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추석 '밥상머리 민심' 상실

김보선 2024. 9. 9.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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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명절 연휴가 코앞으로 다가왔지만 정치권 공방은 해소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지난 2일 '최장 지각'이란 오명 속에 열린 22대 국회 개원식에는 윤석열 대통령이 참석하지 않았다.

1987년 민주화 이후 현직 대통령이 한 번도 빠짐없이 개원식에 참석한 건 숱한 갈등 속에서도 협치를 모색하고 국정 최고 지도자로서의 책무를 다해야 한다는 의무 때문이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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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3일 서울 도봉구 농협 하나로마트 창동점을 방문해 추석 명절 장바구니 물가를 점검하며 축산물을 고르는 시민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2024.09.03. [사진=대통령실]

[아이뉴스24 김보선 기자] 추석 명절 연휴가 코앞으로 다가왔지만 정치권 공방은 해소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지난 2일 '최장 지각'이란 오명 속에 열린 22대 국회 개원식에는 윤석열 대통령이 참석하지 않았다. 대통령을 향한 조롱과 야유, 언어 폭력이 난무하는 국회에 가서 곤욕을 치르게 할 수 없다는 게 참모들의 생각이라고 하는데, "불통 지도자"라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어 보인다. 1987년 민주화 이후 현직 대통령이 한 번도 빠짐없이 개원식에 참석한 건 숱한 갈등 속에서도 협치를 모색하고 국정 최고 지도자로서의 책무를 다해야 한다는 의무 때문이었을 것이다.

당정 간 호흡은 어떤가.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채 상병 특검법, 의대 증원 유예 문제 등을 놓고 윤 대통령이나 정부 측과 서로 다른 주장을 하고 있다. 당정 간 갈등은 대통령이 당 연찬회에 불참하고, 지도부와의 만찬을 연기하며, 당 대표가 비공개 일정을 이유로 연찬회 정부보고 전 자리를 뜨는 식으로 노골적으로 노출됐다. 이주호 사회부총리,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이 참석해 1시간 20분 동안 의료개혁과 관련한 정부 계획을 설명하는 자리였다. 현안를 다루는 방식에 공감대가 없을 수는 있으나, 이견을 좁혀나갈 의지 마저 없어 보인다.

야당의 '묻지마식 입법 강행'도 가관이다. 개원식이 늦어졌을 뿐 이미 문을 연지 100일 지난 22대 국회의 성적은 낙제점에 가깝다. 의석수를 무기로 한 거대 야당의 단독 입법 강행과 그에 맞서는 여당,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가 도돌이표처럼 반복되면서 국회 입법권이 무력화된 것이다. 대통령 거부권 행사로 국회 재표결을 거쳐 이미 최종 폐기된 법안을 야당이 다시 올려 강행 처리한 법안만 5건에 달한다.

언론을 통해 국민에 전하는 메시지에는 섬뜩한 언어가 난무한다. 전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대통령 부부를 향해 "살인자"라는 극언을 하고도 사과 한마디 하지 않는데, 당은 이를 비난하는 여론을 "본질을 호도한다"며 외려 전 의원을 두둔한다. 야당 대표는 11년 만에 성사된 여야 대표 회담에서 '카더라식' 계엄령을 던지고, 대통령실 대변인은 공식 브리핑에서 야당의 계엄 주장 행태를 "나치 스탈린 전체주의 선동 정치"에 빗대 비난했다.

추석 연휴 전 마지막 주인 오는 9일부터는 나흘간 국회의 대정부질문이 예정돼 있다. 의료 대란, 계엄령 의혹, 연금개혁, 김건희 여사 특검법, 채 상병 사건 수사 외압 의혹, 금융투자소득세 등을 놓고 여야의 격돌이 예상된다. 정치권은 그래도 예전에는 설·추석 연휴면 명절 밥상에 어떤 주제가 오를까를 예측하곤 했다. '밥상머리 민심'을 잡기 위해서라도 여론의 눈치를 살핀 것이다. 그런데 지금은 밥상머리 민심 따위는 조금도 개의치 않는 듯 보인다. 국민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누가 밥상에서 속 꽉 막히는 이야기를 하고 싶을까. 양심 있는 위정자라면 정쟁 피로에 절어 있는 귀성객들에게 소화제라도 한 봉씩 안길 일이다.

/김보선 기자(sonntag@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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