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8조 KDDX 수사 결과 추석 전 발표 무게…HD현대重·한화오션 촉각
방사청, 수사 결론 따라 입찰 방식 정할 듯…업계 이목 집중
(서울=뉴스1) 최동현 기자 = 한국형 차기구축함(KDDX) 입찰 비리 의혹 수사가 막바지에 접어든 가운데, 업계에서는 추석 연휴 전후로 경찰 수사 결과가 나올 가능성에 무게를 싣는 분위기다. 비리 의혹에 묶여 차일피일 미뤄졌던 KDDX 사업자 선정 절차가 다시 속도를 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9일 조선업계 등에 따르면,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조만간 KDDX 입찰 비리 의혹 수사를 종결하고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앞서 경찰은 지난달 19일 기자간담회에서 "이른 시일 내에 수사를 종결할 것"이라고 밝혔는데, 이르면 이달 중순쯤 결과가 나올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KDDX 입찰 비리 수사는 크게 두 갈래다. 먼저 KDDX 기본설계 사업자 선정 절차가 진행되던 2020년 5월 당시 왕정홍 방위사업청장이 HD현대중공업에 유리하도록 규정을 변경했다는 의혹이다. 국수본은 왕 전 청장을 직권남용 등 혐의로 입건하고 수차례 피의자 조사를 벌여왔다.
HD현대중공업 직원들이 2012~2015년 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이 작성한 KDDX 관련 군사기밀을 유출하는 과정에 임원이 개입했다는 의혹도 있다. 이는 한화오션이 지난 3월 고발한 건으로, HD현대중공업도 반발하며 허위사실 및 명예훼손 혐의 등으로 맞고소하기도 했다.
업계가 경찰 수사 결과에 주목하는 이유는 KDDX 상세설계 및 초도함 사업자 선정 절차가 입찰 비리 의혹 수사에 발이 묶여 사실상 계류됐기 때문이다. 방사청은 당초 7월 예정했던 KDDX 초도함 발주를 연기, 아직 일정을 잡지 않았다. 방사청이 경찰 수사 결과를 보고 판단하려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KDDX 입찰 절차가 미뤄지는 사이 국내 '특수선 양강'인 HD현대중공업(329180)과 한화오션(042660)의 신경전만 한껏 달아오르고 있다. 양사는 3월과 5월 KDDX 입찰 비리 의혹을 두고 고소·고발 및 여론전을 벌인 데 이어, 급기야 지난달에는 본사업과는 무관한 국방과학연구소(ADD) 발주 1255억 원 규모 대형해상시험선 사업을 두고도 설전을 벌였다.
ADD가 발주한 대형시험선은 한화오션이 기본설계를 시행했으나, 상세설계 및 건조사업은 HD현대중공업이 경쟁입찰을 통해 따냈다. 이에 한화오션이 "KDDX 후속 사업도 경쟁입찰로 선정해야 한다"고 주장하자, HD현대중공업은 "일반물자인 대형시험선과 방산물자인 KDDX는 획득 방식이 다르다"며 일축했다.
두 회사가 팽팽한 신경전을 벌이는 이유는 'KDDX 수주전'이 정기선 HD현대 부회장과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간 자존심 대결로 비치고 있어서다. 2030년까지 7조 8000억 원을 들여 6000톤급 한국형 차세대 구축함 6척을 건조하는 초대형 사업인 KDDX는 경영 승계를 진행 중인 두 오너 3세가 능력을 선보일, 물러설 수 없는 전장이다.
KDDX 입찰이 관행대로 수의계약으로 진행될 경우엔 기본설계를 맡았던 HD현대중공업이 사업을 수주하게 된다. 반면 경쟁입찰이 되면 한화오션이 유리해진다. HD현대중공업은 과거 KDDX 개념설계 유출 사건으로 3년간 1.8점의 보안감점을 받고 있다. 소수점 차이로 입찰 결과가 달라지는 함정 입찰에서 치명적인 페널티다.
방사청 입장에선 수의계약(HD현대중공업)과 경쟁입찰(한화오션) 중 하나를 택일해야 하는데, 양측 주장이 워낙 치열한 탓에 방사청도 진땀을 흘리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방사청 입장에선 (수사) 결과를 명분으로 (사업자 입찰) 방식을 정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문제는 경찰 수사 결과에도 잡음이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HD현대중공업이 무혐의로 결론 난다면 논란이 매듭지어질 가능성이 있지만, 반대 경우라면 검찰 수사와 재판 단계까지 논란이 길어질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KDDX 입찰 절차가 두 달째 지연된 것만으로도 국가 안보에 큰 손실"이라며 "서둘러 사업자 선정 절차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dongchoi89@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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