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즈·키아프, 세 번째 '폐막'…'뭔가'를 남기고 있다
한국 미술 시장은 '매출'보다 '무형의 유산'을 '축적'하는 중
(서울=뉴스1) 김일창 기자 = 한국 미술씬에서 1년 중 가장 큰 행사인 '프리즈 서울'과 '키아프 서울'이 막을 내렸다. 작품의 판매 여부보다 '미술'이란 가치가 한국에서 매년 조금씩 더 인정받는 분위기가 형성되는 점, 이를 보고 해외 컬렉터들과 갤러리들이 한국을 주목하고 진출하려는 점이 주요 성과로 꼽힌다.
프리즈 서울은 지난 7일, 키아프 서울은 지난 8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각각 폐막했다. 두 미술품 장터(아트페어)는 지난 2022년 처음 공동 개최했다. 올해가 3회째로 계약 기간에 따라 남은 공동 개최 횟수는 2026년까지 두 번이다.
관심을 끄는 '프리즈 서울'의 지속 여부에 대해 사이먼 폭스 프리즈 CEO는 지난 5일 기자간담회에서 "프리즈의 역사를 보면 한 도시에서 시작하고 중단한 사례는 없었다"며 "프리즈 서울이 10년, 20년, 50년 지속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키아프 서울 주관사인 한국화랑협회 관계자도 "프리즈가 2026년을 끝으로 서울에서 철수할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며 "지금까지 프리즈 서울에서 매출을 올리고 있고, 아시아 시장 공략 차원에서 서울에서 철수했을 때 대안이 마땅치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해를 거듭할수록 두 페어는 발전하는 모습이다. 특히, 지난해까지만 해도 프리즈 서울에 비해 초라했던 키아프 서울은 올해 공간을 넓히고 출품작 수준을 높여 미술계 관계자뿐 아니라 컬렉터들의 호응을 끌어냈다.
폭스 CEO는 이에 대해 "키아프 서울을 둘러봤는데 좋았다"며 "키아프와 함께 두 페어가 월드클래스로 함께 성장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프리즈가 서울에 진출하기 전만 해도 8~9월은 다른 월(月)처럼 미술씬에서 평범한 시기였다. 하지만 프리즈 서울이 열리면서 상황은 달라졌고, 시간이 지날수록 주변으로 그 파급력이 고스란히 전달되고 있다. 세계적인 갤러리들의 한국 진출이 늘었고, 한국 주요 갤러리들도 이들과 경쟁하기 위해 프리즈·키아프 기간에 맞춰 주요 작가의 전시를 선보이고 있다.
삼성문화재단의 호암미술관은 니콜라스 파티, 리움미술관은 아니카 이의 개인전을 택했다. 아모레퍼시픽미술관은 세계적인 아티스트 듀오 '엘름그린&드라그셋'을, K&L 뮤지엄은 스위스 현대미술가 클라우디아 콤테를 소환했고, 국제갤러리는 함경아와 마이클 주, 갤러리현대는 존배를 소개했다. 송은문화재단은 세계적인 컬렉션인 '피노컬렉션'을 선보였다.
여기에 광주·부산 비엔날레가 동시에 열리면서 대한민국은 그야말로 '미술의 바다'가 됐다.
이번에 서울에 지점을 내며 한국에 진출한 독일 마이어리거 갤러리의 공동대표 요흔 마이어 CEO는 이런 분위기에 대해 "프리즈 서울이 서울과 한국의 미술시장에 기여하는 바가 굉장히 크다"라며 "이 행사를 통해서 함께 진행되는 복합적인 이익이 상당히 많고, 이것을 계속해서 발전시키고 성숙시켜야 한다"고 요약했다.
마이어 CEO의 말을 뒷받침하듯 프리즈 서울에 참가한 한 갤러리 관계자는 "일본에서 온 갤러리 대표가 아트바젤 홍콩과 프리즈 서울, 둘 중 어느 곳에 참가할지 고민했는데 올해 프리즈 서울을 보고서는 내년에 서울로 와야겠다고 말하더라"라며 "갤러리 지인들도 이런 이야기를 많이 듣고 있다고 한다"고 말했다.
한국 작가에 대한 관심도 격세지감이다. 특히 한류가 미술에도 긍정적인 효과를 주고 있다는 의견이 다수다. 올해 제정된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 미래상'을 수상한 김아영 작가는 "확실히 한류가 미술계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을 작가로서 많이 느낀다"며 "한류로 인해 한국 작가에 대한 관심이 늘었고, 해외 진출도 전보다 많아졌다"고 말했다.
마이어 CEO는 "한국 작가를 섭외하기 위한 물밑 쟁탈전이 있는 거 같다"고 말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이같은 다층적이고 다양하며 복합적인 한국 미술씬을 반영해 예술경영지원센터와 함께 올해 처음으로 '대한민국 미술축제'를 진행했다. 전국 주요 미술관과 갤러리가 참여하는 다양한 기획전시와 전시 연계프로그램을 바탕으로 입장료 할인과 무료입장 혜택을 제공하는 것이 골자다.
유인촌 문체부 장관은 지난 4일 서울 종로구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미술인의 밤'을 주관하고 마리엣 웨스터만 구겐하임 미술관장과 폭스 CEO 등 전세계 주요 미술계 관계자들을 만났다.
미술계 일각에서는 이번 프리즈에 출품된 작품들이 런던이나 뉴욕 등에서 열리는 프리즈나 1회 '프리즈 서울'과 달리 초고가 작품이 없다는 등의 이유로 분위기가 시들해졌다는 반응이다. 그러나 한국 미술씬에 긍정적인 영향력을 끼치면서 '수익' 이상의 무형의 효과를 창출하고 있다는 것에 더 고무적인 분위기이다.
갤러리 페이스의 설립자인 앤 글림셔(Arne Glimcher)는 페이스 서울에서 열리는 '조응: 이우환과 마크 로스코'전 간담회에서 "지난 60여년 동안 미술씬에 있었다. 나는 미술시장에 관심이 없다. 나는 '미술'에 관심이 있다"고 말했다.
ick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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