공개)를 두고는 “아직 공식적으로 결정되지 않았다”고 답했다. 다만 현대차 사례를 들면서 “IPO로 자본을 일으켜 커 나가겠다는 비전이 보인다”며 “회사 전체로 볼 때 성장하는 인도 시장에서 지배력을 올리고 수익을 창출한다면 좋은 호재가 아닐까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현대차는 인도법인 IPO를 준비하고 있으며 지난 6월 인도증권거래위원회에 상장을 위한 예비투자 설명서를 제출한 상태다. 조 사장은 인도법인의 IPO를 여러 옵션 중 하나라고만 언급했으나 긍정적인 방안으로 검토하는 것으로 보인다.

조주완 LG전자 사장이 ‘IFA 2024’ LG전자 전시관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LG전자)
조 CEO는 인도시장을 향한 애정도 드러냈다. 그는 “아주 오랫동안 인도에서 사업을 해왔고 국민기업으로 성장했다”며 “우리 회사의 목표는 인도시장에서 제품을 많이 팔아 점유율을 올리기보다도, 인도에서 ‘내셔널 브랜드’가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인도 사업은 오는 2030년까지 3배는 더 키워야 하지 않나 싶다”며 “큰 꿈을 안고 해 나가야겠다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LG전자의 기업가치를 높이기 위해 투자자들을 적극 만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안정적인 회사 포트폴리오를 직접 설명해 주가 부양에 힘을 싣겠다는 것이다.

그는 “성숙사업으로 펑가받는 가전 사업에서 최근 수 년간 10% 이상 성장을 이뤘고 10%에 가까운 영업이익률을 기록한 바 있다”며 “사업구조 밸런스가 좋은데 그간 노출이 되지 않았던 얘기를 적극 하려 한다”고 말했다.

조주완 LG전자 사장이 유럽 최대 가전 전시회 ‘IFA 2024’에서 취재진과 만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LG전자)

김응열 (keynews@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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