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심위 ‘김건희 명품백’ 무혐의, 여론의 ‘수심’까지 덮진 못한다 [9월9일 뉴스뷰리핑]
정치, 경제, 사회, 국제 분야를 두루 취재하고 워싱턴 특파원을 지낸 권태호 논설실장이 6개 종합일간지의 주요 기사를 비교하며, 오늘의 뉴스와 뷰스(관점·views)를 전합니다. 월~금요일 평일 아침 9시30분, 한겨레 홈페이지(www.hani.co.kr)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오늘(9.9) 아침신문 1면에는 △여·야·의·정 협의체 관련(5곳) △오락가락 대출정책 현황(4곳) △이재명-문재인 만남(3곳) 등의 기사가 주요하게 실렸습니다.
① 차이의 발견 : 수심위의 ‘명품백 무혐의’ 결론
② 시선, 클릭!
-9월에도 계속되는 폭염
- 채소값 > 고기값
- 주식 1억 보유한 미취학아동 500명
③ Now and Then : 히브리 노예들의 합창(베르디, 1841)
① 차이의 발견
# 수심위의 ‘명품백 무혐의’ 결론
지난 금요일 오후 대검찰청 수사심의위원회(수심위)가 명품 가방 등을 수수한 김건희 여사의 불기소를 권고했습니다. 예상대로였습니다. 이에 따라 검찰은 곧 불기소 처분으로, 이 사건을 종결할 것으로 보여집니다. 그러나 정치적으로, 그리고 국민여론은 이대로 이 사건을 ‘종결’할 것 같지는 않습니다.
(한겨레 ‘오늘의 스페셜’ 연재 구독하기)
1. 수심위의 예상된 결론
- 대검 수심위(위원장 강일원)는 지난 6일 “피의자 김건희의 모든 혐의에 대하여 불기소 처분 의견으로 의결했다”고 밝혔습니다. △청탁금지법 위반 △알선수재 △변호사법 위반 △뇌물수수 △직권남용 △증거인멸 등 6가지를 논의했는데, 모두 다 무혐의라는 것입니다.
- 애초 이날 회의에는 서울중앙지검 수사팀과 김건희 여사 쪽 변호인만 참석해 ‘무혐의’ 의견을 밝혔습니다. 김 여사에게 금품을 건네고 ‘혐의점이 있다’고 주장하는 최재영 목사에 대해선 출석 요청을 하지 않았습니다.
- 다 아시다시피 검찰 수사과정에서 ‘봐주기’가 역력했고, 그 과정에서 서울중앙지검장과 1~4차장 검사가 모두 교체되면서 수사 지휘부도 물갈이 됐습니다. ‘검찰총장 패싱’ 논란을 일으킨 ‘비공개 출장조사’로 이원석 검찰총장과도 마찰을 빚었고, 지난 8월22일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이 무혐의 결론을 내자, 이원석 검찰총장이 수심위에 회부했습니다. 그러나 당시에도 ‘공정성 확보’보다 ‘형식적 면죄부를 주려는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고 그 예상대로 됐습니다.
2. 수심위 내부 의견 어떠했나?
- 수사심의위는 대략 15명으로 구성됩니다. 심의위원 중 일부 위원들은 변호사법 위반이나 알선수재 혐의에 대한 ‘계속 수사 의견’을 냈지만, 그 수는 많지는 않았다고 합니다. 그리고 김 여사를 기소해야 한다고 주장한 위원은 없었던 것으로 전해집니다.
- 또 “(검찰이) 김 여사에 대한 종국적인 처분을 하려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연루 의혹 사건과 같이 마무리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고, 일부 위원들이 이에 동의했던 것으로 전해진다고 동아일보가 보도하기도 했습니다. 주가조작 혐의로 기소된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 등에 대한 항소심 선고는 12일 내려집니다.
3. 수사심의위 문제점
- 수심위는 검찰 외부 전문가 위원 150~300명 중 무작위로 15명이 선정돼 심의를 진행합니다. 그런데 이번엔 위원 15명 전원이 참석했는지, 위원들 의견이 어떻게 갈렸는지를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 이 수사심의위는 문재인 정부 시절인 지난 2018년 검찰개혁위원회에서 검찰 수사의 중립성과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당시 문무일 검찰총장이 도입한 외부 심의기구입니다. 하지만 위원 구성부터 운영까지 대검이 도맡아 하고, 회의 내용이나 위원 명단조차 비공개로 유지해 불신을 자초해 왔습니다. 누가 심의위원으로 들어갔는지 알 수 없고, 회의 과정에서 어떤 이야기가 오갔는지, 의결 결과 찬반이 몇 명이었는지도 공개하지 않고, 기록 자체도 남기지 않은 채, 오로지 ‘결론’만 발표합니다. ‘투명성을 높인다’는 목적과는 정반대입니다. 그러다 보니 국민 의사를 검찰권 행사에 반영한다는 애초 취지는 사라지고, 검찰권 견제가 아닌 검찰 책임 면피용으로 활용되고 있는 것입니다.
- ‘약촌오거리 살인사건’ ‘나라슈퍼 살인사건’ 등 억울하게 유죄를 선고받은 이들의 재심에서 여러차례 무죄를 이끌어낸 박준영 변호사는 지난 2018년 검찰개혁위원회 활동을 하며 수심위 설치를 권고하는 의결과정에 참여한 바 있습니다. 박 변호사는 이날 ‘명품백 수심위’에 대해 7일 페이스북에 이런 글을 올렸습니다.
“검찰개혁위원회에서 수심위 도입을 논의할 때, 이렇게 형식적으로 운영될 것을 예정하지 않았다. (검찰의) 신뢰회복을 위해 도입한 제도의 운영을 이런 식으로 하면서 제도의 취지와 논의 결과의 권위를 말할 수 없다. 계속 이렇게 운영하는 것보다 더 이상 세금 쓰지 말고 폐지하는 게 나아 보인다”
4. 앞으로 어떻게 되나?
1) 최재영 목사 수사심의위는?
- 명품백을 건넨 최재영 목사는 수심위 참가를 요청받지 못했는데, 별도의 수심위를 신청했습니다. 그리고 오늘(9일) 서울중앙지검이 부의심의위원회를 열고 최 목사의 신청을 어떻게 할 것인지를 결정합니다. 아마 기각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부의심의위는 주임검사 및 최 목사 쪽의 서면 의견서를 바탕으로 비공개 진행되고, 구두 의견진술도 허용되지 않습니다. 수심위도 최 목사를 부르지 않았는데, 이 사건을 수심위에 넘기는 것에 대해서도 불만을 피력한 수사팀에서 최 목사의 수심위 개최를 결정할 가능성은 희박할 것입니다.
- 앞서 최 목사는 지난 5일 기자회견을 열어 검찰 조사 과정에서 담당 검사가 청탁금지법 위반 여부에 대해 무혐의 답변을 유도했다고 주장했습니다. ‘향수와 샤넬 화장품 세트에 대해서는 순수한 감사의 의미만 있어서 청탁이 아니고, 명품 가방은 만나기 위한 수단이므로 청탁이 아니며, 국정자문위원 임명 부탁의 경우 현재 존재하지 않는 자리인데다 김 여사가 아무런 반응이 없었으므로 청탁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등의 논리를 최 목사에게 먼저 설명하고 이에 수긍하도록 검사가 유도했다는 것입니다.
2) 공수처 수사는?
- 조국혁신당이 지난 6월19일 알선수재, 직권남용 등의 혐의로 김건희 여사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고발해 놓은 상태입니다. 공수처는 검찰 처분 이후 김 여사에 대한 조사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3) 김건희 특검은?
-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은 지난 5일 명품백 의혹과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외에 여당 공천 관여 의혹까지 추가한 ‘김건희 특검법’을 재발의했습니다. 국회는 10월 국정감사가 끝나는 대로 특검법을 처리할 방침인데, ‘국회 통과 - 대통령 거부권’ 수순은 분명합니다. 그리고 국회 재의결을 거치게 됩니다. 여당에서 이탈표가 얼마나 나오게 되느냐가 관건입니다. 그리고 야당은 이후에도 또 ‘김건희 특검법’을 재발의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4) 검찰은 무혐의 종결?
-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은 이 사건을 불기소 처분으로 종결처리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5) 김건희 여사는 증거인멸?
- 김건희 여사는 이미 지난 8월말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부장 김승호)에 명품백의 소유권을 포기하고 명품가방을 환부받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집니다. 명품백을 검찰에 임의제출하면서 “디올 가방은 국가 소유로 귀속되는 게 맞다”는 취지의 의견서를 제출했다는 것입니다. 다시 돌려받지 않겠다는 것입니다.
- 만일 검찰이 김 여사 쪽 뜻대로 가방을 공매 절차를 거쳐 국고에 귀속시키는 결정을 내리면, 이 명품백은 누군가가 경매를 통해 가져가고, 이후 이 명품백은 말 그대로 사라지게 되는 것입니다. 역사적인 이 명품백은 소장 가치가 상당할 것으로 예상돼, 만일 경매를 한다면, 뜻하지 않게 꽤 높은 가격이 형성될 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일이 그렇게 진행되는 게 쉽지는 않을 것입니다.
- 그런데 김 여사의 주장을 보면, 이 명품백의 소유권이 현재 ‘김건희’에게 있고, 이를 이제 ‘국가 소유’로 바꾸겠다는 것으로 이해됩니다. 애초 ‘대통령 기록물’이라고 주장한 대통령실 주장이 꼬인 것입니다. 검찰 수사에서 ‘업무 관련성이 없다’고 했는데, 이를 ‘대통령 기록물’이라고 하면 업무 관련성이 아예 없다고 보기 힘든 측면이 발생합니다. 또 ‘대통령 기록물’을 임의로 장기간 보관한 잘못도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최 목사가 김 여사에게 건넨 것은 명품백뿐만이 아닙니다. 샤넬 향수와 화장품(180만원), 위스키(40만원) 등도 전달했습니다. 현재 이는 다 사용한 것으로 보여집니다. ‘대통령 기록물’을 임의로 훼손, 사용한 것입니다. 그러니 ‘대통령 기록물’이 되어선 안 되는 것입니다.
6) 결국 여론이 결정한다
- 법적인 사항을 여론에 따라 이리저리 흔들리게 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검찰·경찰의 수사는 여론의 관심이 집중되면 박차를 가하는 경향이 있어왔습니다. 이번처럼 여론의 관심을 애써 피하려는 경우와는 정반대로.
- 현재 윤석열 대통령이 부인 김건희 여사를 방어하기 위해 갖고 있는 무기는 검찰의 불기소 처분과 대통령의 거부권입니다. 그 대가가 지지율 23%입니다. 앞으로도 이 방향을 바꿀 가능성은 없을 것입니다. 국회가 추진하는 특검은 더더욱 여론의 향배를 좇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만일 재의결 통과 상황이 벌어진다면, 그건 단순히 ‘김건희 특검 실시’ 수준에서 끝나는 상황이 아니게 됩니다.
5. 임은정 검사의 이원석 검찰총장 비판
- 임은정 검사가 지나 5일 이원석 검찰총장에게 이메일을 보냈습니다. 그리고 대검 수심위가 6일 불기소 권고로 결론내리자, 임 검사가 그 내용을 페이스북에 공개했습니다. 사법연수원 30기인 임 검사는 이 총장(사법연수원 27기)과 법무부 법무심의관실에서 함께 근무한 바 있습니다.
“결국 모든 게 예상대로 되었습니다. 더 이상 실추될 검찰의 명예가 어디 있겠습니까만, 그래도 참담하고, 참혹하네요. / 역사는 오늘의 검찰을 그대로 기록할 것이고, 각자의 역할 역시 낱낱이 기록할 것입니다.”라는 말로 시작합니다.
- 임 검사가 이 총장에게 보낸 이메일 내용 중 일부입니다. 수사심의위에 최 목사를 출석시켜 외형적 공정이라도 취하라는 부탁이었습니다.
“(법무부) 법무심의관실 근무 시절, ‘서울중앙지검 검사 직무대리로 에버랜드 전환사채 사건 공판에 계속 관여했는데, 상부의 압력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에게 불리한 증거를 제출했다가 재판을 끝내고 사무실로 돌아오니 수원지검에 원대 복귀하라는 명령이 내려왔더라’고 뿌듯하게 말하던 선배를 기억합니다. 그랬던 선배가 왜 지금 이러고 있을까...라는 생각을 했었어요. (...) 강직한 검사라고 스스로를 속이고, 그래서 유능하고 괜찮은 검사라고 다른 사람들도 속일 수 있는 검사라고, 저는 선배를 평가했지요. 그런 유능함으로 선배는 검사장을 달 거라고 생각했었고, 윤석열 대통령을 잘 따른 덕분으로 총장도 되셨네요.
선배는 윗사람을 잘 모실 부하이지 강직한 검사라고 생각하지 않았기에 기대한 것이 없었습니다만, 선배가 윤 대통령은 물론 검찰을 망치는 주요 배역을 수행하고 있는 게 아닌가 싶어, 그렇게 이름을 남길 것으로 예상되어 선배와 한때 함께 근무했던 후배 검사로 멀리서 지켜보며 안타깝고 안타까울 뿐입니다. 상부의 지시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에게 불리한 증거를 법정에 제출했던 그때의 강직함을 이제라도 다시 발휘할 수 없을까요 (...)
얼마 남지 않은 임기, 이제라도 검사답기 위해 노력하여 그런 총장이 되려고 노력한 사람으로 기억되셨으면 좋겠습니다. 부디 외관이나마 공정한 모양새를 취해주십시오”
6. 언론보도(사설 제목)
한겨레 = 검찰 수심위도 명품백 면죄부, 특검 필요성 더 커졌다
경향 = 수심위 불기소 권고, 끝까지 납득 못할 ‘김건희 명품백’ 수사
한국 = 명품백 사건 불기소 권고, 수심위마저 면죄부 통로 됐나
중앙 = 김 여사가 명품백 사과하고 재발방지책 서둘러야
조선 = 수사심의위 불기소 권고, 김 여사 사과로 매듭짓길(토요일치)
- 제목에서 한겨레는 ‘특검’을, 경향과 한국은 ‘수사심의위 비판’을 핵심 키워드로 뽑았습니다. 경향신문도 사설에서 ‘특검 명분을 키웠다’고 지목했습니다. 중앙일보와 조선일보는 ‘김건희 여사 사과’로 이 문제를 끝낼 것을 윤석열 정권에 제안하고 있습니다.
② 시선, 클릭!
# 9월에도 계속되는 폭염
## 채소값 > 고기값
### 주식 1억 보유한 미취학아동 500명
③ Now and Then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격이 끊이지 않습니다. 난민 쉼터와 학교에 대한 공습도 이어져 어린이들의 희생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이스라엘 입장에서는 애초 이 전쟁이 하마스의 공중 공습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하겠으나, 지금 숨지고 있는 많은 이들이 그 공습과는 아무런 책임이 없는 아이들입니다. 이스라엘군은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전역에 공습을 가했고, 이틀 만에 최소 61명이 사망했다고 외신이 7일 보도했습니다. 가자지구 북부 자발리아에서 난민을 위한 쉼터로 활용되고 있는 학교 단지를 공습해 최소 8명이 사망하고 15명이 부상을 입었습니다.
오늘 노래는 베르디의 오페라 ‘나부코’ 가운데 ‘히브리 노예들의 합창’입니다. 유대인들은 로마제국 이후 2000년 이상 온세상을 떠돌던 사실상 난민이었고, 급기야 나찌로부터 홀로코스트 참사를 겪은 비극적 역사를 지닌 민족입니다. 그런데 유대인들은 그 이전 기원전인 구약 시대에도 나라가 망하면서 바빌로니아에 수많은 백성들이 끌려가 노예 생활을 겪은 바 있습니다. 이 ‘히브리 노예들의 합창’은 끌려온 바빌로니아 땅에서 먼 고향을 그리워하는 유대인들의 노래입니다. 오늘날 가자지구 난민들의 모습이기도 합니다.
나부코 히브리노예들의 합창 (youtube.com)
(*일부 포털에서는 유튜브 영상이 열리지 않을 수 있습니다. 유튜브 영상을 보시려면, 한겨레 홈페이지로 오시기를 권합니다. 기사 제목 아래 ‘기사 원문’을 클릭하시면 됩니다.) (끝)
권태호 기자 ho@hani.co.kr
Copyright © 한겨레신문사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 “나는 ‘인간 사육장’에서 정신질환자로 분류돼 빨간약을 먹었다”
- 상승세 주춤하는 해리스…트럼프 쪽 “허니문 효과 끝났다”
- 응급의학과 의사 92% “현재 응급실 위기, 추석 때 더 심각”
- 아무도 아무도 없는, 쓸쓸한 아파트
- 뉴진스 “‘민희진 대표님’ 사랑하고 감사하다”…사실상 지지 발언?
- 윤, 한동훈 쪽은 쏙 빼고 관저 만찬…앙금 여전
- 살아서는 강제노역, 죽어서는 해부 실습용으로 팔려나갔다
- 김민석 “계엄 땐 문재인·이재명은 ‘반국가세력’ 척결 대상”
- 북 오물풍선 기폭장치 터져 또 화재…제약회사 창고 불타
- “부적절 처신이 곧 범죄 혐의 아냐”…이원석 “수심위 결정 존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