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깽판” 韓관객 무시?…공연 중단·커튼콜 거부한 ‘월클 소프라노’

김민지 2024. 9. 9. 0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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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소프라노 안젤라 게오르기우가 3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서울시오페라단의 푸치니 ‘토스카(Tosca)’ 기자간담회에서 인사를 하고 있다. 2024.8.30 연합뉴스

서울시오페라단의 ‘토스카’에 출연하기 위해 내한했던 세계적인 오페라 디바 안젤라 게오르기우(59)가 공연 도중 앙코르곡을 부른 상대 배우와 지휘자에게 불만을 제기하며 공연을 중단시키는 일이 벌어졌다.

지난 8일 공연계에 따르면 해프닝은 이날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열린 오페라 ‘토스카’ 공연 중 테너 김재형이 ‘토스카’에서 가장 유명한 곡 중 하나인 ‘별은 빛나건만’을 마쳤을 때 벌어졌다.

김재형은 ‘별은 빛나건만’을 마친 뒤 객석에서 환호와 박수가 끊이지 않자 앙코르곡을 부르고 있었다. 오페라 공연 중 앙코르곡을 부르는 것은 자주 있는 일은 아니지만, 아주 이례적인 일도 아니다.

그때 주인공 토스카 역을 맡은 게오르기우가 무대 한쪽에 등장해 손을 휘저으며 불만을 표시했다.

앙코르곡이 끝난 뒤 다음 연주가 시작되자 게오르기우는 무대에 올라 지휘자 지중배에게 음악을 중단할 것을 요구했다. 지중배가 음악을 계속했지만 게오르기우의 몸짓은 더 격렬해졌고, 결국 오케스트라 연주가 멈췄다.

게오르기우는 객석까지 들릴 만큼 큰 소리로 “이것은 리사이틀(독주회)이 아니고 오페라다. 나를 존중해야 한다”며 앙코르를 한 지중배와 김재형에게 항의했다.

오페라 ‘토스카’ 공연 중인 안젤라 게오르기우(오른쪽). 서울시오페라단 제공

이후 공연은 재개됐으나 게오르기우의 무대 난입과 음악 중단으로 인해 흐름이 끊긴 탓에 관객들은 제대로 공연을 감상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게오르기우의 이례적 행동은 공연이 모두 끝난 뒤의 무대 인사인 커튼콜에서도 이어졌다.

출연자들이 차례로 나와 인사하고 게오르기우의 등장 차례가 됐지만, 박수가 이어져도 게오르기우는 몇 분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얼마 뒤 그는 사무엘 윤의 에스코트를 받으며 관객 앞에 모습을 드러냈으나 객석 곳곳에서는 야유가 터져 나왔다. 일부 관객은 “고 홈(집으로 돌아가라)”이라고 외치기도 했다.

결국 모습을 보였던 게오르기우는 무대 중앙까지 오지 않은 채 다시 들어갔고, 소프라노를 제외한 출연진들이 청중에 인사를 건네며 막이 내렸다.

공연을 관람한 한 관객은 “김재형이 앙코르를 하는 중에 게오르기우가 무대 위로 올라와 불만이 있는 듯 허리에 손을 짚고 서 있었다”면서 “앙코르가 끝난 뒤 박수갈채가 나오자 게오르기우가 지휘자에게 큰 소리로 따지는 소리가 들렸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이날 공연 뒤 소셜미디어(SNS)에는 “게오르기우가 관객들을 가르치려는 태도가 너무 오만하게 느껴졌다”, “역대급 깽판이었다”, “기분 제대로 망치고 집으로 돌아갔다” 등 항의성 게시물이 잇따라 올라왔다.

일부 관객 사이에선 개인의 무대가 아닌 만큼 오페라에서 즉흥적으로 앙코르를 선보이는 건 적절치 않았다는 의견도 나왔다.

오페라 공연계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면 안타깝다는 반응이다.

한 오페라 관계자는 이날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세계 최고의 토스카인 게오르기우의 노래와 연기를 보려고 겨우 티켓을 구해 왔는데 이런 일이 벌어져 난감하다”며 “많은 오페라 공연을 봤지만, 주역 성악가가 관객의 야유에 커튼콜도 안 하고 퇴장한 것은 처음 봤다”고 말했다.

세종문화회관 공식 소셜미디어(SNS)

세종문화회관은 사과문을 내고 “공연 현장에서 카바라도시의 유명 아리아 ‘별은 빛나건만’을 들은 관객의 열렬한 박수와 환호에 화답한 테너의 아리아 앙코르에, 토스카를 연기한 안젤라 게오르기우가 불만을 제기하는 해프닝이 발생했다”며 “관객 여러분께 불편을 끼쳐드린 점, 깊이 사과드린다”고 고개 숙였다.

이어 “세종문화회관 서울시오페라단은 안젤라 게오르기우 측에 강력한 항의 표시와 함께 한국 관객에 대한 사과를 요청할 계획”이라며 “세종문화회관을 믿고 찾아주신 관객 여러분께 다시 한번 사과 말씀 드리며 더 좋은 공연으로 찾아뵐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1992년 영국 런던 로열 오페라 하우스와 1993년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에서 연이어 오페라 ‘라 보엠’의 미미 역을 맡아 화려하게 데뷔한 게오르기우는 세계에서 가장 화려하고 재능 있는 ‘오페라 슈퍼스타’로 불리는 성악가다.

2001년에는 브누아 자코 감독의 오페라 영화 ‘토스카’에 출연해 토스카 역의 대명사로 자리 잡았다. 데뷔 30주년을 맞은 2022년에는 영국 로열 오페라 하우스에서 토스카를 선보여 평단의 극찬을 받기도 했다.

김민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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