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사면 폐차망신?…이 시국에 ‘판매 대박’, 3천만원대 독일車 “난 달라” [최기성의 허브車]

최기성 매경닷컴 기자(gistar@mk.co.kr) 2024. 9. 9. 0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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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지하주자창 전기차 화재
폐차망신·패가망신, 공포증 확산
폭스바겐, 캐즘도 공포증도 극복
LG배터리, 가격, 품질 ‘삼위일체’
폭스바겐 ID.4와 벤츠 EQE [사진출처=폭스바겐, 벤츠]
새옹지마(塞翁之馬).

‘친환경’ 명분과 혁신을 앞세워 훨훨 날던 전기차가 이제는 ‘공공의 적’이 됐다.

충전 고통, 초기 수요 충족, 축소되는 보조금 등은 일시적 수요 정체 현상(캐즘)을 일으켰을 뿐이다. 판매증가세가 둔화됐을 뿐 ‘전기차 대세’에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 힘을 얻었다.

진짜 문제는 한국인들이 사랑하는 메르세데스-벤츠의 전기차가 일으킨 공포증 때문에 발생했다.

지하주차장에서 발생한 벤츠 EQE 화재가 원인이 돼 1500세대가 넘는 대단지 아파트가 쑥대밭이 됐다. 피해액은 100억원이 넘을 것이라는 예상이 나왔다.

지하 주차장 화재 발생 현장 [사진출처=연합뉴스]
유례없이 피해가 큰 이번 지하주차장 화재는 전기차 공포증을 일으켰다.

전기차를 샀다가 차도 탑승자도 피해를 입는 ‘폐차망신’을 당할 수 있고, 화재가 확산되면 ‘패가망신’까지 당할 수 있다는 두려움이 확산됐다.

자동차의 제 1덕목인 이동의 자유를 제대로 누릴 수 없는 조치도 이어지고 있다. 주차 문제가 심각한 상황에서 지하주차장 출입 금지가 확산되고 있어서다.

큰 피해를 일으킨 아파트 지하주차장 화재는 예외적인 경우이고 전기차 화재는 충분히 예방 가능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지만 전기차 공포증을 없애기에는 역부족인 상황이다.

전기차 캐즘에 공포증까지 결합하면서 전기차 판매는 감소 추세다. 국토교통부 통계를 사용하는 카이즈유 데이터연구소가 집계한 연료별 신차등록 현황을 분석한 결과다.

올해 1~8월 전기차 판매대수는 9만6127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10만3428대보다 7.1% 감소했다.

수입 전기차의 경우 ‘전기차 대장주’로 가격 승부수를 띄운 테슬라를 제외한 다른 브랜드의 판매대수가 급감했다.

전기차 화재 직격탄을 맞은 벤츠 EQE [사진출처=벤츠]
지난달 1일 발생한 벤츠 EQE 화재로 중국산 배터리를 주로 장착한 벤츠 전기차가 직격탄을 맞았다.

벤츠 EQE는 지난달 39대 팔렸을 뿐이다. 전월 판매대수 76대보다는 48.7% 감소했다. 전년동월의 339대와 비교하면 88.5% 급감했다.

28대 팔린 벤츠 EQS도 전월보다는 26.3%, 전년동월보다는 82.4% 감소했다. 벤츠 EQA도 전월보다 52.2%, 전년동월보다 56.6% 감소한 43대에 그쳤다.

벤츠와 경쟁하는 BMW도 타격을 입었다. BMW i4는 지난달 154대 판매됐다. 전월보다는 9.4%, 전년동월보다는 33% 각각 줄었다.

지난달 120대가 팔린 BMW iX3는 전월보다는 38.1%, 전년동월보다는 67.9% 각각 감소했다.

아우디의 경우 A6를 제치고 브랜드 대표주자가 된 Q4 e트론이 유탄을 맞았다. 지난달 판매대수는 313대로 집계됐다.

전년동월보다는 88.6% 증가했지만 벤츠 전기차 화재가 나기 전인 전월보다는 21.9% 감소했다.

역시 어려울 땐 ‘가성비’가 해결사
폭스바겐 ID.4 [사진촬영=최기성 매경닷컴 기자]
예외도 있다. 아니 오히려 반사이익을 봤다고 볼 수 있는 수입 전기차도 있다. 폭스바겐 ID.4다.

ID.4는 지난달 911대가 판매됐다. 전월의 355대보다는 156.6%, 전년동월의 277대보다는 228.9% 폭증했다.

수입차 전체 판매순위도 껑충 뛰어올랐다. 톱10에도 얼씬 거리지 못했지만 지난달에는 5위로 껑충 뛰어올랐다.

벤츠 E클래스(2237대), 테슬라 모델Y(1215대), BMW 5시리즈(1118대), 테슬라 모델3(921대) 다음이다. 전기차만 놓고 본다면 3위다.

ID.4가 전기차 캐즘과 전기차 공포증이라는 ‘겹 악재’에서 탈출한 비결은 한국산 배터리, 가격파괴, 탄탄한 성능이 ‘삼위일체’ 시너지 효과를 창출했기 때문이다.

폭스바겐그룹 소속 폭스바겐과 아우디가 한국에 판매하는 전기차에는 모두 한국산 배터리가 탑재됐다. ID.4에는 국산 LG에너지솔루션의 배터리가 탑재됐다.

국산 배터리는 불이 나지 않는다는 보장은 없지만 중국산 배터리 화재로 발생한 공포증을 완화해주는 역할을 했다.

폭스바겐 ID.4 주행 [사진출처=폭스바겐]
‘국산차값 독일차’로 수입차 시장은 물론 국산차 시장까지 공략하는 폭스바겐의 ‘가격혁명’ 전략도 통했다.

폭스바겐코리아는 지난 7월23일부터 ID.4를 대상으로 23% 할인 프로모션에 들어갔다. 이달 30일까지 출고를 마치는 구매자들이 대상이다.

폭스바겐이 두달 만에 ID.4 출고를 재개하면서 테슬라와 현대차·기아가 장악한 국내 전기차 시장에서 지분을 확대하기 위해 ‘역대급 할인 프로모션’을 기획한 것으로 알려졌다.

ID.4는 전기차 보조금 100%를 적용받는다. 보조금을 가장 많이 받는 수입 전기차다. 국산 중형 SUV인 기아 쏘렌토, 현대차 싼타페와 경쟁할 수 있는 4000만원대 독일차로 눈길을 끌었다.

프로모션 기간에는 ‘3000만원대 독일차’가 됐다. ID.4 프로 가격은 5990만원이지만 수입차 중 가장 많은 보조금을 지원받는데다 1386만원을 추가로 할인받기 때문이다.

폭스바겐 ID.4 실내 [사진출처=폭스바겐]
국고 보조금은 492만원에 달한다. KG모빌리티 토레스EVX(443만~457만원), 기아 레이EV(452만원)보다 더 많다.

서울에서 구입하면 국고 보조금 492만원과 지방자치단체 보조금 113만원을 더해 605만원을 지원받는다. 실제 구입비(부가가치세 포함)는 3999만원이 된다.

부산지역 구매자는 총 681만원의 보조금을 받아 3923만원에 살 수 있다. 인천에서는 보조금 719만원을 지원받아 3885만원에 구입할 수 있다.

지자체 보조금이 가장 많은 경남 거창에서는 보조금만 1354만원에 달한다. 실 구입가는 3250만원이 된다.

기본기가 탄탄한 폭스바겐은 가격 이상의 성능과 품질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ID.4도 마찬가지다.

ID.4는 1회 충전 주행거리도 긴 편이고 효율성도 좋다. 하이브리드보다 연료비용을 아낄 수도 있다.

1회 충전 주행거리는 복합 421km(도심 451km, 고속 384km)다. 가솔린 차량 연비에 해당하는 전비(에너지 소비효율)는 4.9km/kWh(도심5.3km/kWh, 고속 4.5km/kWh)로 우수한 편이다.

수도권 기준으로 3000만원대 수입 전기차 중 1회 충전으로 400km 이상 주행할 수 있는 모델은 ID.4가 유일하다.

연간 충전비용도 저렴하다. 1년에 2만km 주행 때 130만원 가량 든다. 연비효율성이 우수한 하이브리드 차량 뺨치는 수준이다.

주행 이질감도 적다. 과격한 회생제동으로 이질감이 발생해 멀미를 일으킨다는 전기차의 단점을 해소했다.

폭스바겐 ID.4 안전 시스템 [사진출처=폭스바겐]
패밀리카 구매자들이 가장 신경 쓰는 안전성에도 공들였다. 에어리어 뷰(360도 뷰 카메라), 보행자와 자전거를 인식해 사고를 예방하는 전방추돌경고 프론트 어시스트·긴급제동시스템을 적용했다.

공간활용이 우수한 전기차답게 실용성도 우수하고, 차급 이상의 거주성도 확보했다.

전기차 전용 플랫폼인 MEB의 효율적인 구조를 바탕으로 전기차에 적합한 짧은 오버행과 2765mm에 달하는 긴 휠베이스를 갖췄다.

트렁크 적재 용량은 기본 543ℓ, 2열 폴딩 때 1575ℓ다. 오토캠핑, 서핑 등 다양한 레저활동에도 활용할 수 있다.

수입차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 시장은 캐즘과 공포증이라는 악재가 연달아 터지면서 큰 위기에 처한 상태”라면서 “ID.4 판매대수 증가에서 알 수 있듯이 전기차 위기탈출 비결은 안전, 성능, 가격의 삼위일체에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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