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생아 유병률 10% 육박…새 신생아전문의 배출토록 의료개혁해야"
미숙아 유병률 증가 추세..10명중 1명은 미숙아로 태아나
신생아 중환자실서 고군분투…전공의 없어 주 80시간 근무
"세부전문의 배출 시급..소송↑·급여↓ 상황에 지원자 없어"
“의정갈등 속히 종식되길..피로 누적에 환자 치료 지장"
<편집자 주> 의정갈등 속 필수의료 분야에서의 의료공백이 심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묵묵히 의료 현장을 지키며 중증 및 희귀질환 환자들을 위한 의술에 땀 흘리는 대한민국 의사들을 조명하고자 ‘신의열전(信醫列傳)’을 연재합니다.
[이데일리 박태진 기자] 지난 8월 초, 서울 동대문구에 있는 경희대병원 응급실로 생명이 위독한 신생아 환자가 들어왔다. 심장에서 폐로 혈액을 공급하는 폐동맥의 혈압이 높아지는 지속성 폐동맥 고혈압 환자였다. 아기가 태아에서 신생아로 변환될 때 탯줄에서 분리가 되는 순간 폐동맥이 떨어져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는 경우 발생하는 병으로 저산소증과 호흡부전이 오고 이후 심부전으로 사망한다. 신생아 경우 지속성 폐동맥 고혈압의 사망률은 40%까지 이른다. 미숙아 치료를 전문으로 하는 이 병원 최용성(49)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며칠 밤을 새어가며 인공호흡기 등을 통해 집중치료한 끝에 해당 신생아의 건강을 되돌릴 수 있었다.
6일 경희대병원에서 만난 최 교수는 소아청소년과 진료 항목 중에서도 초미숙아 질환, 선천성 기형, 고위험임신태아 관리 등 신생아 질환을 전문적으로 치료하는 전문의로 꼽힌다. 40주인 임신 주수를 채우지 못하고 25~30주 정도에 태어난 이른둥이(미숙아)를 주로 치료하며 신생아 관련 각종 질환, 태아에서부터 기형을 가지고 태어난 아이들도 주 환자층이다.
최 교수는 “신생아가 30주차에 태어나면 10주 동안 엄마 자궁내에서 성장이 미완성된 부분이 있는데, 이를 치료하기 위해 아기를 인큐베이터에 넣고 각종 치료장비를 동원하고 주사를 놓는다”면서 “호흡질환, 신경질환 내분비질환, 질병 외 발달 치료도 있다. 소아과 안에서 또 하나의 작은 소아과로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신생아 중환자실에 주로 있다 보니 지속성 폐동맥 고혈압 환자 뿐 아니라 다양한 질환의 위급한 환자들을 자주 마주한다. 특히 의정갈등 사태로 전공의 공백이 지속되고 있지만 최 교수와 같은 전문의들이 신생아 환자 삶의 최전선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는 셈이다.
최 교수는 신생아 환자들이 건강하게 성장할 때가 소아청소년과 전문의로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다고 털어놨다. 그는 “제 환자는 대부분 아기 때 치료를 하는데, 그 아기가 8살, 10살이 돼서 인사하러 오고 건강하게 자란 모습을 보면 가장 큰 기쁨이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생존하더라도 건강하지 못한 아이들도 간혹 있는데, 예를 들면 뇌신경 합병증이 있는 경우나 폐 건강도 좋지 않은 경우다. 따라서 의사는 고위험 신생아를 생존하게 할 뿐만 아니라 그 아이들이 성장해서 아주 건강한 삶을 영위할 수 있게끔 하는 그런 책무도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항상 초기에 치료를 할 때에도 당장에 생존도 중요하지만 나중에 어떻게 하면 이 아이가 더 좋은 결과로 생존할 수 있을까를 항상 고민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최 교수가 신생아 질환을 전문분야로 선택하게 된 계기는 의대생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는 “질환 자체가 성인과 완전히 다르고 드라마틱하게 바뀌는 회복력에도 흥미를 느꼈다”면서 “특히 생명력이 강하고 회복력이 강하다는 것에 큰 매력을 느껴 본과 3학년 시절부터 인턴 때까지 줄곧 관심이 있어서 결국 소아과를 선택했다”고 했다.
“2명 남은 전공의마저 떠나…슬픈현실”
우리나라 연간 출산율이 30만명 밑으로 떨어지고 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미숙아를 포함한 신생아 질환은 줄어들지 않고 있다. 고령 산모와 고위험 산모가 계속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난임부부까지 늘어나면서 난임시술을 통한 다태아(쌍둥이, 세쌍둥이 등)가 많아지기 때문이기도 하다. 왜냐하면 다태아의 경우 자궁내 공간이 한정된 관계로 성장 지연도 생기면서 저체중 미숙아가 태어나고 있고 이에 따른 미숙아 질환도 늘고 있다는 게 최 교수의 설명이다.
이에 따라 미숙아의 유병률도 10년 전에 7.6%대였지만 지금은 10%에 육박한다. 10명 중 한 명은 미숙아로 태어난다는 얘기다. 엄연히 따지면 미숙아와 저체중아의 개념은 다르다. 현재 의학계에서는 임신 37주가 안 되는 시점에서 출생한 아이를 ‘미숙아’라 정의하고 출생시 체중이 2.5㎏이 안 되는 아이는 ‘저출생체중아’, 1.5㎏이 되지 않으면 ‘극소저출생체중아’로 분류한다.
최 교수는 “사직 전공의 2명이 애초에 소아청소년과에 지원했을 당시에도 그들이 돈을 많이 벌겠다는 동기로 왔던 것이 아니라, 그저 소아과 질환에 대한 열정만으로 왔었던 친구들이었다”며 “열악한 조건 속에서도 전문의가 많이 배출되게 하는 어떤 지원은 차치하더라도 정말 여기에 매력을 느껴서 배우고자 했던 전공의들을 격려해야 할 텐데, 오히려 현장을 떠나서 굉장히 슬프다”고 했다. 이어 “제 나이가 내년에 50세인데 60세가 되고 70세가 되어도 일은 할 수 있겠지만 후배가 없다고 생각했을 때 과연 우리나라의 미래는 어떨 것인가를 생각하게 된다”면서 “정말 소아과에 매력을 느끼고 환자에 대한 열정으로 와 있던 사람들이 자존감을 갖고 일을 할 수 있는 그런 환경이라도 훼손되지 않게 해야겠다라는 게 솔직한 심경”이라고 덧붙였다.
최 교수는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환자를 위해 현장을 지키는 의료진을 잊지 말아 달라고 간곡히 당부했다. 그는 “의사들이 환자를 치료하는 것은 누구도 뭐라고 할 수 없는 고유한 본연의 일이고 그런 일들에 사명을 다하는 것은 지금도 변함이 없다”면서 “치료를 받는 환자와 치료를 하는 의사 사이에는 아직 신뢰가 있다고 생각한다. 여기 교수들이 지금도 생명을 존중하고 환자를 살리기 위한 몇 배의 노력들을 최전선에서 하고 있다 하는 것을 좀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의정갈등이 하루빨리 종식되길 바랐다. 그도 그럴 것이 며칠 밤을 새면 의사들의 판단이 흐려지고 오진이 나올 가능성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사명감을 가지고 의료현장을 지키겠지만 교수들도 사람인 만큼 이 사태가 길어질수록 피로도가 쌓여 결국 환자 치료에 지장을 초래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는 “지금 우리(전문의)마저 떠나면은 환자들이 어디서 치료를 받겠는가”라며 “의사로서 자부심을 가지고 의료 현장에 남아 있는 것이지 어떤 부귀영화를 바라고 있는 건 아니지 않나”라며 반문했다. 소아청소년과에서 신생아 질환을 담당하는 최 교수는 신생아 중환자실에서 살다시피 한다. 요즘에는 주 80시간 이상 근무를 서고 있다.
■최용성 경희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2002년 경희대학교 의과대학 졸업 △2007년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수료(경희대병원) △2007~2010년 한국국제협력단 캄보디아 파견의사 △2010~2012년 서울아산병원 신생아과 전임의 △2012~2013년 서울아산병원 어린이병원 신생아과 임상전임강사 △2013년 경희대학교 일반대학원 의학박사 △2021년 8월~ 경희대병원 QI2차장 △2021년 9월~ 경희대병원 신생아중환자실(제5중환자실) 실장 △2022년 3월~ 경희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과장 △현(現) 대한신생아학회 조사통계위원장·분과전의관리위원, 대한주산의학회 학술위원
박태진 (tjpark@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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