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여금도 ‘0원’, 외평기금도 더는 안돼”… 32兆 세수결손 메울 기금은?

세종=박소정 기자 2024. 9. 9.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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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재부, 9월 중 세수결손치 공표·대응 공식화
작년엔 세계잉여금 4兆 보탬됐지만, 올해 0원
추경 없다면 ‘불용’·‘여유 기금’ 최대 활용해야
“통상 국유기금 여유… 전력기금 등도 거론돼”

지난해 56조원에 이어 올해 32조원에 이르는 세수 결손이 또 예상되는 가운데, 정부가 어떤 재원을 동원해 구멍을 메울지 고심 중이다. 지난해 결손 대응에 조(兆) 단위로 한 몫 했던 세계잉여금도 올해는 ‘0원’인 탓에 정부가 적자국채를 발행하지 않는다면, ‘불용’과 ‘기금’으로 몽땅 대응할 수밖에 없다.

작년처럼 외국환평형기금(외평기금)도 대거 끌어 쓸 수 없는 상황에서, 국유재산관리기금 등 여러 기금의 여유 재원을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으는 것)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9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이달 중 올해 재추계한 세수를 공표하고 대응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지난해 내용을 참고해 (세수 결손 대응 방식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3일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김윤상(왼쪽) 2차관과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 작년 쓰고 남은 돈 ‘無’… 좁아진 결손 대응 선택지

지난해 9월 18일 당시 정부는 지난해 세수가 본예산 전망치보다 59조원 감소할 것으로 예상한다는 내용의 ‘세수 재추계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세계잉여금 4조원 ▲외평기금 등 24조원 ▲재정안정화기금 23조원(지방교부금 재원 보전용) ▲불용액 8조원을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정부가 올해 세수 결손치를 정확히 얼마로 추계해 공식화할지는 아직 내부 검토 중이나, 30조원 내외가 될 것으로 파악된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2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예결위) 종합정책질의에서 ‘이대로 가면 32조원 세수 펑크 예상이 되는 것이 맞느냐’는 한 의원의 질의에 “이대로 가면 그렇다”고 대답했다. 8·9월 법인세 ‘중간 예납’분이 적극적으로 징수되면 이보다 결손치가 다소 줄어들 가능성은 있다.

다음 시선은 ‘어떻게 구멍을 메울 것이냐’로 쏠린다. 최 부총리가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에 대해 거듭 부정적인 입장을 내비친 만큼, 지난해 세수 결손 대응책처럼 정부 내 가용 재원을 최대한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그 방식은 세계잉여금 활용과 불용, 그리고 여타 기금 여유 재원 활용 등 크게 세 가지다.

이 중 세계잉여금은 올해 더 이상 활용할 수가 없다. 세계잉여금은 총세입에서 총세출을 제외하고 남은 금액에서 다음 연도 이월분까지 차감한 금액을 의미하는데, 쉽게 말해 정부가 전년도에 ‘쓰고 남은 돈’이다.

2023회계연도 국가결산에 따르면 세계잉여금 규모는 총 2조7000억원인데, 그 중 사용처가 명확히 정해져 있는 특별회계분이 2조6000억원이고 나머지 364억원이 일반회계분이다. 세수 결손에 대응하려면 이 일반회계 세계잉여금을 써야 한다. 그런데 그마저도 전액(364억원)이 국가재정법에 따라 교육교부금으로 처리되고, 나머지 공적자금상환기금 출연, 채무상환, 세입이입 등 항목에 배정된 돈은 ‘0원’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작년처럼 세계잉여금을 세수결손에 가져다 쓸 수는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래픽=손민균

◇ 여유자금 비율 높은 기금 보니… 국유재산관리기금 등

그렇다면 남은 카드는 ‘불용’과 각종 기금 등을 활용한 ‘내부 거래’다. 불용은 애초 예산안을 통해 짜두었던 사업들을 일부 집행하지 않는 방식으로 돈을 아끼는 것이다. 내부 거래는 정부 내 68개에 달하는 기금의 예산상 운용 계획을 20~30% 내에서 자체 변경해 여유 재원을 일반회계로 전용해 쓰는 방식이다.

정부 관계자는 “작년처럼 올해에도 외평기금을 한번에 대거 끌어서 쓸 수는 없는 상황”이라며 “예산서상 여유가 있는 기금들을 추려 각 기금을 관할하는 개별법상 내부거래가 가능한 것인지, 중장기적인 기금 운용 상황을 고려했을 때 활용이 적절한지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 중”이라고 했다.

재정 전문가들에 따르면, 통상적으로 여유가 있어 끌어 쓸 수 있는 대표적 기금으로 ‘국유재산관리기금’을 꼽는다. 이 기금은 행정 목적상 필요하지 않게 된 토지·건물 등 국유재산을 매각해 재원이 마련된다. 지난해 세수 결손 대응 당시에도 예산상에는 공공자금관리기금(공자기금)에 8000억원 예탁하기로 돼 있었지만, 실제로는 20% 증액한 9600억원을 예탁했다. 역시나 세수 결손 대응에 활용하기 위한 조치로 추정된다.

한 관계자는 “국유재산관리기금은 실제로도 여유 자금이 많고, 공자기금에도 예탁을 이미 많이 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주요 지출 규모 대비 여유자금 비율이 높은 기금으로는 국유재산관리기금(1.35배)을 비롯해 ▲군인복지기금(1.20배) ▲남북협력기금(7.09배) ▲농어업재해재보험기금(489.94배) ▲방사성폐기물관리기금(20.85배) ▲산업기술진흥및사업화촉진기금(1.00배) ▲자동차사고피해지원기금(1.67배) ▲장애인고용촉진및직업재활기금(1.64배) 등이다.

다만 이는 지난해 결산 기준 상황으로, 올해 여유 자금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 또 농어업재해재보험기금·방사성폐기물관리기금 같은 보험·보장성 기금은 함부로 헐어 쓸 수 없다는 문제도 있다.

일각에선 지난해 전기요금 인상에 따라 기금 수입이 넉넉했던 전력산업기반기금도 적극적으로 활용할 여지가 있다는 의견도 제시된다. 전력기금 여유자금 운용 규모는 지난해 당초 계획액(6818억원) 대비 2배 이상 많은 1조4500억원으로 불어난 바 있다. 이에 대해 기재부 관계자는 “정부의 ‘부담금 정비 계획’에 따라 전력기금의 부과 요율이 3.7→3.2→2.7%로, 단계적으로 낮아진다”며 “이런 중장기적 전력기금 운용 여력까지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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