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럭셔리' 밀던 아모레, 왜 다이소로 갔나

김지우 2024. 9. 9. 09:0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마몽드 세컨드 브랜드 다이소 입점
로드숍 브랜드, 멀티브랜드숍 공략
시장 양극화…초저가 대표 채널 확장
/그래픽=비즈워치

아모레퍼시픽이 다이소에 입점했다. K뷰티 양대산맥으로 불리는 아모레퍼시픽이 기존 브랜드의 세컨드 브랜드를 만들어 멀티브랜드숍으로 채널을 확장한 것은 처음이다. 아모레퍼시픽이 다이소 입점을 택한 것은 최근 소비 양극화가 심화되면서 다이소가 '가성비'를 앞세워 새로운 뷰티채널로 각광받고 있어서다. 특히 다이소는 10대 이하의 고객이 많다. 아모레퍼시픽 입장에서는 장기적으로 미래 고객을 확보할 수 있는 기회다.

다이소 찾아간 이유

아모레퍼시픽은 최근 스킨케어 브랜드 마몽드의 세컨드 브랜드인 '미모 바이 마몽드'를 다이소에 입점시켰다. 입점 제품은 스킨토너, 앰플, 수분크림, 모공패드, 트러블 밤, 클렌징폼 등 8가지 기초 화장품이다.

마몽드는 1991년 아모레퍼시픽이 론칭한 장수브랜드다. 그간 아모레퍼시픽의 자체 유통채널인 아리따움과 온라인 쇼핑몰 등에서 제품을 판매했다. 한때 명동에선 플래그십 스토어인 '마몽드 부티크'를 운영하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아모레퍼시픽의 다이소 입점은 자연스러운 수순이라는 반응이다. 다이소가 뷰티 성지로 떠오르면서 초저가 시장에 도전하는 관문이자 미래 고객층을 확보할 수 있는 통로로 작용하고 있어서다. 

아모레퍼시픽 측은 "최근 글로벌 소비 시장은 초고가 및 초저가 시장으로 양극화되고 있다"며 "국내 초저가 시장을 대표하는 다이소에 우선 진출해 경험과 데이터를 축적해 향후 시장 확대에 대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아모레퍼시픽 미모 바이 마몽드 제품이 다이소몰에 판매 중이다. /사진=다이소몰 캡처

실제로 로드숍 기반 브랜드들은 다이소에 입점해 눈에 띄는 실적 성장을 이뤄냈다. 에이블씨엔씨 '어퓨'는 지난 4월 다이소 전용 색조 화장품 '더퓨어 캔디' 라인을 출시했다. 어퓨의 올 2분기 국내 매출은 다이소 제품 출시 전인 올 1분기 대비 30% 증가했다. 같은 기간 다이소 단독 채널 매출이 직전 분기에 비해 118% 성장한 덕분이었다.

토니모리도 지난 4월부터 다이소에 기초제품을 선보인 후, 올 2분기 매출이 전년 대비 29.8% 증가했다. 토니모리 측은 "다이소에서 5000원에 판매하는 고기능성 안티에이징 제품이 입소문이 나면서 큰 인기를 끌었다"고 밝혔다.

이밖에도 여러 브랜드들이 다이소에 입점하면서 시너지를 내고 있다. 올해 7월 기준 다이소에 입점한 화장품 브랜드는 47개다. 취급 상품 수는 346종에 달한다. 2021년만 해도 4개에 불과했지만 3년 새 입점브랜드가 10배 이상 늘었다. 심지어 아모레퍼시픽과 함께 K뷰티 양대산맥으로 꼽히는 LG생활건강도 지난 7월 다이소 전용 라인 '케어존'을 선보였다. 

최근 3년간 다이소의 화장품 매출은 성장했다. 다이소 화장품 매출의 연간성장률은 2021년 52%에서 지난 2023년 85%로 증가했다. 올해(1~7월)에도 기초화장품·색조화장품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217% 늘었다.

가성비 멀티브랜드숍 공략

아모레퍼시픽은 자체 유통채널인 아리따움을 운영하고 있지만 판매전략에 변화가 필요했다. 멀티브랜드숍 선호 트렌드가 강해지면서 아리따움 매장을 찾는 이들도 감소한 상태다. 이에 따라 2015년 1300여 개였던 아리따움의 매장 수는 올해 1분기 말 기준 396개로 급감했다. 가맹사업인 아리따움 매장만으로는 매출 확대를 기대하기 어려워진 셈이다. 

아모레퍼시픽·LG생활건강 2분기 실적 변화 /그래픽=비즈워치

설상가상으로 코로나19 이후 면세 채널 매출에서 큰 타격을 입었다. 하지만 엔데믹에도 면세 채널 매출은 여전히 회복하지 못했다. 이에 따라 매출 개선을 위해선 해외는 물론 국내에서도 해답을 찾아야 했다. 이에 따라 아모레퍼시픽은 대세인 유통 채널에 입점하는 방법을 택했다. 럭셔리 라인인 '설화수'도 CJ올리브영에 입점시켰다. 여기에 올리브영보다 나은 가성비로 주목받는 다이소는 간과할 수 없는 채널이었다.

업계 관계자는 "소비자들이 멀티브랜드숍을 선호하기 시작하면서 최근 뷰티업계 판매채널은 H&B스토어인 CJ올리브영과 생활용품 전문점인 다이소로 양분화됐다"며 "가성비 수요와 10대 이하의 미래 고객층을 공략하기 위해선 다이소 입점이 필수가 됐다"고 말했다. 

세컨드 브랜드 만든 이유

화장품을 저렴하게 선보이기 위해서는 단가를 맞춰야 한다. 아모레퍼시픽이 다이소에 입성하면서 세컨드 브랜드를 만든 이유다. 다이소에서 판매할 수 있는 최고가가 5000원이다보니, 화장품사들은 단가를 맞추기 위해 패키지와 용량, 불필요한 기능을 줄이고 있다. 기존 브랜드 이미지를 가져가면서도 가성비를 추구하는 고객을 타깃으로 해 매출 향상을 노릴 수 있는 방법이다.

VT가 대표적이다. 지난해 9월 VT는 다이소에 'VT 리들샷 페이셜 부스팅 퍼스트 앰플'을 입점시켰다. 올리브영 등 타 채널에선 더 큰 용량으로, 펌프식 용기에 담아 몇 만원에 판매한다. 하지만 다이소에서는 보다 적은 용량으로 소분해 3000원에 선보였다. 이 제품은 입소문을 타며 품절대란을 일으킬 정도로 큰 인기를 끌었다.

스타필드마켓 죽전에 있는 다이소 뷰티 매대에 소비자들이 제품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김지우 기자 zuzu@

다이소를 통해 가성비 제품으로 인지도를 높인 VT의 실적은 고공행진했다. VT의 화장품 사업 매출은 2022년 1306억원에서 지난해 1773억원으로 36% 증가했다. 전체 매출에서 화장품이 차지하는 비중도 2022년 54%에서 2023년 60%로 늘어났다.

업계 관계자는 "낮은 가격대의 서브 브랜드를 통해 소비자에게 가격 접근성을 낮춰 매출 향상을 기대할 수 있다"면서 "뷰티 시장에 경쟁이 한층 심화한 현 상황에서 대형 화장품사들도 채널 수수료나 새 브랜드 론칭에 드는 비용을 감수하더라도 소비자가 몰리는 채널에 도전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지우 (zuzu@bizwatch.co.kr)

ⓒ비즈니스워치의 소중한 저작물입니다. 무단전재와 재배포를 금합니다.

Copyright © 비즈워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