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쎄트렉아이는 내 소명…1세대 위성 기업 저력 보여줄 것"

이채린 기자 2024. 9. 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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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이을 대표 "고해상도 위성 영상 서비스 등 사업 다각화"
김이을 쎄트렉아이 대표. 쎄트렉아이 제공

지난달 4월 국내 첫 양산형 초소형 군집위성 '네온샛 1호'가 발사에 성공했다. 정부는 2027년까지 10기를 더 발사해 11기를 동시에 군집으로 운용할 계획이다. 국가 안보와 재난·재해에 대응하기 위한 한국 첫 군집위성 시스템이다.

군집위성 시스템이란 위성이 무리를 지어 서로 보완하며 동일한 임무를 수행하는 시스템이다. 저비용으로 위성이 번갈아가며 지구를 꼼꼼히 관측할 수 있어 군집위성이 최근 전 세계 우주개발 트렌드로 떠올랐는데 이제 한국도 뛰어든 것이다. 

한국의 첫 군집위성 개발 뒤에는 ‘1세대 우주 기업’의 노하우가 있었다. 1999년 설립된 쎄트렉아이가 한국과학기술원(KAIST) 인공위성연구소, 한국항공우주연구원, 한컴인스페이스 등과 협력해 네온샛을 개발했다.

쎄트렉아이는 민간 주도의 우주개발을 뜻하는 '뉴스페이스' 개념이 전무하던 1999년 한국 최초의 위성인 우리별 1·2·3호 등 우리별 위성 시리즈를 개발한 KAIST 인공위성연구소 핵심 인력이 창업한 곳이다. 지난달 30일 대전 유성구 쎄트렉아이 본사에서 김이을 대표를 만나 1세대 우주 기업이 보는 한국의 뉴스페이스 방향에 대해 물었다. 2000년 쎄트렉아이에 합류한 김 대표도 KAIST 인공위성연구센터 출신으로 인공위성 개발 전문가다. 

최근 늘어나는 국내 우주기업의 최종 목표는 글로벌 시장이다. 아직 국내 우주산업 규모가 크지 않기 때문이다. 쎄트렉아이는 창업 초기인 2005년 말레이시아에 위성 완제품을 처음 수출했다. 이후 싱가포르와 아랍에미리트(UAE), 스페인에 위성을 만들어 팔아 안정적으로 매출을 냈다.

김 대표는 "해외와 협업해 우리별 위성을 만들면서 소형 위성이 필요한 해외 고객이 있다는 것을 알게됐다"면서 "틈날 때마다 쎄트렉아이 직원들이 국제 우주 행사에 참석하며 알게 된 '우주 커뮤니티'에서 고객을 계속 발굴했다"고 말했다. 

쎄트렉아이는 위성 본체, 탑재체, 지상국 시스템으로 구성된 인공위성 체계를 모두 자체적으로 제작할 수 있는 국내 유일한 기업이다. 김 대표는 "인공위성 체계를 '인하우스'로 만들 수 있어서 고객 요구에 맞게 위성을 유연하고 최적화해 제작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위성 탑재체 중 카메라 해상도를 높이기 위해 노력했다"면서 "해상도가 향상되면 고품질의 위성 데이터를 얻을 수 있기 때문에 여기에서 파급되는 여러 사업적인 이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쎄트렉아이가 개발 중인 위성 '스페이스아이-T(SpaceEye-T)'. 쎄트렉아이 제공

쎄트렉아이가 개발 중인 위성 '스페이스아이-T(SpaceEye-T)'는 내년 3월 발사를 앞두고 있다. 쎄트렉아이 연구실에서 마주한 스페이스아이-T는 조립이 마무리 단계였다. 스페이스아이-T는 한 번에 14㎞ 대역을 관측할 수 있는 무게 700㎏, 높이 3m의 지구관측 중형위성이다.

위성의 해상도는 30㎝다. 지상에 있는 30cm 줄자를 영상으로 식별할 수 있다는 의미다. 우리별 3호의 해상도 15m와 비교가 되지 않는 수준이다. 세계에서 이런 수준의 해상도를 가진 상용 위성을 보유한 국가는 미국, 유럽연합(EU), 이스라엘, 중국 정도다. 김 대표는 "해상도 30㎝는 차종 구분이 가능한 정도"라면서 경쟁력을 더욱 키우기 위해서 더 높은 해상도를 목표로 개발 진행 중이다. 

김 대표는 "알고 싶은 것은 인간의 근원적인 욕구이며 위성 영상 해상도의 한계가 어디까지일지는 모르겠지만 점점 높아질 것"이라며 "관측을 넘어 통신, 항법 등과 연결되며 위성산업은 앞으로 더 중요한 비즈니스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김 대표는 "현재 전 세계 위성개발 경쟁이 치열하기 때문에 위성기업이 살아남으려면 특정 국가를 대상으로 한다든지, 특수 목적에 집중한다든지 등의 색다른 전략을 내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국내 민간 우주기업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우주항공청이 민간기업의 역할을 조금 더 명확히 정의해서 민간과 공공영역에서 할 수 있는 사업 분야를 서로 나눠 가지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지차체, 공공기관 등 다양한 곳에서 위성을 직접 발사하겠다는 계획을 제시하고 있다. 자력으로 위성을 개발하기보다는 민간 기업의 위성 데이터를 구매하거나 민간 기업의 위성을 구매하는 방식을 유도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방식으로 최근 쎄트렉아이는 지난해 매출액 대비 약 138%에 해당하는 규모인 정부의 민간 광학위성 개발 사업을 수주했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과 1727억원 규모의 민간 광학위성 1·2호 개발 계약을 체결한 것이다.

김 대표는 "이번 사업은 용역이 아닌 위성 개발부터 발사까지 쎄트렉아이가 도맡는 방식"이라면서 "매출에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위성을 개발하며 기술도 발전시키고 이를 근거로 해외 사업도 수주할 수 있는 계기가 된다"라고 설명했다. 

쎄트렉아이는 앞으로 합성개구레이더(SAR) 위성, 네온샛 등 위성을 개발할 뿐만 아니라 위성 데이터를 활용하는 서비스 산업 등 사업을 다각화할 계획이다. 숙소를 대여하는 '에어비앤비'처럼 돈을 내고 특정 궤도 구역에서 위성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도 염두에 두고 있다. 김 대표는 "대한민국의 기업으로서 국방 안보와 관련된 우주사업에 참여를 해서 사회에 기여하고 싶다"고도 했다. 

창업 25년인 쎄트렉아이의 직원수는 7명에서 400명으로 늘었다. 2021년 대기업 한화에어로스페이스로부터 거액의 투자를 받아 보유자금도 탄탄한 기업으로 성장했다. 김 대표는 쎄트렉아이를 '소명'이라고 생각하고 정체하지 않고 성장하는 기업으로 키우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처음에 단순히 위성을 만드는 게 좋아서 쎄트렉아이에 합류했다는 김 대표는 기업 성장과 함께 2019년 대표를 맡으며 책임감이 커졌다. 그는 "하루가 다르게 전 세계에 새로운 우주 기술과 우주 기업이 등장하고 있다"며  "치열한 경쟁 속에서 제 소명인 쎄트렉아이를 성장시키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채린 기자 rini11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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