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보]이원석 총장 “대통령도 김 여사 ‘부적절 처신’ 언급···형사처벌 대상은 아냐”

이창준·김혜리 기자 2024. 9. 9. 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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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석 검찰총장이 9일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으로 출근하며 검찰 수사심의위원회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2024.9.9 성동훈 기자

이원석 검찰총장이 9일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의 명품가방 수수 사건에 대해 “현명하지 못한 처신이 곧바로 형사처벌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김 여사 불기소를 권고한 검찰수사심의위원회(수심위) 심의 결과에 대해서는 “외부 전문가 의견을 존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총장은 이날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수심위 구성부터 운영, 결정, 공보까지 일체 관여하지 않고 독립성을 보장했다”며 “어떤 결정이 내려지든간에 외부 민간 전문가들의 의견을 존중해 사건을 처리하겠다고 전부터 말했다”고 밝혔다. 수심위는 지난 6일 김 여사의 청탁금지법 위반, 뇌물수수, 직권남용, 증거인멸, 알선수재, 변호사법 위반 등 6개 혐의 모두에 대해 불기소 처분 의견을 냈다.

이 총장은 “수사 과정과 절차에서 국민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면 모두 총장인 제 지혜가 부족한 탓”이라며 “다만 외부 전문가들의 의견은 존중할 필요가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 총장은 김 여사에게 명품가방을 건넨 최재영 목사 측이 수심위에 출석하지 못하고 논의 내용이 공개되지 않는 등 수심위 절차에 대한 문제가 지적되는 것과 관련해 “과정과 절차를 다 거치고 나서 내 결론이나 뜻과 맞지 않는다고 해서 그 과정과 절차를 무시하고 없애야 한다고 하면 법치주의나 미리 정해둔 절차는 의미가 없게 된다”며 “상대 진영이나 정파에서 일어난 일이라면 어떻게 반응했을 것인지도 다시 생각해보고 더는 사회적 논란의 여지가 없도록 매듭지어야 한다”고 꼬집었다.

이 총장은 윤 대통령의 과거 발언을 인용해 김 여사가 명품가방을 받은 행위가 부적절했다고 평가하면서도 형사처벌 대상은 아니라고 밝혔다. 이 총장은 “대통령도 김 여사에 대해 현명하지 못한 처신이라고 언급한 것으로 안다”면서도 “현명하지 못한 처신, 부적절한 처신, 바람직하지 못한 처신이 곧바로 법률상 형사처벌 되거나 범죄 혐의가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이 총장은 “두 가지 문제의 차원이 다르다는 점을 저희도 많이 고민했다”고 밝혔다. 김 여사의 행위가 부적절했고 비판 여론도 높지만 법적으로 처벌할 규정이 없다는 취지의 말이었다. 앞서 윤 대통령은 지난 5월 취임 2주년 기자회견에서 “제 아내의 현명하지 못한 처신으로 국민들께 걱정을 끼쳐드린 부분에 대해 사과를 드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 총장은 “개인적으로 이번 기회에 공직자의 배우자에 대한 법령을 정확하게 보완하고 미비한 점을 정비해서 사회적인 논란이 없도록 입법을 충실하게 정리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현행 청탁금지법에 따르면 직무관련성과 상관 없이 같은 사람에게 1회에 100만원 또는 1년에 300만원을 초과하는 금품을 받을 경우 처벌 대상이 되는 공직자와 달리 그 배우자는 금품을 받아도 직무관련성이 입증돼야만 법 위반에 해당한다. 또한 공직자의 배우자는 청탁금지법을 위반했어도 처벌할 조항이 없다. 이는 검찰이 최 목사로부터 총 500만원어치가 넘는 금품을 받은 김 여사를 무혐의 처분하려는 핵심적인 이유다. 이 총장 발언은 이러한 법령을 개정해야 한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이 총장은 지난 7월 서울중앙지검의 김 여사 비공개 출장조사 사후보고와 관련해 지시한 진상파악에 대해 “검찰은 옳은 일을 옳은 방법으로 옳게 하는 사람들”이라며 “사건 최종 처분도 중요하지만 과정과 절차의 공정함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 총장은 “수사 진행 과정에서 절차와 과정에 문제점이 없었는지 짚어보고 문제가 있었다면 다시는 되풀이되지 않도록 상당하는 진상파악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이 총장은 대통령경호처 소관 건물로 수사팀이 가서 김 여사를 비공개 조사한 사실이 알려진 직후 “국민께 여러 차례 법 앞에 예외도 특혜도 성역도 없다고 말씀드렸으나 대통령 부인 조사 과정에서 이런 원칙이 지켜지지 않았다”며 “국민들께 깊이 사과드린다”고 했다. 이후 이 총장은 대검찰청 감찰부에 진상파악을 지시했으나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과 수사팀 반발로 진척이 없는 상태다.

이창준 기자 jchang@kyunghyang.com, 김혜리 기자 harr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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