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兆 신약 개발 AI 시장 주도권 확보전···딥마인드, 잇달아 신모델

김윤수 기자 2024. 9. 9. 07:13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AI가 후보 약물 빠르고 쉽게 찾아
일라이릴리·노바티스 등 빅파마 兆단위 투자
딥마인드, 알파폴드 이어 구조 설계 AI 선봬
갤럭스·LG 등 K테크도 맞대응
[서울경제]

생성형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신약 물질의 개발 기간과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이는 신기술을 두고 업계 경쟁이 치열하다. ‘알파폴드’로 업계 최고 경쟁력을 과시했던 구글 딥마인드는 최근 들어 잇달아 새로운 모델을 선보이며 주도권 굳히기에 나섰다.

9일 삼정KPMG에 따르면 전 세계 AI 신약 개발 시장 규모는 지난해 2조 3000억 원에서 2030년 28조 원으로 급성장할 전망이다. 연구자들이 했던 신약 물질 도출 작업을 AI가 점점 대체해나가면서다. 제약사들 입장에서는 이 시장 자체도 기회지만 현재 2500억 달러(335조 원) 규모로 알려진 전체 신약 개발 시장에서 도태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빅테크 협업이나 자체 개발을 통한 기술력 확보가 필수가 됐다.

올 초 일라이릴리와 노바티스가 구글의 신약 개발 계열사 아이소모픽랩스와 각각 17억 달러(2조 3000억 원)와 12억 달러(1조 6000억 원) 규모의 신약 개발 협력 계약을 맺은 게 대표적 사례다. 제약업계의 늘어나는 수요에 맞춰 테크기업들의 기술 개발에도 속도가 붙었다.

구글 딥마인드의 단백질 구조 설계 AI '알파프로티오'가 표적 단백질인 코로나19 바이러스(노란색)에 잘 결합하는 구조를 설계해 만든 새로운 단백질(파란색). 사진 제공=딥마인드

구글은 올 5월 단백질 구조 예측 AI 신모델 ‘알파폴드3’를 공개한 데 이어 이달 초 단백질 구조 설계 AI ‘알파프로티오’도 선보였다. 알파폴드가 문제의 단백질 구조를 예측하고 이를 기존의 방대한 신약 후보군과 빠르게 대조한 후 그중 신약으로 쓰기에 최적인 물질을 추리는 객관식 문제를 푼다면, 알파프로티오는 문제의 단백질 구조와 잘 들어맞을 약물이 어떤 구조를 가질지를 직접 알아맞추는 주관식 문제풀이에 능하다. 약물 발굴 절차를 더 간소화할 수 있어 업계에서는 새로운 게임체인저로 평가받는다.

단백질은 분자 구조에 따라 생체 조직의 성장과 유지, 호르몬 분비나 억제와 같은 다양한 기능을 가진다. 특정 단백질에 문제가 생기면 관련 기능이 떨어져 질병에 걸릴 수 있다. 이 단백질과 결합해 상호작용함으로써 문제를 없애줄 최적의 물질을 찾는 게 신약 개발의 핵심이다.

딥마인드는 암과 당뇨병 합병증과 관련된 ‘VEGF-A’와 코로나19 바이러스 등 7개의 단백질에 대한 신약 후보 물질을 알파프로티오로 도출하고 실제 결합 등 효과를 실험했다. 그 결과 기존 방법으로 찾은 물질보다 최대 300배 강한 결합력(결합 친화도)을 나타냈다. 이 같은 노력으로 딥마인드는 앞서 “수년 내 AI가 처음 설계한 약이 환자에게 투여될 것”이라던 데미스 허사비스 최고경영자(CEO)의 AI 신약 개발 비전을 본격적으로 실현할 것으로 보인다.

딥마인드는 지난달 양자역학 계산으로 분자 주변의 전자들 분포까지 파악해 단백질 접힘 구조 등을 분석할 수 있는 ‘페르미넷’ 모델도 고도화해 그 성과를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에 발표하기도 했다.

딥마인드뿐 아니라 지난달에는 국내 기업 갤럭스 역시 단백질 구조 설계가 가능한 ‘갤럭스 디자인’을 내놨다. 갤럭스는 카카오와 LG 등 대기업 투자를 받았고 지난달 LG화학과 협력해 신약 설계 AI를 활용해 항암제를 공동 개발하기로 했다. 회사는 단백질 중에서도 외부 감염물질인 항원에 대항하는 ‘항체 신약’ 분야에 집중하고 있다. 알파프로티오, 갤럭스 디자인에 앞서 2022년 데이비드 베이커 워싱턴대 교수 연구팀의 ‘로제타폴드 디퓨전’가 학계에 발표된 바 있다.

엔비디아는 기업용 AI 신약 개발 플랫폼 ‘바이오니모’를 통해 저분자 설계를 포함해 단백질 구조 예측과 염기서열(시퀀스) 분석 등 서비스를, 마이크로소프트(MS) 역시 신약 물질로 적합할 단백질의 시퀀스 생성이 가능한 ‘에보디프’라는 AI 모델을 공개하며 단백질 구조 설계 기술을 일부 확보했다. 양사는 스타트업 투자와 빅파마 협업에도 앞다퉈 나서고 있다. 아마존은 화이자에 AI 플랫폼 ‘복스’를 통한 신약 개발을, 오픈AI는 챗GPT로 모더나의 임직원 업무를 지원한다. 국내에서는 LG AI연구원이 초거대 AI 모델 ‘엑사원 3.0’에 분자구조를 학습시켜 관련 신약·신소재 분야에 관련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김윤수 기자 sookim@sedaily.com

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