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O 뜯어보기] 백종원 ‘더본코리아’ 드디어 출격... “몸값 4000억 만들기, 참 쉽쥬?”

배동주 기자 2024. 9. 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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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2024년 9월 8일 11시 00분 조선비즈 머니무브(MM) 사이트에 표출됐습니다.

‘백종원의 외식기업’으로 잘 알려진 외식 프랜차이즈 업체 더본코리아가 코스피 상장 절차에 본격 돌입했다. 지난달 30일 한국거래소가 상장예비심사 승인 결론을 내자 영업일 기준 4거래일 만에 금융위원회로 증권신고서를 제출하며 상장에 속도를 내고 있다.

몸값으로는 4050억원을 꺼내 들었다. 주식시장의 외식 프랜차이즈 외면에 가맹점주 갈등까지 부상했지만, 시가총액 4000억원 목표를 그대로 밀어붙이고 있다. 이에 고평가 논란이 거셀 것으로 보인다. 비교기업이 모두 식품 제조사인 데다 순이익에 주식보상비용까지 가산했기 때문이다.

그래픽=손민균

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더본코리아는 지난 5일 금융위원회에 증권신고서를 제출했다. 지난 5월 상장예비심사를 청구, 지난달 30일 상장 적격 결론을 받아든 지 4영업일 만이다. 내달 중순 기관 대상 수요예측을 진행한 뒤 일반청약을 거쳐 오는 11월 중 상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더본코리아의 공모 예정주식 수는 300만주로, 주당 희망 공모가 범위는 2만3000원에서 2만8000원으로 책정했다. 희망 공모가 범위 상단 기준 공모금액은 840억원, 상장 후 시가총액은 4050억원으로 추산된다. 한국투자증권과 NH투자증권이 상장 공동대표주관사를 맡았다.

회사가 상장에 속도를 내는 이유는 그동안 외식 프랜차이즈 기업의 상장이 순탄치 않았던 영향이 큰 것으로 보인다. 수급 쏠림도 우려하고 있다. 하반기 케이뱅크, 서울보증보험, 엠엔씨솔루션 등 이른바 조단위 대어가 연내 상장을 목표로 기업공개(IPO)에 속도를 내고 있다. 더본코리아는 이들보다 먼저 유가증권시장에 입성하는 것이 목표다.

더본코리아가 속한 외식 프랜차이즈 업종은 주식시장 투자자가 외면하는 대표 업종으로 꼽힌다. 업황 변화가 심하고, 가맹점 유통마진에 의존하는 탓에 수익성 개선도 쉽지 않은 탓이다. 더본코리아는 2018년 한차례 상장 도전에 나섰다가 실적 악화로 중도 포기하기도 했다.

최근 실적 개선을 무기로 상장 재도전에 나섰지만, 고평가 논란이 따라붙고 있다. 순이익에 유사기업의 주가수익비율(PER)을 대입하는 상대가치법을 사용하면서도 유사기업을 모두 식품제조유통 전문기업으로 한정하면서다. 프랜차이즈 기업은 1곳도 포함되지 않았다.

더본코리아와 주관사는 유사기업으로 CJ씨푸드, 대상, 풀무원, 신세계푸드를 선정하고, 이들의 PER 평균 15.78배를 최근 4개 분기 순이익 299억원에 곱해 4726억원 평가 시총을 산출했다. 외식업을 영위하면서 PER이 낮은 SPC삼립(5.54배), 매일홀딩스(2.33배)는 제외했다.

시장에선 백종원 대표가 더본코리아 예비심사청구 당시 목표로 삼은 4000억원 몸값 맞추기에 급급했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특히 299억원 순이익에는 주식보상비용 41억원이 가산됐다. 공모주 투자를 주로 하는 한 자산운용사 대표는 “주식매수선택권 부여로 발생하는 비용인 주식보상비용을, 현금 유출이 발생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굳이 순이익에 가산했다”면서 “최근 실적 개선세가 가팔랐던 만큼 4000억원 몸값에 집착하지 않았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든다”고 말했다.

할인율도 낮다. 마찬가지로 4000억원 몸값을 인정받기 위해서인 것으로 보인다. 더본코리아 할인율은 8.1~24.5%로, 코스피 상장 기업 평균인 22.2~36%에 훨씬 못 미쳤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각에선 더본코리아의 공모 흥행 성공이 쉽지 않을 것이란 평가를 조심스럽게 내놓고 있다. 최대주주인 백종원 대표가 방송에 얼굴을 비추고 대중의 인기를 얻으면서 프랜차이즈 홍보효과를 일부 누리고 있지만, 기본적으로 브랜드별 편차가 심한 데다 최근엔 가맹점주와의 분쟁마저 터진 탓이다.

더본코리아는 1993년 ‘백종원의 쌈밥’이라는 프랜차이즈 브랜드를 시작으로 꾸준히 브랜드를 새로 내며 현재까지 25개 브랜드를 갖췄다. 다만 이 중 3개 브랜드(고속우동, 퀵반, 낙원곱창)가 가맹점포가 없는 깡통 브랜드로 파악됐다. 작년 폐점 점포는 230곳으로 전년(175곳) 대비 늘었다.

유행에 민감하고 업황 부침이 심한 외식업 특성이 폐점 증가로 이어졌다. 그나마 2015년 선보인 커피 프랜차이즈 빽다방이 나홀로 더본코리아의 프랜차이즈 가맹사업을 이끌고 있다. 빽다방 점포 수는 1449개로 전체(2785개)의 절반에 달하고, 매출 비중도 37.3%인 것으로 집계됐다.

더본코리아의 연결 매출이 작년 4107억원으로 전년 대비 45.5% 증가한 배경에도 저가 커피 시장 성장에 올라탄 빽다방이 있었다. 다만 최근 저가 커피 시장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이 같은 흐름도 차츰 멈추고 있다. 올해 상반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9.5% 증가에 그쳤다.

빽다방 신논현역점 매장 외관. /더본코리아 제공

브랜드 성장이 멈추면 새로운 브랜드를 내는 백종원식 다(多)브랜드 전략도 한계에 봉착하는 모양새다. 브랜드가 늘면서 관리가 소홀해지고, 또 외형 성장을 위한 다점포 확장 전략이 갈등으로 이어지면서다. 당장 더본코리아는 연돈볼카츠 브랜드 가맹점주들과 분쟁 중이다.

공모 흥행 여부는 더본코리아가 최근 추진하는 신사업 확장 전략을 투자자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에 달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백종원 대표를 앞세운 가정간편식(HMR)을 출시하고, 여기에 호텔사업에도 나서며 가맹사업 중심의 매출 구조 변화를 꾸준히 추진하고 있어서다.

최근엔 종합식품기업을 표방하며 HMR 제품의 온라인몰 판매 확대와 주요 오프라인 유통채널 진출에 속도를 내며 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B2C) 판매 채널 다각화에도 나서고 있다. 기업 간 거래(B2B) 판매 채널은 군대 및 기업 급식, 유통업체 원료 공급 등으로 저변을 확대 중이다.

더본코리아의 이번 상장 추진 배경에도 사업 활로 모색이 자리하고 있다. 더본코리아는 최대 840억원 공모 자금 대부분을 타법인취득자금에 할애했다. 당장 600억원을 들여 도·소매 전문 식품기업의 지분 100%를 인수한다는 방침이다. 푸드테크 기업 지분 투자도 예정했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더본코리아는 백종원이 대중의 인기를 얻으면서 별도 광고 없이 프랜차이즈 홍보 효과를 누려온 업체지만, 가맹점주와 갈등에선 마이너스 요인이 되고 있다”라고 말했다.

한편 더본코리아 4000억원 몸값을 완성한 백종원 대표의 지분가치는 최대 2362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더본코리아는 1994년 설립 후 별도의 투자유치를 진행하지 않았다. 백종원 대표의 지분율은 76.69%다. 백 대표는 2년 6개월 자진 보호예수를 걸면서도 보유 주식의 30%는 제외했다. 백 대표 지분의 30%는 상장 6개월 이후 팔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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