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예술분야 예산 어떻게 쓸까···문체부, 오늘 관계자들과 ‘열린 세미나’
공연, 미술, 문학 분야 등 공공기관·전문가 등 참여
“중앙과 지자체 역할 재정립···지역성장·국내외 유통에 방점”
문화예술 예산 내년 2조 4090억, 올해比 1.7%↑에 그쳐
문화체육관광부는 9일 오후 유인촌 장관이 주재한 가운데 서울 서대문구 모두예술극장에서 ‘예술 정책에 관한 열린 세미나’를 열어 공연, 미술, 문학 분야 예술인 등 현장 전문가, 유관기관 관계자와 함께 내년도 순수예술 분야 정책 지원 방향을 논의한다고 밝혔다.
이번 세미나에서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예술경영지원센터, 예술인복지재단 등 문화예술 분야 공공기관 기관장과 실무진도 참여해 내년도 사업 추진 방향과 계획에 대해 소통하고 현장 의견을 청취한다. 전문가들의 정책제언과 함께 예술인들의 자유 토론도 이어간다.
문체부에 따르면 이날 세미나에서 중점적으로 다룰 내년도 정부 예산(안) 편성 방향과 순수예술 지원 체계 개편 방안은 다음과 같다.
먼저 작품 창작·유통과 관련해 문화예술 기관 간 분절적인 지원 체계를 정비하고 중앙과 지방(지역)의 역할을 재정립한다. 지역의 지방자치단체와 지역문화재단은 1차적인 창작 지원에 집중하고, 문예위는 다음 단계인 2차 후속 지원, 공연장·연습장 등 활동 공간 지원, 비평 지원과 같은 간접 지원에 집중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2025년도부터 지역에서 제작한 우수 작품과 단체의 성장을 지원하는 지역예술도약지원 사업(48억 원, 신규)을 추진한다. 이와 더불어 예경과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은 좋은 작품이 국내외로 활발히 유통될 수 있도록 뒷받침한다.
문학과 공연, 미술 등 분야별 예술이 지역으로 활발히 유통될 수 있도록 다양한 사업을 추진한다. 순수예술의 근간이 되는 문학에 대해서는 지역 중심으로 도서를 활발히 보급하고 작가들의 홍보·마케팅 활동을 지원하는 문학나눔 도서 보급 사업(48억 원, 8억 원 증액)을 확대하고, 지역문학관 활성화(4억 원, 신규)에도 예산을 투입한다.
다양한 규모별 공연 콘텐츠가 전국으로 유통되고, 지역의 우수한 공연이 수도권으로도 올 수 있도록 유통지원 사업(260억 원)을 추진하고, 국립예술단체의 초대형 전막 공연을 지역에서도 관람할 수 있도록 80억 원을 투입한다. 미술 분야에서는 우수한 전시가 지역문예회관 등에서도 활발히 열릴 수 있도록 지원(46억 원, 16억 원 증액)한다.
한국 예술이 국내외에서 활발히 논의될 수 있도록 비평·담론 예산도 확대한다. 문학의 비평담론 형성(4억 원, 신규), 한국미술 비평지원(1억 5000만 원), 한국미술 해외 신시장 개척을 위한 담론 형성 지원(15억 원, 신규) 등을 추진하고, 문학한류 활성화 지원(46억 원), 뮤지컬 시장 활성화 지원(31억 원), 한국미술 해외 진출(38억 원) 및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의 문화 행사 순회 지원사업인 ‘투어링 K아츠’ 등을 통해 한국 예술의 해외 진출을 적극 지원한다.
또 문체부는 예술단체와 예술가를 발굴하고 육성하기 위해 예술단체를 혁신하고 대규모 프로젝트를 만드는 데 집중한다.
내년에는 예산 약 60억 원으로 총 4~5개의 ‘국립 청년예술단’ 등을 신설한다. 지역에서도 우수한 공연예술단체를 육성할 수 있도록 지역대표예술단체 육성사업 예산도 증액(120억 원, 30억 원 증액)했다. 이를 통해 국립예술단체 간, 시·구립예술단 등 공공예술단체 간에도 경쟁체제가 도입돼 혁신할 동기를 마련할 것으로 기대했다. 청년예술인들에게 ‘꿈의 무대’이자 기회인 국립예술단체 청년교육단원도 올해 9개 단체 350명에서 내년 600명으로 확대(132억 원, 52억 원 증액)할 계획이다.
공연 분야에서는 예술 단체를 키워나간다면, 미술과 문학 분야에서는 작가 육성을 체계화한다. 신진작가들의 미술시장 진입부터 국내외 홍보(프로모션)까지 시장 진입 단계별로 비전속 신진작가의 홍보·마케팅 지원(7억 5000만 원), 전속작가 지원(41억 5000만 원), 우수전속작가제 지원(5억 원) 등 지원 체계를 연계한다. 문학의 경우 도서관, 서점, 지역 문학관 등 문학기반시설을 중심으로 상주 작가 지원을 연계해 우수한 작가를 발굴·육성(23억 7000만 원)한다.
분야별 대표 축제와 같은 대규모 프로젝트를 지원해 예술 시장을 만드는 데 예산을 집중 투입한다. 서울국제공연예술제와 서울아트마켓을 통합한 아시아 최대 마켓형 공연예술축제를 만들어 공연예술 국내외 유통 플랫폼 기능을 강화(20억 원, 15억 원 증액)하고, 창극 중심의 세계음악극축제를 육성(11억 5000만 원, 신규)해 문화관광자원으로 브랜드화할 계획이다.
지역이 가지고 있는 특화 공연장, 분야별 대표 축제를 중심으로 공연 유통 마켓(B2B)을 활성화해 예술 시장을 만들어 나가는데 20억 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9월에 있는 비엔날레, 아트페어 등 개별 미술 행사를 전국적인 축제로 연계하고, 차세대 한국작가 프로모션 전시, 해외 미술계 인사 초청(인바운드) 프로모션 등을 집중 운영해 ‘대한민국 미술축제’(8억 3000만 원, 1억 9000만 원 증액)로 규모를 키운다.
또한 문학주간과 서울국제작가축제, 세계한글작가대회, 독서대전 등 다양한 문학행사를 연계해 대한민국 문학축제(4억 5000만 원, 1억 6000만 원 증액)로 키우고 한국문학을 집중 조명한다.
국립공연장을 특성화하고 국립예술단체의 체질을 개선한다. 국립공연장은 공연장별로 특성화해 민간과 중복되지 않게 극장의 정체성과 방향성을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우선 국립극장은 제작 기능을, 예술의전당은 기획 기능을 강화하고, 정동극장은 전통에 기반한 창작 공연 거점으로 만든다. 명동예술극장은 국립극단 공연 시즌 외 비시즌에는 민간 공연단체와의 협력을 증대해 가동률을 높이고, 아르코극장은 창작지원사업과 연계한 재발표지원 등 후속지원을 중심으로 특성화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할 계획이다. 아울러 남산 자유센터를 공연예술창·제작공간으로 조성(15억원, 신규)한다.
저출생 대책의 일환으로 어린이·청소년과 청년에 대한 투자를 대폭 늘린다. 어린이·청소년 특화 연극 콘텐츠를 개발·보급하기 위해 국립어린이청소년 극단을 신설(29억 원, 신규)하고, 어린이와 가족들이 체험을 통해 다양한 예술을 접하는 에듀테인먼트 콘텐츠를 모은 어린이 복합문화공간을 조성(257억 원, 신규)한다.
청년예술인 예술활동 적립계좌(36억 원, 신규)를 통해 청년 예술인들의 자립과 자산 형성을 지원, 청년들이 예술시장에 안정적으로 진입하고 정착할 수 있도록 돕는다. 공연기획사와 공연단체들을 예술인들과 연결하는 ‘잡마켓’ 사업(3억 원)도 활성화한다.
민간의 예술 분야 투자를 확대하기 위한 사업도 강화한다. 지역의 우수한 예술인이나 예술단체에 대한 기업 후원금에 국비(문예 기금)를 연계(매칭)해 지원하고, 지역축제, 지역문학관·미술관 등에 대해 지자체도 함께 후원할 수 있는 다양한 계기를 만든다.(75억 원, 44억 원 증액) 민간 후원 촉진을 위한 ‘예술나무페스티벌’에 기업 참여를 확대하고 연중 예술후원 캠페인을 전개(26억 원, 10억 원 증액)한다.
예술인과 예술단체가 본연의 창작활동에 집중할 수 있도록 행정절차를 간소화하는 작업도 추진한다. 예산을 합리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공연예술 분야 용역 단가 기준을 정하는 연구를 진행(~2024년 12월)하고 있으며, 보조금을 교부받은 공연장과 공연단체 간 용역계약을 체결하는 방식을 도입(2025년~)하는 것도 검토하고 있다.
최근 문체부가 발표한 2025년 예산안(정부안)은 7조 1214억 원으로, 2024년 대비로는 1669억 원, 2.4% 증가한 규모다. 이중에서 문화예술 분야는 2조 4090억 원으로, 올해 대비 1.7% 늘어나는 데 그쳤다.(앞서 공개된 윤석열 정부의 내년 총 예산안은 올해 대비 3.2% 증가한 677조 4000억 원 규모다.)
유인촌 장관은 “2025년도 정부 예산(안)에는 순수예술의 도약을 위한 정부의 의지와 예술계를 더욱 혁신하고자 하는 치열한 고민이 담겨있다”며, “이번 토론회 결과를 바탕으로 우리 예술 분야를 전략적으로 육성해 예술계가 한 단계 더 나아가고, 예술이 한류의 새로운 원동력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지원할 것”이라고 전했다.
최수문기자 기자 chsm@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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