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자들 52회 우승… “골프는 기본기” 꼰대 자칭하는 원칙주의자[Leadership]

오해원 기자 2024. 9. 9.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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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eadership - 골프 코치 이시우
KLPGA 박현경·배소현부터
파리 金 리디아고까지 가르쳐
현역 시절에는 큰 두각 못보여
제자 받을때 나이·우승 안 따져
반복연습 강조 단순한 가르침
약점보완 도와주는 역할 집중
글로벌 드림팀 만드는 것이 꿈
이시우 코치가 지난 2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 아이언앤우드에서 지도했던 많은 제자가 합작한 우승처럼 쌓아 올린 골프공 가운데 가장 윗부분의 색이 다른 공을 가리키며 환하게 웃고 있다. 백동현 기자

가까이는 2024 한국여자골프(KLPGA)투어에서 나란히 3승을 기록 중인 박현경과 배소현부터, 멀게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에서 힘찬 부활의 날갯짓을 하는 고진영, 그리고 2024 파리올림픽 여자골프 금메달리스트인 뉴질랜드교포 리디아 고까지. 이들은 모두가 ‘원팀’이다. 바로 이시우 코치의 지도를 받는 제자라는 공통점이 있다. 범위를 조금 더 늘리면 올해 한국프로골프(KPGA)투어에서 맹활약하는 김민규와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투어에서 깜짝 우승 후 정식으로 프로 데뷔한 이효송, 그리고 미국프로골프(PGA)투어의 김주형도 이 코치에게 현재 골프를 배우고 있거나 과거 배웠던 인연이 있는 선수들이다.

한국은 물론, 미국까지 상당한 영향력을 자랑하는 골프 교습가인 이 코치는 아마추어 선수와 프로선수를 지도한 최근 8년간 무려 52차례나 제자들과 우승을 함께했다. 한국과 일본은 물론, 아시아와 미국의 프로골프무대, 나아가 올림픽까지 이 코치의 가르침을 받은 선수들은 2017년부터 매년 빠짐없이 우승 소식을 전하고 있다.

이 코치의 제자 중에는 몇 주간 연속으로 우승 소식을 전하기도 했고, 또 같은 날 남녀 대회에서 함께 우승한 이들도 있었다. 특히 프로와 아마추어 무대를 모두 포함해 지난 7년간 40승을 거뒀던 제자들은 올해에만 2024 파리올림픽 금메달을 포함해 12개 대회에서 트로피를 수집하고 있다. 그야말로 이 코치와 제자들의 전성시대다.

◇“나는 꼰대다”… 유행 아닌 기본기와 노력의 중요성 강조 = 오랜 제자 중 한 명인 배소현이 올해 세 번째 우승 트로피를 들고 난 다음 날인 지난 2일 서울 강남의 한 골프연습장에서 이 코치를 만났다. 수많은 제자의 우승을 함께했고, 지금도 많은 이들이 가르침을 받고 싶어 하는 소문난 지도자인 그의 비결은 과연 무엇일까.

그는 오랜 기간 묵묵히 자신과 함께 힘든 과정을 참고 버틴 끝에 30세가 넘어서도 기량을 성장시켜 우승이라는 달콤한 열매까지 얻은 배소현을 자신의 지도 철학을 소개하는 대표적인 사례로 꼽았다. 운이 좋아 우연히 우승하는 것이 아니라 1부와 2부 투어를 오가면서도 묵묵히 자신을 갈고닦은 끝에 스스로 결과를 가져왔다는 것이다. “(배)소현이가 늦깎이라고 하지만 데이터를 보면 사실은 재작년부터 우승해도 전혀 이상할 것이 없는 수준이다. 본인이 오랫동안 자기만의 것을 꾸준하게 노력하고 연구해 얻은 결과”라고 했다.

사실 이 코치가 가르치는 제자들은 이름만 들어도 각자가 속한 무대에서 실력을 인정받은 이들이다. 누구나 재능을 인정하는 선수라는 의미다. 하지만 이 코치는 제자들의 공통점을 ‘꾸준함’이라고 했다. 스스로 ‘꼰대’라고 칭한 이 코치는 철저한 원칙주의자다. 그는 “반드시 습득하고 넘어가야 하는 과정을 건너뛴다면 당장 문제가 발생하지 않더라도 언젠가는 발목을 잡힐 수밖에 없다”고 강조한다.

그렇기에 자신은 물론, 제자들에게도 일시적인 유행을 좇기보다는 반복 연습과 기본기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그래서 그와 함께하는 훈련은 때로는 지루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는 점을 스스로 인정한다. 함께 훈련을 하겠다고 찾아온 이들 중 2∼3달 만에 버티지 못하고 떠난 이들도 많았다. 반대로 잠시 그의 곁을 떠났다가 다시 돌아온 제자도 여럿이다. 그렇기에 적게는 수개월부터, 길게는 7∼8년까지 묵묵히 노력해 우승 횟수를 늘려가는 제자들이 더욱 자랑스럽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이 코치는 “나와 함께하는 선수들은 다들 내 말을 믿고 묵묵히 힘든 시간을 버텨준 고마운 존재”라고 오히려 감사함을 표했다.

◇모두가 인정한 ‘스타 교습가’… 매끈한 포장도로보다 불편한 자갈밭이 지름길 = 이 코치는 몇 해 전 국내의 한 골프전문지가 뽑은 국내 최고의 골프 교습가에 뽑혔다. 물론 국내 최고의 골프 교습가로 뽑히기 전에도 이 코치는 국내에서 손꼽히는 골프 교습가로 인정을 받았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코치로서 대단한 명성을 쌓고 있는 것과 비교하면 ‘선수 이시우’는 돋보이지 않았다. 그런 덕분에 선수의 꿈을 이어가는 대신 일찌감치 지도자의 길을 선택할 수 있었다.

선수로서 빛을 보지 못한 경험 덕에 이 코치는 자신의 가르침을 받으려는 선수와 인연을 맺으며 나이나 우승 횟수의 많고 적음을 문제 삼지 않았다. 자신의 약점을 꾸준한 연습과 노력으로 극복하겠다는 의지가 보인다면 이 코치는 고민 없이 손을 내밀었다. 그래서 현재 이 코치의 가르침을 받는 선수는 골프선수로서 성공을 꿈꾸는 나이 어린 유망주부터 이미 세계적으로 성공한 스타까지 구성이 다양하다.

2024년 현재 대한민국에서 가장 성공한 골프 교습가 중 한 명이라고 평가받는 이 코치는 모두가 편한 길을 가는 대신 가르치는 사람도, 배우는 사람도 불편한 길을 선택한다. “선수마다 제각각인 스윙 패턴을 한 사람에게 맞추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래서 내가 추구하는 것을 선수에게 입히는 것이 아니라 선수가 못하는 것을 보완할 수 있게 도와주는 역할에 집중하자는 것이 내가 생각하는 코치의 역할”이라고 했다.

“누구나 잘하는 것과 못하는 것이 있고, 못하는 것보다는 잘하는 것을 하려는 것이 사람의 심리”라는 이 코치는 “내 가르침은 단순하다. 나는 연습을 많이 하라고 한다. 특히 자신이 잘하는 것을 연습하는 것이 아니라, 잘하지 못하는 것을 특히 더 많이 하라고 주문한다. 드라이버를 잘하는 선수가 편하게 드라이버만 연습하기보다는 자신 없는 아이언, 퍼트를 보완하면 대회에 출전해 성적이 나아지는 건 당연한 결과”라고 힘주어 말했다.

◇“제자의 우승은 나를 움직이는 원동력”… 새벽부터 바삐 움직이는 행동파 = 이 코치는 술, 담배를 하지 않는다. 대신 자신이 가르치는 선수의 우승을 즐긴다. 독특한 그의 기호다. 그래서 TV나 인터넷으로 제자들의 경기 결과를 지켜보기보다는 직접 대회장을 찾아 물을 건네고 ‘파이팅’을 외치며 응원한다.

“가르치는 선수들이 우승할 때마다 묘한 중독성을 느낀다”는 그는 “그동안 얼마나 고생했는지 아는 선수들인데 그들이 대회장에서 잘하고, 또 우승까지 하면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기쁘다. 내가 가르치는 선수 모두가 열심히 하는 만큼 모두가 우승하길 바란다”고 했다. 이는 단순히 이 코치에게 국한된 마음만은 아닌 듯하다.

프로 데뷔 후 꽤 오랫동안 우승이 없던 배소현은 올해에만 3승을 챙기며 길었던 갈증을 풀고 있다. 지난겨울에 함께 훈련하며 고생했던 배소현의 우승은 태평양 너머 고진영도 잊지 않고 축하할 만큼 ‘팀 이시우’ 구성원 모두의 자랑이 됐다. 이 코치는 “(배)소현이가 고생한 건 우리 팀 선수 모두가 안다. 그래서 소현이 우승은 LPGA투어에서 경기하는 (고)진영이나, KLPGA투어에서 우승 경쟁을 하는 (박)현경이도 다 같이 기뻐했다”고 했다.

모두의 인정을 받는 이 코치는 단순히 골프 교습가 이상의 꿈을 그리고 있다. 교습가를 중심으로 뭉친 ‘팀’이 아니라 한국과 아시아, 미국과 유럽을 아우르는 실력파 선수들이 모인 ‘드림팀’을 만들고 싶다는 바람이다. 그는 “실현 가능성이 얼마나 될지는 잘 모르겠으나 내 꿈은 재능 있는 유망주부터 경험 많은 베테랑까지 아우르는 실력 있는 프로골프팀을 만드는 것”이라며 “선수 육성과 대회 참가, 관리까지 골프선수의 모든 것을 함께할 독보적인 ‘팀 이시우’를 만드는 것이 나의 최종 목표”라고 말했다.

빈 스윙하며 거울로 움직임 체크… 오랜만에 필드 나가도 밸런스 빨리 잡혀

■ 주말골퍼에 주는 팁

이시우 코치는 지난 2008년 한국프로골프(KPGA) 2부투어 마지막 출전을 끝으로 제2의 골프 인생을 살겠다고 결심한 뒤 아마추어 골퍼를 가르치는 것으로 교습가의 길을 시작했다. 연습량이 많은 프로골퍼와 달리 연습량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아마추어 골퍼에게는 골프 실력을 단번에 빠르게 성장시킬 ‘처방’은 없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이 점은 프로나 아마추어나 크게 다르지 않다. 꾸준한 연습만이 골프 실력을 키우는 ‘정도(正道)’라는 것이 이 코치의 비법이다.

하지만 모든 아마추어 골퍼라면 노력 대비 뛰어난 성과를 바랄 수밖에 없다. 이는 빽빽한 지도와 대회장 방문, 방송 프로그램 출연 등의 일정으로 직접 골프 클럽을 쥐고 연습할 시간이 부족한 이 코치 역시 마찬가지다. 이 코치는 “나도 주말골퍼다. 평소에 골프 클럽을 잡을 시간이 많지 않다. TV 골프채널에 레슨을 하러 가서도 방송 전 15분 정도 연습하는 것이 전부”라며 “코스에 나가기 전 반드시 연습하는 두 가지가 있다. 이것들은 절대 빼먹지 않는다”고 했다.

이 코치가 강조한 첫 번째는 거울을 보고 빈 스윙을 하는 것이다. 이왕이면 스윙하는 자신의 모습이 전부 보이는 큰 거울이 좋다. “아마추어 골퍼라면 오랜만에 코스에 가기 전이거나, 자주 코스에 가거나 관계없이 라운드 전에 거울을 보고 빈 스윙을 하는 것을 추천한다”는 그는 “빈 스윙을 할 때 중요한 점은 공이 아닌 거울에 비친 내 몸의 움직임을 체크해야 한다는 것이다. 스윙할 때 내 몸이 얼마나 좌우로 움직이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그리고 몸의 움직임을 최소화하는 느낌으로 빈 스윙을 하고 나면 오랫동안 공을 치지 않았어도 생각보다 빠르게 괜찮은 밸런스를 잡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 코치가 강조한 또 한 가지는 정확한 레깅이다. 레깅은 다운스윙을 할 때 클럽을 끌고 내려오는 동작을 말한다. 이 코치는 “아무리 골프를 잘한다는 아마추어라고 할지라도 프로와는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실력 있는 아마추어를 만나면 이 동작을 정말 잘 지킨다는 점을 공통적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면서 “모든 스윙은 레깅이 필수다. 오랫동안 훈련을 해온 선수들은 몸을 많이 써서 레깅 동작을 할 수 있지만 아마추어는 그렇지 않다. 그래서 이를 위한 간단한 방법은 다운스윙을 할 때 그립을 잡고 남은 끝부분이 목표 지점을 향하도록 연습하는 것을 추천한다. 의외로 이 점을 지키지 않는 아마추어가 많다”고 했다.

오해원 기자 ohwwho@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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