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일논단] 외지인 CEO, 대전 3년 살기
지난해 10월 한국조폐공사 사장으로 부임해 대전 3년 살기를 시작했다. 개인적으로 그동안 대전과의 특별한 인연은 없었다. 계룡대에서 군 생활 3년을 했지만, 대전역에서 기차를 갈아타는 정도, 친구 결혼 참석을 위해 심야 기차를 타고 가면서 정차 시간에 대전역에서 우동 한 그릇을 사 먹었던 아련한 기억만 있을 뿐이다. 정부세종청사 기재부에서 2012년부터 근무했지만, 지근거리에 있는 대전까지 올 기회가 그리 많지 않았다.
대전이 일반 국민에게 비춰지는 모습은 과학도시, 행정도시, 교육도시이자 교통 중심지로의 이미지이다. 그러나, 볼거리와 즐길거리가 타 도시에 비해 많지 않은 '노잼도시'라고들 한다. 시민들은 대전이 전국에서 가장 살기 좋은 곳으로 조사됐다고 하지만, 잘 와닿지 않는다.
외지인으로 이곳에 와 대전시민으로 살다 보니, 대전의 실체가 많이 과소평가 됐다는 느낌이다. 조폐공사 본사가 위치한 대덕연구단지에는 국책. 민간연구소가 밀집해 있는데 세계 어느 도시와 비교해 봐도 손색이 없는 훌륭한 인프라를 갖추고 있다. 내가 살고 있는 둔산지구는 최상위 주거 입지 여건을 자랑한다. 수목원을 포함해 예술원 등 다양한 문화시설과 시민 편의 시설이 집적돼 있고 갑천이 시내를 한가운데로 가로지르고 있어 도심 속 자연풍광을 체험할 수 있다.
타 도시와 비교해 대전의 가장 큰 장점은 교통이다. KTX로 서울이 1시간 거리에 위치 해있고, 정부청사가 위치한 세종도 30분이면 갈 수 있다. 세종을 방문해 부처들과 업무협의를 하고 서울로 가서 국회를 방문 해 관련 업무를 하루에 마칠 수 있다는 것은 나에게 가장 큰 장점이자 특혜로 다가온다. 대전 출신의 한 선배가 자랑하듯 "대전은 서울에 있는 것이 모두 있지만 훨씬 덜 붐비고, 저렴하다"라는 말이 진실로 다가온다.
그러나 대전의 발전 측면에서 보면 아쉬운 점이 몇 가지 있다. 먼저, 군 생활 당시 대전역 주변 구도심을 자주 다녔는데 최근까지 개발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많이 낙후돼 있어 안타까운 생각이 든다. 유동 인구가 많아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이면, 이 자체가 상권인데 활성화가 잘 안되고 있는 느낌이다. 개발 계획이 있다고 하니, 빠른 시일내에 예전의 명성을 되찾길 기대한다.
둘째, 대전이 노잼도시가 아니라 꿀잼도시 도시가 됐으면 한다. 대전은 천혜의 자연환경을 자랑한다. 대전 주변에는 계룡산, 계족산, 갑천, 유등천, 탄동천, 대청호 등 시민들이 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자연환경을 갖추고 있다. 최근 들어 전국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계족산 황톳길은 스트레스 해소와 건강한 삶을 유지하는데 큰 도움을 준다. 다만 부대시설이 잘 갖춰져 있지 않아 돈을 쓸 만한 곳이 부족한 것이 단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그러나, 지난달에 개최된 0시 축제가 전국적 행사로 자리잡고 있어 다행이라 생각한다. 앞으로 대전시가 더욱 과감한 투자와 함께 새로운 관광상품 개발에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길 바란다.
공사는 내년 광복 80주년을 맞이해, 대전의 자랑인 성심당과 협업하여 광복 80주년 기념 '광복빵'을 우선 출시하여 호평을 받았다. 또한 조폐공사의 화폐박물관과 성심당을 관광패키지로 연결해 대전을 찾는 관광객들에게 볼거리와 먹을거리를 체험할 수 있는 편의를 제공해 꿀잼도시로의 변화에 기여하고자 한다.
셋째, 대전이 첨단산업 도시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대전에는 카이스트가 있고 주위에 충남대, 대전대, 한밭대 등 아주 많은 대학들이 있는데 여기서 배출된 우수한 인재들을 지역에서 창업과 기업으로 연결하는 측면이 부족한 것 같다. 인접해 있는 충북 청주 오창에는 반도체 핵심 공장이 위치하고 있어 지역경제 발전과 고용창출에 기여하고 있다. 대전도 산단 개발을 서두르고 있어 늦은 감은 있지만 환영하고 잘되길 희망한다. 아울러, 대전이 기회발전특구와 바이오특화단지로 선정됐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다. 진심으로 환영하고 축하할 일이다. 대전이 대한민국 방산.바이오산업 성장의 거점도시로 발전하고, 기업친화 도시로 계속해서 발전해 나가길 기원한다.
결론적으로, 대전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초일류 경제도시로 지속가능한 성장을 거듭해 나가기 위해선, 무엇보다도 대전시민의 전폭적인 관심과 성원이 필요하며 지자체의 적극적인 노력이 선행돼야 할 것이다. 이젠 대전을 사랑하는 자랑스런 시민의 한 사람으로 그리고 대전을 대표하는 공기업인 조폐공사의 CEO로서 대전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역할과 소임에 최선을 다할 생각이다. 성창훈 한국조폐공사 사장
Copyright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예금 보호 한도 '5000만→1억' 상향… 여야 6개 민생법안 처리 합의 - 대전일보
- '세계 최대 규모' 정부세종청사 옥상정원, 3.6㎞ 전 구간 개방 - 대전일보
- 안철수 "尹 임기 넘기면 더 심한 특검… DJ·YS 아들도 다 감옥" - 대전일보
- 법원, 이재명 '공직선거법' 1심 선고 생중계 안한다 - 대전일보
- "요즘 음식점·카페, 이용하기 난감하네" 일상 곳곳 고령자 배려 부족 - 대전일보
- 약발 안 드는 부동산 대책…지방은 '무용론' 아우성 - 대전일보
- 가상화폐 비트코인, 사상 첫 9만 달러 돌파 - 대전일보
- 나경원 "탄핵 경험한 사람으로 말하건대 난파 위기 배 흔들면 안돼" - 대전일보
- "방축천서 악취 난다"…세종시, 부유물질 제거 등 총력 - 대전일보
- 尹, 수능 하루 앞두고 수험생 격려…"실력 유감없이 발휘하길" - 대전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