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속 과학이야기] 트라우마 기억을 처리하는 방법

2024. 9. 9.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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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서 'PTSD', '트라우마'라는 용어를 가볍게 사용하는 경우가 있다.

나의 부끄러운 기억을 떠올리게 하는 영상을 보면서 'PTSD 온다'라는 표현을 하기도 하고, 어떤 일을 경험한 후 '트라우마가 됐다'라고 말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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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유진 한국한의학연구원 선임연구원

일상에서 'PTSD', '트라우마'라는 용어를 가볍게 사용하는 경우가 있다. 나의 부끄러운 기억을 떠올리게 하는 영상을 보면서 'PTSD 온다'라는 표현을 하기도 하고, 어떤 일을 경험한 후 '트라우마가 됐다'라고 말하기도 한다.

하지만 실제로 트라우마란 재난, 사고, 전쟁, 성폭력, 폭력 등과 같이 몸과 마음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서는 사건을 겪은 것을 말한다. 압도되는 공포, 무력감으로 인해 대응하는 시스템이 마비되어서 몸과 마음이 과하게 경계 태세가 되거나, 반대로 안 좋은 것을 과다하게 차단하려고 할 수 있다. 트라우마 사건을 경험한 후 한동안 극심한 스트레스 반응이 나타나는 것은 자연스러운 것으로, 시간이 지나면서 회복 과정을 거치게 된다.

그러나 어떠한 경우에는 시간이 지나도 트라우마 사건으로 인한 불편감이 지속되고 안전하다는 감각을 되찾기 어려운 경우가 있는데, 이를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PTSD)라고 한다. PTSD의 대표적인 증상은 트라우마 사건과 관련된 불쾌한 기억이 반복적으로 떠오르거나 악몽을 꾸는 것, 트라우마 사건을 연상시키는 것들을 피하려고 하는 것, 부정적으로 생각하게 되거나 부정적인 기분이 드는 것, 몸과 마음이 과하게 경계 태세가 되는 것 등이 있다. 트라우마 관련해 몸이 기억한다는 표현이 있는데, 트라우마 기억 중 일부는 의식적이고 설명할 수 있지만, 일부는 무의식적으로 인지하기 이전에 몸이 먼저 반응하며, 언어적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이렇게 몸이 기억하는 트라우마에 대한 처리가 PTSD 치료에서 중요하다고 알려져 있다.

트라우마 기억을 처리하는 것을 돕기 위한 여러 가지 치료법들이 있다. 대표적인 방법은 '지속적 노출 치료'가 있는데, 이는 트라우마 기억을 떠올리게 하는 상황에 조금씩 반복적으로 노출시켜 불편감을 낮추는 연습을 한다. '안구운동 민감소실 및 재처리 기법'은 트라우마 기억을 떠올리면서 눈을 좌우로 움직이도록 하는 등의 양측성 자극을 주어 기억의 처리가 다시 일어나도록 돕는다.

한편, 올해 2월에는 미국의학협회 정신의학회지(JAMA Psychiatry)에 군인 PTSD 환자를 대상으로 침 치료의 효과를 평가하는 임상시험 결과가 발표됐다. 93명의 대상자를 포함한 무작위 대조 비교 임상시험에서, 12주에서 15주 동안 진짜 침 치료를 하는 것은 가짜(샴) 침 치료를 하는 것보다 PTSD 증상의 심각도를 감소시키는 데 효과적이었으며, 위협자극으로 유발된 공포 반응을 소멸시키는 과정을 향상시켰다. 침 치료는 자율신경계의 균형을 조절하고, 변연계 활성화를 낮추어 이완 효과를 주고, 대뇌 피질 영역의 기능적 연결성을 재구성하는 데 도움을 준다고 알려져 있다.

국내에서는 한국한의학연구원과 경희대학교 한방병원이 PTSD 환자를 대상으로 감정자유기법(EFT)의 효과를 평가하는 임상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EFT란 경혈을 두드리면서 트라우마 기억을 다루는 방법으로, 전반적인 불편감을 먼저 다루어 부작용을 최소화하면서 안정을 도모한다. EFT 과정에서 치료 목표로 하는 증상을 선택한 후, 그에 대한 확언을 만들고 말하면서 얼굴과 손을 두드리면 뇌 내측 전두엽이 편도체를 조절하도록 도와줄 수 있으며, 이를 통해 트라우마 기억과 부정적 감정의 연결이 약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최유진 한국한의학연구원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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