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주택자의 전세살이…투기인가, 실수요인가? [기자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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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은행이 9일부터 1주택자의 전세대출을 중단합니다.
전세대출을 걸어 잠그면 실수요자 피해가 우려되지 않느냐는 질문에 한 금융권 관계자는 "1주택자도 실수요자에 포함되느냐"고 되물었습니다.
1주택자의 전세대출을 실수요로 본 것입니다.
1주택자의 전세대출을 실수요냐, 투기냐로 구분 짓는 일은 매우 어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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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김근욱 기자 = "실수요자 정의가 뭔가요?"
우리은행이 9일부터 1주택자의 전세대출을 중단합니다. 폭증하는 가계부채를 관리하라는 금융당국의 압박에 '초강력' 조치를 꺼내든 것입니다. 전세대출을 걸어 잠그면 실수요자 피해가 우려되지 않느냐는 질문에 한 금융권 관계자는 "1주택자도 실수요자에 포함되느냐"고 되물었습니다.
실수요자는 부동산 시장에서 흔하게 사용되는 단어입니다. 그런데 우리 사회가 실수요자를 바라보는 시각이 다르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무주택자의 전세살이를 실수요로 보는 것엔 이견이 없습니다. 그러나 1주택자의 전세살이를 실수요로 보느냐엔 의견이 분분합니다.
사실 실수요자에 대한 정의는 정부마다도 달랐습니다. 문재인 정부는 지난 2019년 9억 원 초과 아파트 보유자의 전세대출을 제한했습니다. 1주택자의 전세대출을 '투기'로 본 것이죠. 그러나 윤석열 정부는 지난 2023년 '1주택·실수요자 전세대출 규제 완화'를 발표하고 해당 규제를 철폐했습니다. 1주택자의 전세대출을 실수요로 본 것입니다.
1주택자의 전세대출을 실수요냐, 투기냐로 구분 짓는 일은 매우 어렵습니다. 실제 거주할 집을 찾는다는 점만 놓고 보면 실수요겠지만, 기존 주택을 계속 소유하고 있겠다는 점에서 투기의 성격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급하게 전셋집을 구해야 하거나 기존 주택을 쉽게 처분할 수 없는 개개인의 사정을 고려한다면 마냥 투기라고 단정하기 어려운 복잡한 문제입니다.
과거 문재인 정부가 1주택자의 전세대출을 제한하면서도 '예외'를 둔 이유도 이 때문입니다. 당시 정부는 전세대출을 제한하면서도 △직장이동 △자녀교육 △부모봉양 △요양·치료 △학교폭력 피해 등 사례는 예외를 두고 허용했습니다. 1주택자의 전세대출을 모두 막아버린다면 '진짜 실수요자'들의 피해가 예상되기 때문이죠.
그런데 우리은행은 1주택자의 전세대출을 '투기'로 너무나 쉽게 재단했습니다. 역대 부동산 정책 중 가장 강력하다는 문재인 정부 정책보다 더 파격적이라고 평가받는 이유입니다.
'은행이 가계부채를 스스로 관리하라'는 정부 방침에 따라 은행권은 연일 대출 축소 대책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외관상으론 대책이지만, 그 배경과 파급력을 고려하면 사실상 '정책'과 다름없습니다.
정책은 세심하고 구체적이어야 합니다. 고심의 과정 없는 느슨한 정책이 국민에게 가져올 피해가 상당하기 때문입니다. 우리은행의 초강력 조치에 자녀 취학이나 이직 등으로 전세살이를 계획했던 소비자들은 그야말로 '멘붕'에 빠졌습니다. 전세대출을 받으려면 한 채 있는 아파트를 팔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은행권 대책이 시행된 후 실수요자 불편이 있으면 개선하겠다"고 합니다. 나중에 고치겠다는 말은 사실상 방관이나 다름없습니다. 부동산 시장의 특성상 한 번의 선택이 우리네 삶을 '수년간' 좌우한다는 점을 잊으면 안 됩니다.
ukgeu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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