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얼마 만이냐"...1년 만에 반등한 2차전지주, 기술적 반등 vs 추세적 회복[전예진의 마켓 인사이트]

2024. 9. 9. 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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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곡점 진입한 2차전지주 집중 점검
美·EU 전기차 판매 성장률 전년 동기대비 둔화하며 성장 모멘텀 약화
트럼프 집권시 세제 혜택 폐지 가능성 커…배터리셀 업체 타격 예상
미국의 중국 견제 정책 이어질 듯…韓 기업들 중장기적 유리한 고지

[마켓트렌드]

2차전지 이미지 / 사진=한국경제신문


국내 2차전지 기업의 주가가 반등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 포스코퓨처엠은 지난 8월 초 저점을 찍은 후 최근 한 달 새 25% 올랐다. 전기차 수요 부진으로 내리막길을 걷던 2차전지주가 반등을 시도한 것은 1년여 만이다.

증권가에선 시장을 주도하던 반도체주가 흔들리자 낙폭이 과도했던 배터리주로 자금이 몰린 것으로 분석한다. 2차전지 업체의 실적 부진이 이어지며 일시적 반등에 그칠 것이란 시각도 있다. 변곡점에 진입한 2차전지주는 부활할 수 있을까.

 

 ◆금리인하와 소비심리 회복이 관건

2차전지 기업들의 주가가 되살아날 조짐을 보이는 것과 달리 실적은 여전히 부진하다. 주력 시장인 미국과 유럽의 전기차 수요가 둔화한 탓이다. 올 상반기 누적 미국 전기차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9%가량 증가했지만 성장세는 전년 대비 하락했다. 고금리, 고물가에 내연기관차 대비 비싼 가격이 발목을 잡았다. 대체재인 하이브리드 차량이 강세를 보이고 넓은 국토 내 부족한 충전 인프라 등도 전기차 판매 둔화의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유럽 시장은 특히 수요 부진이 두드러졌다. 올 상반기 유럽 전기차 시장의 누적 성장률은 1.4%에 불과했다. 이산화탄소 배출규제 기준 강화 등의 친환경 정책 지속에도 불구하고 주요 국가의 보조금 중단과 경기 부진 등이 수요 위축에 영향을 미쳤다. 미국 시장에서 판로가 막힌 중국 배터리 업체들이 낮은 가격을 내세워 유럽 시장에서 공격적으로 점유율을 확대하는 것도 국내 배터리 업체에 부담이 되고 있다.

반면 중국 전기차 시장은 탄탄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노후 자동차, 가전제품 등 교체 시 정부에서 보조금을 지급하는 ‘이구환신’ 정책 등 정부의 경기부양 정책에 따른 수혜가 뒷받침된 영향이다. 중국 시장에서 전기차 침투율은 40%까지 상승했다.

전문가들은 올 상반기까지 추세를 살펴볼 때 연초 대비 전기차 및 배터리 수요 반등 모멘텀이 약화했다고 평가한다. 올 상반기 유럽과 미국에서 내연기관차 배기가스 규제를 완화하려는 움직임이 있었기 때문이다. 국내 배터리 업체들과 합자회사를 설립한 GM, 포드 등 완성차 업체들도 전기차 전환 목표나 투자계획을 축소하고 있다. 단기간 내 배터리 출하량이 큰 폭으로 증가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하반기 미국의 금리인하가 예상되는 점은 긍정적이다. 신차를 살 때 할부 구매 비율이 매우 높은 미국은 상대적으로 고가인 전기차 할부 구매 금리가 하락할 경우 수요 회복의 촉매제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지난 7월 미국의 고용지표 악화 등으로 경기침체 우려가 커지며 금융시장 변동성이 확대됐다는 점은 변수다. 소비심리가 위축되면 금리인하 효과가 반감될 수 있다.

전문가들은 국내 배터리 업체들의 투자가 집중된 핵심 시장인 미국의 경제 상황에 주목하고 있다. 김호섭 한국신용평가 연구위원은 “향후 미국의 고용지표 등락과 연계된 수요 변동, 연말 대선 결과에 따른 친환경 정책 변동 여부 등이 전기차 및 배터리 수요 방향성을 판가름하는 주요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美 보호무역 강화 시 셀업체 타격

미국 대선은 국내 2차전지 업체들의 실적 불확실성을 높이는 주요인이다.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폐지를 공언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된다면 정책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어서다. IRA의 주요 인센티브인 첨단제조생산세액공제(AMPC)는 국내 배터리 업체들의 수익성 개선을 위해선 꼭 필요한 조항이다. 국내 배터리 3사가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에 반영한 AMPC 효과는 1조2939억원으로 2023년 3사 합산 영업이익의 40.2%에 해당하는 규모였다. 올 상반기 인식 금액은 8417억원으로 이를 제외할 경우 2024년 상반기 국내 배터리 3사는 합산 기준 7331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것으로 추정된다. 업황 부진 국면에서 AMPC 수혜까지 사라지면 중단기적으로 2차전지 업체들의 수익성 부진이 심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우선주의와 제조 기반 강화를 강조하는 트럼프의 정책 기조와 이에 동조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확대되는 것도 국내 배터리 업체들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AMPC 수혜를 배분할 때 미국 합작 공장 파트너사인 미국 완성차 업체들이 협상 때 우위를 점할 가능성이 높아서다. 트럼프의 전기차 전환 정책 완화나 폐지 등의 영향으로 미국 전기차 시장 성장세가 둔화할 수 있다는 점도 우려스러운 부분이다.

미국이 보호무역 정책을 강화하면 관세율이 상승해 곧 2차전지 업체들의 비용 부담으로 이어진다. 전문가들은 배터리셀 업체들보다는 배터리 소재 업체들이 더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고 있다. 배터리셀 업체들은 미국 현지 공장을 운영 중이고 생산 설비 확장을 위한 신공장투자를 활발히 진행 중인 반면 배터리 소재 업체들에는 AMPC와 같은 직접 투자 인센티브 혜택이 없기 때문이다. IRA 전기차 보조금 요건 세부지침상 양극재도 핵심 광물에 포함되면서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 체결국인 국내에서 양극재를 제조하더라도 전기차 보조금 요건을 충족할 수 있다. 그러나 국내 배터리 소재 업체 중 미국 현지 공장을 운영 중인 곳은 없다. 관세 부담을 회피하기 위해 미국 내 공장을 건설해야 하지만 인건비가 높아 다른 지역 대비 투자금을 두 배 이상 들여야 한다. 양극재 공장의 경우 1만 톤당 투자비는 미국이 2000억원 안팎이지만 국내는 1000억원 내외로 알려졌다.

그러나 미국의 중국 견제 기조 강화는 국내 2차전지 업체들에 호재가 될 수 있다. 미국은 공화당과 민주당 양당이 공통으로 2차전지 공급망에서의 중국을 배제하려는 디커플링 정책을 적극적으로 펼치고 있다. 바이든 정부는 IRA 전기차 보조금 지급요건 규정 시 중국을 우려외국집단(FEOC)으로 지정했고 트럼프는 중국산 제품에 대한 60%의 징벌적 관세를 부과하는 등 대중국 무역장벽을 더욱 강화하려는 공약을 내세우고 있다. 중국 업체들의 미국 진출 제한이 지속되는 한 국내 배터리 업체들이 미국 시장에서 우위를 점할 것이란 전망도 있다.




 ◆2025년부터 재무 부담 완화될 듯

시장에선 국내 2차전지 업체들이 투자 속도를 조절하고 있는 데다 신공장 가동을 앞두고 있어 내년부터 재무 부담이 완화될 것으로 예상한다.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이 북미에 투자한 공장이 내년부터 가동을 시작한다. 완성차 업체와 조인트벤처(JV) 형태로 투자한 건도 올 상반기 50% 이상 자금 집행이 완료됐다. 원종현 한국신용평가 실장은 “내년부터 북미 공장의 대규모 투자가 일단락되고 투자 조절 효과가 나타나 재무 부담 상승폭은 이전 대비 다소 완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포스코퓨처엠은 고객사의 수요에 맞춰 양극재 및 인조 흑연 음극재의 증설 계획을 조정하고 있다. 상반기 설비 투자 금액 집행 비율은 연간 투자 가이던스인 2조8000억원 대비 30% 수준으로 실제 투자는 가이던스를 하회할 전망이다.

SKC도 작년 말부터 투자 규모를 축소하고 있다. SK피유코어와 SK엔펄스의 파인세라믹 사업을 양도해 작년 말보다 재무 부담 상승폭은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배터리 업계는 SK온의 신용등급 변동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SK온의 올 상반기 매출은 3조2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절반 수준으로 감소했다. 상반기 누적 영업손실은 7916억원에 달했다. SK온은 배터리 사업 부진과 투자 부담이 과중한 상황에서 지난 7월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 및 SK엔텀과의 합병을 결정했다. 수익성과 재무구조가 우수한 계열회사와 합병해 재무 여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증권가는 SK온으로 피흡수합병되는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과 SK엔텀의 수익성이 안정적이고 이익창출력도 우수해 배터리 사업의 실적 부진을 보완할 수 있을 것으로 평가한다. 김 연구위원은 “합병에 따른 즉각적인 재무구조 개선 효과는 크지 않지만 기업가치 제고를 통해 SK온의 IPO 시점이 앞당겨질 수 있다”며 “IPO 시 자본확충 규모가 증가할 수 있다는 점 등이 중장기 재무안정성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전예진 한국경제 기자 ac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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