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나간다는 토스 이승건도 고액대출… 핀테크 업계 '위기감' 수면 위로
이승건 비바리퍼블리카(토스) 대표의 ‘거액 대출 논란’이 핀테크 업계에 적잖은 파장을 미칠 전망이다. 핀테크 스타트업의 성공 신화로 기업공개(IPO)추진까지 나선 토스마저 자금사정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방증으로 읽히기 때문이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승건 토스 대표는 지난 2021년 미국 가상자산 거래소 FTX의 투자전문 자회사 맥로린(Maclaurin)으로부터 700억원 규모 개인대출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미국 델라웨어주 파산법원 자료를 통해 이 대표의 비바리퍼블리카 보유 지분이 담보로 설정됐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그러나 공개된 자료와는 다르게 토스 측은 “해당 대출에는 담보가 제공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토스는 입장문에서 “창업자(이승건 대표)의 개인 대출은 전문 투자사인 맥로린으로부터 실행한 것으로 FTX 거래소 대출이 아니다”라며 “현재 해당 대출은 상환 완료된 건으로, 향후 IPO 과정과도 무관하며 영향을 끼칠 수 없다”고 해명했다.
업계에서는 담보 주식 없이 개인 신용에 근거해 700억원대 거액 대출을 받는 게 가능하냐고 지적한다. 이 대표가 이를 어떻게 상환했는지도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토스 측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이번 대출 논란은 토스의 기업공개(IPO)에 적지않은 돌발 변수가 될 전망이다. 이 대표는 비바리퍼블리카 주식 2742만9695주(15.5%, 상반기 기준)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당장 토스의 재정 상태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면서 IPO의 진정성에도 의심을 보내는 눈초리들이 늘어나고 있다.
토스는 지난 2018년 900억원 규모의 투자유치를 받으며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에 등극했다. 이후 2022년 시리즈G 투자 단계에서 8조9000억원의 몸값을 인정받는 등, 상장을 위한 절차를 차근차근 밟아 왔다. 올해 2분기에는 연결 영업이익 28억원을 기록하며 2013년 창사 이래 첫 분기 흑자전환에 성공한 바 있다.
토스는 이미 ‘네카토(네이버파이낸셜·카카오페이·토스)’로 불리며 핀테크 3대장 중 하나로 꼽혀왔다. IPO에 성공할 경우 핵심 자회사인 토스뱅크와 토스증권을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
한 핀테크 전문 연구위원은 “(토스 지분) 담보 사실 여부를 차치하더라도 이승건 대표 개인이 대규모의 사적 대출을 받아야 했던 이유와 대출금 사용처, 상환 과정 등이 모두 의문”이라며 “개인적인 이유든 기업 자금난이든, 최대주주의 거액 대출 건은 상장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핀테크 침체 심화에… 팔 걷어붙인 당국
토스 거액대출 건을 계기로 한 때 장밋빛 전망이 난무했던 핀테크 업계에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정부의 규제완화만 기다리다 수익도 내지 못하고 결국 침체 상황을 맞는 업체가 한 둘이 아니다.
초기 핀테크사들은 수익보다는 투자금으로 운영을 이어간다. 그 사이 수익성 개선을 위해 각종 신사업에 진출하려 해도 허가·등록에 긴 시간이 걸려 마냥 기다릴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금융지주사 등 대형 회사로의 M&A(인수·합병) 케이스도 있지만, 금융지주회사법 때문에 신사업 진출에 제약이 생겨 오히려 경쟁력을 잃기도 한다.
가장 큰 문제는 투자금 유치 난항이다. 업계에서는 코로나 팬데믹이 끝난 후 투자 활성화를 기대했지만, 벤처캐피탈(VC)들은 투자를 꺼리고 있다. 어려운 시장 상황에 엑시트(투자금 회수) 가능성이 낮아지자 국내 핀테크 시장에 대한 주목도 줄어드는 것이다.
핀테크 스타트업 ‘맏형’ 격인 뱅크샐러드도 성장 정체기를 맞았다. 2012년 출범한 뱅크샐러드는 이듬해 설립된 토스와 쌍두마차로서 핀테크 업계를 이끌었다. 지난 2022년 시리즈D 투자까지 받으며 기업가치 6000억원을 인정받는 데 성공했다.
이후 다양한 금융기관과의 협업을 이어가며 수익성 개선을 위해 노력 중이지만, 여전히 적자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설상가상 주력 사업으로 삼았던 마이데이터가 전 금융권에 확산하면서 안정적인 수익 모델에 대한 의구심도 커지는 상황이다.
뱅크샐러드는 이르면 내년 말 또는 2026년 초를 목표로 코스닥 상장을 준비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 기업가치 산정에 대한 의견이 분분한 데다 주관사 선정도 늦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당국 역시 이 같은 핀테크 시장 상황을 인지하고 규제 완화 기조로 돌아서기 시작했다. 관련 규제 전반을 검토하고 핀테크와 금융회사 간 협업을 강화하겠다는 설명이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지난달 말 열린 ‘코리아 핀테크 위크 2024′에 참석해 “금융업 출자규제 등을 개선해 금융회사의 핀테크 투자와 상호 간 협업을 촉진하고, 위·수탁 규제 전반을 재검토하겠다”며 “우리 핀테크 산업이 기술적 우위를 가지고 있는 분야를 면밀히 점검해 민‧관의 자원을 집중하는 지원체계를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IT조선 김경아 기자 kimka@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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