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경찰에 피살' 故 지익주씨 아내 "정부가 나서달라" 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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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6년 10월 발생한 '필리핀 한인 사업가 납치 살해 사건'의 피해자 고(故) 지익주 씨(당시 53세)의 부인 최경진(57) 씨는 "달아난 주범 검거 및 사건 실체 규명을 위해 정부가 나서달라"고 호소했다.
한국 정부에 도움을 요청하고자 최근 입국한 최씨는 지난 6일 서울 시내의 한 카페에서 연합뉴스와 만나 "실체적 진실 파악도 전혀 안 되고 있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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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성도현 기자 = 지난 2016년 10월 발생한 '필리핀 한인 사업가 납치 살해 사건'의 피해자 고(故) 지익주 씨(당시 53세)의 부인 최경진(57) 씨는 "달아난 주범 검거 및 사건 실체 규명을 위해 정부가 나서달라"고 호소했다.
한국 정부에 도움을 요청하고자 최근 입국한 최씨는 지난 6일 서울 시내의 한 카페에서 연합뉴스와 만나 "실체적 진실 파악도 전혀 안 되고 있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1심에서 무죄였던 주범인 전직 경찰청 마약단속국 팀장 라파엘 둠라오가 올해 6월 말 항소심 재판에서 종신형(가석방 없는 무기징역)을 선고받아 뒤늦게나마 정의가 실현되자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남편을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경찰 3명을 각고의 노력 끝에 법정에 세우고 단죄하기까지 감내해야만 했던 여러 어려움과 고통의 기억도 떠올랐다.
하지만 둠라오가 선고 후 형 집행까지 2주 사이에 자취를 감추자 그는 또다시 상실감에 빠졌다. 8년간 단죄와 진실규명을 위해 매달려온 시간이 물거품이 될까 봐 밤잠도 이루지 못하고 있다.
그는 "전직 경찰 간부이자 변호사인 주범이 도주할 수 있다는 건 누구나 예상했다. 도망가게 놔둘 거면 그동안 재판해온 게 무슨 소용인가"라면서 "내 기다림은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고 비통함을 감추지 못했다.
최씨는 지난해 6월 주범인 둠라오가 1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자 같은 해 8월 외교부 장관에게 서한을 보내는 등 당국에 진상 규명을 위한 도움을 요청했지만, 돌아온 반응은 싸늘했다고 전했다.
그는 "당시 재외동포청에서는 영사조력법상 재외국민 안전 등 영사 관련 업무는 동포청 소관이 아니라는 이야기만 들었고, 외교부의 경우 담당 국장만 한 차례 면담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해외에서 피해를 본 재외동포의 경우 사각지대가 있는 것 같다"며 "국민이 원하는 국가의 역할과 국가가 규정하는 역할의 범위가 다른 것 같다"고 서운함을 토로했다.
최씨는 국내에 머무르는 동안 외교부 장관 및재외동포청장 등과의 면담을 재차 요청해 필리핀 당국의 협조, 재외동포 안전 등을 위해 정부가 적극 도와달라고 할 계획이다.
그는 "로드리고 두테르테 당시 필리핀 대통령은 진상규명과 재발 방지, 국가배상을 약속했다"며 "남편 사건이 한인들을 대상으로 한 사건·사고가 많은 필리핀에서 제대로 된 판례를 남기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최씨는 스마트폰을 꺼내 남편의 마지막 모습이 담긴 동영상을 보여주며 어렵게 말을 이었다. 그는 "사업가 남편을 따라 2008년 3월 이민 와서 딸을 키우며 평범한 주부로 살았다. 행복한 일상이었는데 이 사건으로 모든 게 변했다"며 비통한 표정으로 입술을 깨물었다.
이 영상에는 남편이 사건 당일 필리핀 경찰들에 의해 끌려가는 장면이 나온다. 남편이 실종되고 나서 며칠 뒤 한 교민이 전달해줘 현지 경찰에도 제출한 영상이다.
그는 "사건 발생 후 신변에 위협을 느껴 딸과 함께 호텔을 옮겨 다니고 집 주소도 계속 바꿨다"며 "어느 순간 남편을 위해 정신 차리자고 생각했고, 딸은 한국으로 보냈다. 죽음도 두려워하지 않게 되면서 여기까지 왔다"고 말했다.
이어 "인력운영업체를 운영한 남편은 누군가에게 원한을 살 만한 일을 하지 않았고, 사업 이외에 외부 활동은 거의 없었다"며 "남편 시신은 찾지 못하지만, 범인들이 왜 남편을 범행 대상으로 삼았는지 진실을 알고 싶다"고 강조했다.
raphae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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