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 대통령' 선언한 트럼프…비장의 무기는 '이것' [이상은의 워싱턴나우]
적국과의 전쟁 위해 비상경제 선포하는 방식 검토
안녕하세요, 한국경제신문 워싱턴 특파원 이상은입니다.
오늘은 관세 대통령이 되겠다고 선언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관세정책을 한 번 파보려고 합니다. 지난 7일 트럼프 전 대통령은 위스콘신주 유세에서 "우리는 관세국가가 될 것"이라고 선언했습니다. 그리고 달러화 기축통화 자리를 지키겠다면서 이를 버리는 나라에는 100% 관세를 부과하는 식으로 보복적인 관세를 매겨서 미국과 사업을 못하게 만들겠다고 큰소리를 쳤는데요.
트럼프가 관세를 자신의 무기로 내세운 것이 하루이틀은 아닙니다만 이날은 좀 업이 되신 것 같아요. 중국 뿐만 아니라 동맹국들이 미국에게 받을 것만 받고 뒷통수를 친다는 식으로 말하면서 동맹에게도 관세를 대규모로 매기겠다는 주장을 했습니다. 특히 유럽연합(EU)을 비난했는데요. 유럽의 대미 흑자 규모가 지난 1분기에 사상 최고치를 찍은 것과 우크라이나 전쟁 비용을 엮어서 생각하는 것으로 해석됩니다.
이 대목에서 잠깐 그동안의 트럼프의 관세 발언을 되짚어 보겠습니다. 기본적으로는 두 가지입니다. 대중국 관세를 60~100%로 높이겠다는 것하고, 중국 뿐만 아니라 모든 거래 국가에 대해서 보편 관세를 10% 매기겠다고 했습니다.
이게 얼마나 높은 것인가에 대한 느낌이 잘 안 오시죠. 보편 관세가 그럼 지금은 얼마일까요? 국가에 따라서 다릅니다만 다음 그래프를 보시면 중국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높은 관세가 매겨져 있으나 나머지 나라, 예를 들어 EU는 거의 2% 미만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 10%를 일괄 매긴다는 것은 결코 간단한 일이 아닙니다. 그동안의 FTA 협정을 모두 되돌려 놔야 할 테니까요.
트럼프는 1기 재임 때 중국산 상품에 7.5~25% 고율과세를 적용하기로 했고 바이든 정부에서도 이 정책이 이어졌기 때문에 현재 가중평균으로 약 11% 수준의 평균 관세율이 적용되고 있습니다. 중국이 테무나 알리 등을 통해 관세를 내지 않고 '직구' 형태 수출을 늘리는 배경에는, 트럼프 재임기간 대중 관세율이 크게 오른 것도 작용하고 있는데요. 이것도 60~100%까지 올리겠다는 게 트럼프의 주장입니다.
그러면 트럼프 1기 관세정책이 효과가 좋아서 그랬던 것인가? 궁금증이 생기죠. 한번 따져볼까요. 일단 해당 기간에 무역적자가 줄어들었는가? 그렇지는 않습니다. 관세부과 전에는 미국의 무역적자 규모는 5170억달러 정도였는데 작년에는 8590억달러로 오히려 크게 늘었습니다. 우측 그래프 파란선과 보라색 선 사이의 간격이 적자 폭인데요. 트럼프 재임기간에도 꾸준히 늘었죠. 하지만 최근에는 적자 폭이 일부 감소했습니다. 트럼프 시기 올려놓은 관세 효과가 뒤늦게 일부 반영됐다고도 볼 수 있겠습니다.
적자 확대 흐름은 바뀌지 않았지만, 일자리는 어땠을까요? 철강이나 알루미늄처럼 고율관세를 부과한 산업에서 일자리는 늘었을까요? 늘었습니다. 브루킹스연구소에 따르면 철강, 세탁기 등의 관세 인상 분야에서 일자리가 창출되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수입 원자재 의존도가 높은 산업에서는 생산비가 증가해서 부정적인 효과가 더 컸습니다. 전체적으로 브루킹스연구소는 다소 부정적인 쪽에 기울었습니다.
트럼프가 쏘아올린 미중 무역전쟁의 공은 지금까지도 현재진행형입니다. 트럼프는 2016년에도, 2024년 지금도 중국을 상대로 더 공격적인 관세를 부과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데요. 미국의 대중 무역적자 추이를 쭉 보시면 2018년 최고치를 찍은 후 2019~2020년엔 다소 줄어든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이후 2년 동안은 다시 늘었지만 일단 그 전 20년 동안의 상승세가 꺾인 느낌이 있죠. 관세 효과가 분명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특히 7일 트럼프가 동맹에게 관세부과를 강조한 부분은 신경이 쓰입니다. 한국도 트럼프가 말하는 동맹이면서 / 미국이 비용을 많이 부담하고 있고(국방비, 한국도 물론 부담하고 있습니다) / 대미 무역흑자 규모가 큰 나라이기 때문입니다. 작년 기준으로 한국의 대미 무역 흑자규모는 514억달러 수준이었는데요. 이는 중국 멕시코 베트남 독일 일본 캐나다 아일랜드에 이어 8위입니다.
동맹에게까지 관세를 물리겠다, 동맹이 우리 뒷통수를 친다는 이런 얘기를 트럼프 전 대통령이 한지 오래 됐습니다만 아직도 좀 낯설게 느껴집니다. 그럴 만도 한 것이 적어도 2차 세계대전 이후 세계는 자유무역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움직여 왔는데요. 이것을 순식간에 본령 미국에서 부정하기 시작하고, 거기 동조하는 의견이 이렇게 많다는 게 저는 아직도 받아들이기 어렵습니다.
그런데 한 가지 생각해 볼 게 있습니다. 트럼프가 대통령이 된 다음 관세를 물리겠다고 하면 그냥 물릴 수 있는 걸까요? 1기 때 대 중국 관세를 올렸으니까 이번에도 그냥 그렇게 하면 되지 않을까 생각하실 수 있지만 그게 그렇지가 않습니다.
이번 트럼프 공약의 핵심 중 하나는 10% 보편관세입니다. 지난 번처럼 철강 따로 알루미늄 따로 세탁기 따로 했더니 너무 힘도 들고 효과도 크지 않다는 게 트럼프 캠프의 생각입니다.
보편관세를 하면 전반적으로 미국 산업을 모두 보호할 수 있을 것 같죠. 그런데 관세를 그런 식으로 부과하는 것은 대통령이 결정할 수 없습니다. 경제의 기본 틀을 흔드는 문제이고 특히 세금체계를 크게 바꾸는 것이기 때문에 의회의 동의가 필요합니다. 미국 의회는 양원제인데, 하원은 공화당이 다수입니다만 상원은 현재 민주당이 다수입니다.
선거 결과 상하원이 모두 공화당 우위라면 모르겠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트럼프는 시간을 허비하기보다는 의회를 경유하지 않고 보편관세를 도입하는 방안을 고민할 것입니다. 구체적인 수단으로 현재 거론되고 있는 법률이 있습니다. 1977년에 제정된 비상경제권한법 IEEPA 입니다. 트럼프 통상정책의 대변인으로 꼽히는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전 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내세우는 방법이기도 한데요.
이 비상경제권한법은 전쟁과 같은 진짜 국가 비상사태에서 대통령한테 권한을 주는 겁니다. 원래는 이게 이런 국가 간 통상정책에 쓰는 게 아니고요. 적국 스파이나 적국 기업 같은 개인에 대한 경제 제재를 목적으로 하는 겁니다. 사실은 라이트하이저 대표의 마음 속에는 이 제도가 지난 1기 때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실행은 못했는데요. 최근 워싱턴 통상 전문가 인터뷰를 했는데, 공화당 캠프 내에서 이 제도를 실제로 진지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합니다. 1기 때 준비가 안 돼서 하고 싶은 대로 못 했다, 이번엔 그럴 수 없다는 거죠.
경제학자들은 이런 트럼프 정책을 어떻게 생각할까요? 별로 좋아하진 않는 아이디어죠. 무역 불균형은 관세 때문이 아니라, 저축과 투자의 차이에 의해 결정된다는 이유입니다. 이 부분에서는 약간의 경제학적 지식이 필요합니다만. 이 얘기를 제가 한 것은 아니고, 최근 윌리엄 더들리 전 뉴욕연은 총재가 블룸버그 통신에 기고했습니다.
한 나라의 저축이 적은데 투자가 많이 이뤄진다면, 어떻게 그렇게 된 걸까요? 국민들이 모아놓은 저축으로만 투자비용을 감당할 수 없고 해외에서 돈이 들어와야 합니다. 이런 상태인 대표적인 나라가 미국입니다. 전 세계 투자자금이 미국 증시에 돈이 모이고 미국 기업이 성장할 수 있는 배경은, 다른 나라에서 달러를 바꿔서 미국에 돈을 보내기 때문입니다. 그러면 그 달러는 어떻게 외국이 가지고 있을까요? 자신이 가지고 있는 상품이나 서비스와 교환했기 때문입니다. 한국은 선박을 제조해서 해외에 팔고 그 대가로 달러를 받는 식입니다.
이것이 국가 간 무역 불균형의 기본 원인입니다. 물론 어떨 때는 이 상품 서비스의 교환과정에서 세금이나 보호정책에 따라서 누가 더 팔고 덜 팔고 할 때가 있지만, 가장 기저에는 달러와 상품서비스가 교환된다는 큰 구조가 자리잡고 있습니다.
관세로 무역불균형을 교정하겠다는 아이디어는 그래서 '안 된다' 까지는 아니지만, 그것은 본질적인 해법은 아니라는 게 경제학자들의 대체적인 반응입니다. 전체 무역불균형에 비해서 관세로 조정가능한 부분은 작다는 것입니다.
이번 주 가장 주목되는 일정은 10일 해리스 대 트럼프 토론입니다. 동부시간으로 10일 오후 9시이므로 한국시간으로 11일 오전 10시부터 진행됩니다. 규칙은 지난 번 바이든 때와 거의 동일합니다. 마이크 음소거를 놓고 신경전을 벌이던 양쪽은 지난 번처럼 상대 후보 발언시 마이크 음소거를 하는 것으로 합의를 봤습니다. 청중은 없고 펜, 메모지, 물병만으로 90분 토론을 자기 힘으로 해내야 합니다.
이번 주 이외에 주요 일정은 11일 소비자 물가지수 발표입니다. 지난 8월 발표된 수치는 2.9%였습니다. 시장은 지금은 더 떨어진 2.6% 정도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의 페드워치에 반영되는 금리인하 기대는 빅컷(50bp 인하) 확률에 대해서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습니다. 현재로서는 베이비컷이 70%, 빅컷이 30%입니다. 빅컷 확률은 한때 60%까지도 높아졌으나 이후 25%까지 내려갔다가 30% 수준에서 유지되고 있습니다. 빅컷에 대한 시장의 자신감은 크지 않다고 볼 수 있습니다. 앞서 크리스토퍼 월러 Fed 이사가 빅컷을 위해서는 데이터가 더 많이 필요하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이 빅컷 기대감을 크게 끌어내렸습니다. 하지만 파월 의장이 아직 빅컷에 대해 열려 있는 만큼, 막판까지 데이터 추이를 봐야 할 것 같습니다. 빅컷으로 피벗을 시작하는 것은 사실 좀 부담스럽죠. 베이비컷으로 시작해서 다음 FOMC에서는 빅컷을 시도해 보는 방식이 보다 Fed에게 무난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번 주 실적 중에서는 9일 오라클, 12일 어도비가 눈에 띕니다. 한 시절을 풍미(?)했던 게임스톱 실적도 10일 나옵니다. 다음 주에 뵙겠습니다.
워싱턴=이상은 특파원 se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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