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안 팔리는데 미국 노조까지…LG엔솔·SK온, 임금압박에 `골치`

박한나 2024. 9. 9. 0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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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티엄셀즈 테네시공장. 얼티엄셀즈 제공.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 등 국내 배터리업체들이 미국 최대 자동차 노조인 전미자동차노조(UAW)로 속앓이를 하고 있다. 전기차 시장의 일시적인 수요 둔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UAW가 주도하는 임금 인상 압박에 인건비 부담까지 '이중고'가 시작됐기 때문이다.

8일 로이터 등 외신과 업계에 따르면 UAW는 최근 "LG에너지솔루션과 GM(제너럴모터스)의 배터리 합작법인 얼티엄셀즈 테네시 2공장의 직원 1000명 중 대다수가 UAW에 가입하기 위해 서명했다"며 "회사도 노조를 인정하기로 동의했다"고 밝혔다.

얼티엄셀즈 테네시공장은 북미 전기차 배터리공장 중 두 번째로 UAW 노조 결성에 성공하게 됐다. 테네시공장 노조측은 얼티엄셀즈 오하이오1공장의 대표 사례처럼 향후 임금협약, 직원 복지 등을 미국 최대 자동차 노조인 UAW 아래서 사측과 협상하게 된 것이다.

얼티엄셀즈 오하이오공장은 지난 2022년 12월 노조를 결성한 뒤 북미 최초로 UAW에 가입해 사측과 입금협상을 했다. 그 결과 올해 6월 임금을 3년간 30% 인상하는 협상안을 타결했다. 예를 들어, 최고 생산 임금은 20달러에서 35달러로 인상됐으며, 교대 근무시 70분의 휴식 시간을 이끌어냈다.

올해 4월 본격 가동에 돌입한 얼티엄셀즈 테네시공장은 조만간 지역 단위의 임금협상 절차에 돌입할 예정이다. GM과 UAW의 기존 계약상 최소 시작 임금이 현재 시간당 20달러에서 27.72달러로 인상되는데, 이번 UAW 가입으로 앞으로 더 높은 임금 인상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또 UAW는 포드와 SK온의 합작법인인 블루오벌SK가 2025년 양산을 목표로 건설 중인 켄터키공장에도 노조 결성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앤디 버시어 켄터키 주지사는 "블루오벌SK에는 노조가 없을 것"이라는 입장인 반면 UAW는 이번 얼티엄셀즈 테네시공장 관련 입장문에서도 "테네시와 켄터키에 위치한 블루오벌SK에도 강력한 선례를 남긴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내 배터리업체들은 UAW의 행보에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캐즘으로 실적 방어도 힘든데 북미에선 임금 인상이라는 비용 상승 압박이 시작됐기 때문이다.

미국은 인플레이션 영향으로 원자재 등의 건설비가 상승해 일부 업체들은 투자 속도 조절까지 나섰다. 여기에 동남아 등과 비교해 이미 높은 인건비를 지불하고 있는데 UAW로 인해 인건비가 추가로 오르면 IRA 보조금 효과는 줄어들게 된다는 것이다.

실적 성장세도 제동이 걸렸다. 올해 2분기 기준 LG에너지솔루션은 4478억원의 IRA 첨단제조생산세액공제(AMPC) 덕분에 1953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SK온 역시 1119억원의 AMPC로 적자 폭을 줄여 4601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현재는 UAW의 노조 가입이 얼티엄셀즈 오하이오공장과 테네시공장뿐이지만 UAW는 전국적 조직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UAW는 올해 2월 노조 설립 비용을 지원하기 위해 2026년까지 약 4000만달러(약 530억원)을 투입하기로 결정했다.

특히 UAW은 대통령 후보로 카말라 해리스 부통령의 지지 의사를 표명했다. IRA의 폐지를 부르짖는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보다 해리스 후보자가 대통령이 되는 것이 IRA 정책 유지에 안정적이지만, UAW의 향후 세력 확장으로 북미 배터리공장마다 임금 인상을 요구하게 된다면 결과적으로 기업들 비용 부담은 더 커질 수 있게 된다.

문학훈 오산대 미래 교수는 "UAW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배터리공장들의 노조 조직화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며 "미국은 채용과 해고가 비교적 자유로운 나라인데 미국 자동차 산업이 전기차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노동자들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선 협상력이 필수적이고, 노조원의 규모가 매우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박한나기자 park2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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