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직 태극권 배우려 찾는 시골 마을…거기서 빚어낸 특별한 술이 있다 [스프]
심영구 기자 2024. 9. 9. 09:03
[술로 만나는 중국·중국인] 태극권을 테마로 한 '태극세가주' - 허난 원현 편 (글 : 모종혁 중국문화평론가·재중 중국 전문 기고가)
지피지기 백전불태! 친중(親中), 반중(反中)을 넘어 극중(克中)을 위한 지식충전소! 진짜 중국을 만나러 갑니다!
중국에서 어디를 가든 광장이나 공원에서 중국인들이 연마하는 무술이 있다. 바로 태극권(太極拳)이다.
우리는 태극권 하면 무협지와 무협 드라마의 영향으로 장삼풍(張三豐)이나 무당파(武當派)를 떠올린다. 그러나 무당파 무술은 현대의 태극권과 차이가 크다. 중국에서는 무당태극권을 태극권의 한 유파로 여긴다.
태극권의 주요 유파 중 가장 큰 세력과 영향력을 갖춘 것은 단연 진식(陳式)태극권과 양식(楊式)태극권이다. 두 유파의 특징은 허난(河南)성 원(溫)현 천자거우(陳家溝)에서 시작됐다는 공통점이 있다.
모두 진식태극권의 창시자 진왕정(陳王廷)에서 기원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본래 진 씨 가문은 산시(山西)성 훙둥(洪桐)현에서 살았다.
명대 초기 진복(陳卜)이 관부의 압력으로 인해 허난으로 이주했다. 이에 따라 진복이 천자거우 진 씨의 시조가 됐다. 진복은 문무를 겸비한 호걸이었다. 원현에 정착한 뒤 고향을 지키고 심신을 단련하기 위해서 무술을 익혔다.
그로부터 9대손인 진왕정이 17세기에 진식태극권을 정식으로 창시했다. 천자거우 한복판에 있는 조사전에서는 진왕정과 태극권의 역사를 자세히 알 수 있다.
조사전에 들어서면 마당에 진왕정 석상이 서 있다. 그 뒤에 조사당이 있다. 조사당의 진왕정 기념비 양옆에는 다음처럼 쓰여있다.
'대도일원 제가대성(大道一元 諸家大成), 태극양의 조권술진제(太極兩依 造拳術眞諦).' 큰 뜻을 품어 모든 무술의 정수를 하나로 모으고, 여기에 도교사상을 더해 창제한 무술이 태극권이라는 의미다.
실제로 진왕정은 가전무술을 바탕으로 명대 장군 척계광(戚繼光)이 편찬한 《기효신서(紀效新書)》, 기공의 모태인 도인토납술(導引吐納術), 도교의 음양사상, 전통의학 등을 종합했다.
16세기 왜구가 명나라 해안가를 자주 침범했다. 명조가 여러 차례 장군과 군대를 파견했으나 실패했다. 결국 척계광을 낙점했다.
왜구는 15~16세기 일본에서 전국시대를 거치면서 강력한 실전 전투력을 갖추었다. 이에 맞서 척계광은 각종 병법서와 전투 시 응용한 무술을 바탕으로 《기효신서》를 편찬했다. 전장에서 병사의 전투력을 높이려는 조치였다.
진왕정은 《기효신서》에 소개된 권경(拳經) 32개 중 29개를 따와 태극권 속에 응용했다. 따라서 태극권의 기본 권법은 《기효신서》에 뿌리를 두고 있다.
그런데 태극권의 여러 명칭은 소림사의 무술과 동일하다. 그 이유는 진왕정이 소림사에서 소림무술도 익혔기 때문이다. 원현과 소림사는 70km 거리로 가깝다.
464년 북인도에서 30대 승려 불타발타라(佛駄跋陀羅)가 중국에 왔다. 그는 북위(北魏)의 황제 효문제를 알현하고 강론을 펼쳤다. 효문제는 크게 감화되어 다퉁(大同)에 윈강(雲崗)석굴을 축조했다.
494년 수도를 허난성 뤄양(洛陽)으로 천도하면서 그를 위해 불학원을 세웠다. 또한 1년 뒤에는 덩펑(登封)시 쑹산(嵩山) 끝자락에 사찰을 창건해 주지로 모셨다.
사찰 이름은 샤오스산(少室山) 숲속에 지은 절이라는 뜻으로 소림사라고 명명했다. 불타발타라가 입적하고 수십 년 뒤 남인도에서 인도 선불교의 조사인 보리달마(菩提達磨)가 중국에 왔다.
달마는 남조에서 독특한 불교 이론과 좌선 수행법으로 큰 명성을 얻었다. 또한 남조의 황제 양무제를 알현하고 선문답을 했다. 527년 달마는 북위로 올라와서 쑹산의 한 동굴에 거처를 정했다.
무려 9년 동안 벽을 향해 가부좌를 틀고 앉아 참선 수행을 했다. 그 과정에서 맹수와 화적의 위협에 대처하기 위해 호신술을 익혔다.
달마의 참선법과 호신술은 제자 도육과 혜가에게 전해져서 중국 선종과 소림무술로 꽃 피웠다. 소림사가 무술로 이름을 떨친 것은 당나라 때부터다.
618년 왕세충이 반란을 일으켰다. 이에 소림사 승려들이 나서서 왕자 이세민을 구해내고 난을 진압했다. 훗날 이세민은 당 태종이 됐다. 황위에 오르자, 소림사에 친필 비석과 전답을 하사했다.
원대 홍건적의 난이 일어났을 때 소림사 승려들은 반란군에 맞섰다. 명대에는 왜구가 해안가를 침입해서 약탈하자, 소림사 무승들이 출동하여 명군과 함께 왜구를 토벌했다.
이런 역사적 배경에 따라 태극권은 선입견과 다르게 강력한 실전 무술이다. 다만 마음의 다스림을 통해서 내기(內氣)의 배양과 음양의 조화를 중시한다.
물론 태극권은 노가일로(老架一路)와 노가이로(老架二路)로 대표되는 연마 틀이 있다. 따라서 기초 동작이나 품새를 익히는 데는 긴 시간이 필요하지 않다.
하지만 몸속의 음양을 조화시켜 내재된 기를 내뿜는 경지, 즉 발경(發勁)에 이르기까지는 무척 어렵다. 발경을 하려면 적어도 5년 이상 혹독히 수련해야 한다. 그를 위해 먼저 방송(放鬆)의 자세가 필요하다.
방송은 몸 안의 단전에서 나오는 복식호흡으로, 근육과 관절의 긴장 및 수축을 유연히 풀어주고 마음을 다스리는 것이다. 태극권은 신법(身法)으로 수법(手法)을 이끄는 무술이다.
움직임과 동시에 동작이 나눠지고 끝날 때는 동작이 합쳐진다. 동작의 속도가 느리면서도 유연해서 수련 패턴을 조절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손과 발, 척추와 허리, 상체와 하체를 끊임없이 움직여서 운동량이 상당히 크다.
이런 태극권의 특징으로 인해서 수련자는 낮은 자세로 해서 체력을 증강할 수 있고 양생의 효과를 얻는다.
하나의 동작은 전체와 조화를 이루어야 하기에 정신력을 고도로 집중시켜야 한다. 이렇게 내재된 기를 발경하면 그 타격력은 아주 강력하다.
태극권은 기와 마음을 다스리기에 스트레스로 고통받는 현대인에게 잘 어울린다. 따라서 천자거우는 원현 현청에서 6km가 떨어진 시골 마을이지만, 수많은 외지인이 생활하고 있다.
오직 태극권을 배우기 위해서 중국 각지뿐만 아니라 외국에서 온 수련생들이다. 이들로 인해 현재 천자거우에는 천자거우태극권학교, 국제태극권학원 등 10여 개의 교육기관이 있다.
태극권 수련자들은 술을 즐겨 마신다. 적당한 음주는 마음을 즐겁게 하고 긴장을 풀어준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천자거우에는 태극권을 테마로 술을 빚는 양조장인 태극주업이 있다. 태극주업은 예부터 증류주에 원현 특산의 한약재인 회산약(懷山藥)을 더해 약주를 빚었다. 회산약은 마(麻) 중 최고 품질을 지닌 한약재다.
겉모양이 희고 크고 곧다. 약효는 전신의 기를 원활하게 소통시키고 비음(脾陰)을 보충시켜 준다. 또한 권태감과 무력감을 다스려주고 식욕 감소와 설사를 고쳐주는 효능도 지니고 있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지피지기 백전불태! 친중(親中), 반중(反中)을 넘어 극중(克中)을 위한 지식충전소! 진짜 중국을 만나러 갑니다!
중국에서 어디를 가든 광장이나 공원에서 중국인들이 연마하는 무술이 있다. 바로 태극권(太極拳)이다.
우리는 태극권 하면 무협지와 무협 드라마의 영향으로 장삼풍(張三豐)이나 무당파(武當派)를 떠올린다. 그러나 무당파 무술은 현대의 태극권과 차이가 크다. 중국에서는 무당태극권을 태극권의 한 유파로 여긴다.
태극권의 주요 유파 중 가장 큰 세력과 영향력을 갖춘 것은 단연 진식(陳式)태극권과 양식(楊式)태극권이다. 두 유파의 특징은 허난(河南)성 원(溫)현 천자거우(陳家溝)에서 시작됐다는 공통점이 있다.
모두 진식태극권의 창시자 진왕정(陳王廷)에서 기원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본래 진 씨 가문은 산시(山西)성 훙둥(洪桐)현에서 살았다.
명대 초기 진복(陳卜)이 관부의 압력으로 인해 허난으로 이주했다. 이에 따라 진복이 천자거우 진 씨의 시조가 됐다. 진복은 문무를 겸비한 호걸이었다. 원현에 정착한 뒤 고향을 지키고 심신을 단련하기 위해서 무술을 익혔다.
그로부터 9대손인 진왕정이 17세기에 진식태극권을 정식으로 창시했다. 천자거우 한복판에 있는 조사전에서는 진왕정과 태극권의 역사를 자세히 알 수 있다.
조사전에 들어서면 마당에 진왕정 석상이 서 있다. 그 뒤에 조사당이 있다. 조사당의 진왕정 기념비 양옆에는 다음처럼 쓰여있다.
'대도일원 제가대성(大道一元 諸家大成), 태극양의 조권술진제(太極兩依 造拳術眞諦).' 큰 뜻을 품어 모든 무술의 정수를 하나로 모으고, 여기에 도교사상을 더해 창제한 무술이 태극권이라는 의미다.
실제로 진왕정은 가전무술을 바탕으로 명대 장군 척계광(戚繼光)이 편찬한 《기효신서(紀效新書)》, 기공의 모태인 도인토납술(導引吐納術), 도교의 음양사상, 전통의학 등을 종합했다.
16세기 왜구가 명나라 해안가를 자주 침범했다. 명조가 여러 차례 장군과 군대를 파견했으나 실패했다. 결국 척계광을 낙점했다.
왜구는 15~16세기 일본에서 전국시대를 거치면서 강력한 실전 전투력을 갖추었다. 이에 맞서 척계광은 각종 병법서와 전투 시 응용한 무술을 바탕으로 《기효신서》를 편찬했다. 전장에서 병사의 전투력을 높이려는 조치였다.
진왕정은 《기효신서》에 소개된 권경(拳經) 32개 중 29개를 따와 태극권 속에 응용했다. 따라서 태극권의 기본 권법은 《기효신서》에 뿌리를 두고 있다.
그런데 태극권의 여러 명칭은 소림사의 무술과 동일하다. 그 이유는 진왕정이 소림사에서 소림무술도 익혔기 때문이다. 원현과 소림사는 70km 거리로 가깝다.
464년 북인도에서 30대 승려 불타발타라(佛駄跋陀羅)가 중국에 왔다. 그는 북위(北魏)의 황제 효문제를 알현하고 강론을 펼쳤다. 효문제는 크게 감화되어 다퉁(大同)에 윈강(雲崗)석굴을 축조했다.
494년 수도를 허난성 뤄양(洛陽)으로 천도하면서 그를 위해 불학원을 세웠다. 또한 1년 뒤에는 덩펑(登封)시 쑹산(嵩山) 끝자락에 사찰을 창건해 주지로 모셨다.
사찰 이름은 샤오스산(少室山) 숲속에 지은 절이라는 뜻으로 소림사라고 명명했다. 불타발타라가 입적하고 수십 년 뒤 남인도에서 인도 선불교의 조사인 보리달마(菩提達磨)가 중국에 왔다.
달마는 남조에서 독특한 불교 이론과 좌선 수행법으로 큰 명성을 얻었다. 또한 남조의 황제 양무제를 알현하고 선문답을 했다. 527년 달마는 북위로 올라와서 쑹산의 한 동굴에 거처를 정했다.
무려 9년 동안 벽을 향해 가부좌를 틀고 앉아 참선 수행을 했다. 그 과정에서 맹수와 화적의 위협에 대처하기 위해 호신술을 익혔다.
달마의 참선법과 호신술은 제자 도육과 혜가에게 전해져서 중국 선종과 소림무술로 꽃 피웠다. 소림사가 무술로 이름을 떨친 것은 당나라 때부터다.
618년 왕세충이 반란을 일으켰다. 이에 소림사 승려들이 나서서 왕자 이세민을 구해내고 난을 진압했다. 훗날 이세민은 당 태종이 됐다. 황위에 오르자, 소림사에 친필 비석과 전답을 하사했다.
원대 홍건적의 난이 일어났을 때 소림사 승려들은 반란군에 맞섰다. 명대에는 왜구가 해안가를 침입해서 약탈하자, 소림사 무승들이 출동하여 명군과 함께 왜구를 토벌했다.
이런 역사적 배경에 따라 태극권은 선입견과 다르게 강력한 실전 무술이다. 다만 마음의 다스림을 통해서 내기(內氣)의 배양과 음양의 조화를 중시한다.
물론 태극권은 노가일로(老架一路)와 노가이로(老架二路)로 대표되는 연마 틀이 있다. 따라서 기초 동작이나 품새를 익히는 데는 긴 시간이 필요하지 않다.
하지만 몸속의 음양을 조화시켜 내재된 기를 내뿜는 경지, 즉 발경(發勁)에 이르기까지는 무척 어렵다. 발경을 하려면 적어도 5년 이상 혹독히 수련해야 한다. 그를 위해 먼저 방송(放鬆)의 자세가 필요하다.
방송은 몸 안의 단전에서 나오는 복식호흡으로, 근육과 관절의 긴장 및 수축을 유연히 풀어주고 마음을 다스리는 것이다. 태극권은 신법(身法)으로 수법(手法)을 이끄는 무술이다.
움직임과 동시에 동작이 나눠지고 끝날 때는 동작이 합쳐진다. 동작의 속도가 느리면서도 유연해서 수련 패턴을 조절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손과 발, 척추와 허리, 상체와 하체를 끊임없이 움직여서 운동량이 상당히 크다.
이런 태극권의 특징으로 인해서 수련자는 낮은 자세로 해서 체력을 증강할 수 있고 양생의 효과를 얻는다.
하나의 동작은 전체와 조화를 이루어야 하기에 정신력을 고도로 집중시켜야 한다. 이렇게 내재된 기를 발경하면 그 타격력은 아주 강력하다.
태극권은 기와 마음을 다스리기에 스트레스로 고통받는 현대인에게 잘 어울린다. 따라서 천자거우는 원현 현청에서 6km가 떨어진 시골 마을이지만, 수많은 외지인이 생활하고 있다.
오직 태극권을 배우기 위해서 중국 각지뿐만 아니라 외국에서 온 수련생들이다. 이들로 인해 현재 천자거우에는 천자거우태극권학교, 국제태극권학원 등 10여 개의 교육기관이 있다.
태극권 수련자들은 술을 즐겨 마신다. 적당한 음주는 마음을 즐겁게 하고 긴장을 풀어준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천자거우에는 태극권을 테마로 술을 빚는 양조장인 태극주업이 있다. 태극주업은 예부터 증류주에 원현 특산의 한약재인 회산약(懷山藥)을 더해 약주를 빚었다. 회산약은 마(麻) 중 최고 품질을 지닌 한약재다.
겉모양이 희고 크고 곧다. 약효는 전신의 기를 원활하게 소통시키고 비음(脾陰)을 보충시켜 준다. 또한 권태감과 무력감을 다스려주고 식욕 감소와 설사를 고쳐주는 효능도 지니고 있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심영구 기자 so5what@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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